호주 고등학교 자퇴하고 귀국한 여고생이 건설현장에서 무급으로 일한 이유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사회적으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에 대한 편견은 여전한 분위기입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급과 직종을 막론하고 '노가다'라는 말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무튼출근

건설현장 3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스무 살 목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기술직이자 예술직"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18살 나이에 아빠를 따라 건설현장에 발을 들였다는 주인공은 목수의 아이콘이 되겠다며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일터를 공개했습니다.

예능프로 '아무튼 출근'에 등장해서 스무 살 목수로 화제가 된 이아진 양은 19살이던 지난해 11월 다큐 프로 '인간극장'에 출연해 미성년자 목수가 된 사연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앞서 호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진 양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회의감에 빠졌는데요. 당시에 대해 "친구들과도 잘 지냈고 성적도 나름대로 따라가고 있었지만 뭘 하고 있나 싶었다"면서 자퇴를 결정한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호주 유학 시절

다만 자퇴만 하면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아진 양은 한국에 돌아와 더 큰 우울감에 빠졌습니다. 생각과 달리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었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헤어져서 지내는 삶은 끈 떨어진 연처럼 방황했습니다.

호주 유학 시절

길을 잃고 헤매던 아진 양에게 손을 내민 건 아빠 김동민 씨였습니다. 마흔이 넘어 뒤늦게 배운 목공 일에 빠져서 목조주택 건설현장까지 나가게 된 동민 씨는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딸에게 함께 현장에 나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반신반의로 아빠를 따라나선 아진 양은 아빠 못지않게 건설현장의 매력에 빠져들었지요.

인간극장

덕분에 두 사람은 같은 목조주택 건설 팀에 속해 한 달 차이 선후배로 함께 근무 중입니다. 두 사람이 소속된 건설팀의 팀장은 처음 아진 양을 맞이했을 당시에 대해 "아빠를 따라와서 일을 배우겠다고 하길래 장난으로 듣고 그러라고 했는데 계속 따라나오더라.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30대 후반~40대가 되어서야 목조주택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것에 반해 18살 소녀 아진 양의 도전은 생소하면서도 놀라웠던 것.

인간극장

이어 팀장은 "아빠와 딸이 같이 일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부럽다"면서 "우리 딸더러 같이 일하자니까 싫다더라"라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동민 씨와 아진 양은 현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전우애를 쌓은 덕분에 둘도 없는 베스트프렌드가 되었습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 아진 양에게 아저씨이던 동민 씨가 아빠로 거듭난 셈.

사실 동민 씨는 아진 양의 엄마인 윤아 씨와 재혼한 사이로, 아진 양의 새아빠입니다. 34살에 이혼하고 어린 아진 양을 혼자 키우며 사업을 하던 윤아 씨는 본인이 운영 중인 회사 직원이던 동민 씨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아진 양은 새아빠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피 안 섞인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라는 억지로 동민 씨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동민 씨는 아진 양을 진심으로 대하며 기다렸습니다. 자퇴를 결정하고 귀국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딸 아진 양에게 도움이 되고자 자신의 일터에 데려가면서 마음을 쏟았지요. 이에 마음을 연 아진 양은 동민 씨를 아저씨에서 아빠로 받아들였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의지하는 작업동료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한복모델선발대회 출전 모습
너의목소리가보여 출연 모습

우연히 접한 목수 일에 빠져든 아진 양은 현장에 나간 초반 "여자인데 합판 드네?"라는 반응에 '나도 목수하려면 당연히 들어야지'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리고 여자라고 우쭈쭈 해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일을 시작하고 1년 동안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당당하지 못하고 창피한 생각이 들어 무급으로 일했다고 하는데요.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20년 8월부터 일당 10만 원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11만 원으로 일당을 올려 목수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진 양은 "목수가 대우가 있는 편이다"면서 "목수라는 직업은 프라이드가 높은 직업이다. 목수는 기술직이자 예술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영향력을 더 키워서 목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목조주택 목수의 경우, 건설현장에서 팀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초급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의 일당은 12~15만 원 선으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콘크리트 건설현장에 나가는 잡부의 최저임금이 13만 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목수의 임금은 기술직이라고 하기에 턱없이 낮은 대우이지요.

이후 근무기간 1~3년이 지나 경력과 실력이 쌓이면 '중목'이 되는데 이때는 16~18만 원, 다음 단계인 '기공'이 되면 22~24만 원, 그리고 '반장'은 33~35만 원 정도의 일당을 받게 됩니다.

한편 아진 양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건설현장의 건축주를 직접 만난 후,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기가 산다고 하니까 대충 하면 안 되겠다"라며 목수로서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다졌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제일 필요한 게 집이고 건축인데 노가다라는 단어 하나로 낮아지는 게 싫다"라고 말하는 자신감 역시 목수로서의 직업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이겠지요.

머릿속에 상상하는 모습을 나무로 직접 만들어내면서 "나무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서 자유로워진다"는 아진 양. 언젠가는 아진 양의 바람대로 전 세계 곳곳에 작품 같은 공간을 만들어낼 날이 찾아오길 응원합니다.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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