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팬들이 줄 섰다는 계란빵 사장님이 100개 팔고도 수익 0원이던 이유

행복 총량의 법칙을 믿으시나요? 인생의 희로애락에 총량 보존이 적용된다는 것인데요. 어려움 없이 평탄하게 살던 이들에게 노년에 뜻밖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고 어린 시절 힘든 시간을 보낸 이에게는 보상이라도 하듯 행운이 몰려온다는 참으로 공평한 법칙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론보다 냉혹한 법.

신병에 걸린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친척 집을 전전하며 지냈다는 아이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성인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꾸렸습니다. 이제야 행복을 맛보나 싶었던 그때, 아내와 자녀의 병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는 주인공은 개그맨 이수근입니다.

경기도 양평 한 시골마을에서 난 이수근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신병에 걸려 집을 떠나 무속인이 되면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보호가 필요할 나이에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외지에 나가 일하는 날이 많았고 막내 이수근을 비롯해 3남매는 할머니 댁과 큰집 등 친척 집을 오가며 생활했습니다.

엄마 품이 그리웠던 이수근은 형과 함께 무작정 엄마가 지내는 군산으로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두고 떠난 만큼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던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봐도 가슴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게 지내고 있었지요. 마침 손님 하나가 엎어놓은 상을 치우고 있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발견하고는 재단 위에 놓인 돈을 쓸어 담아 챙겨주면서 빨리 돌아가라고 내쫓았습니다.

아버지, 형과 함께 토크쇼에 출연한 모습(KBS 승승장구)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이수근은 늘 불안한 마음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두통약을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생활기록부에는 늘 '밝은 학생'이라고 적혀있었지만 등하굣길에 남몰래 울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요. "어렸을 때부터 눈치 보며 살아 밥 빨리 먹는 게 습관이 되었다"는 이수근이 예능에 진출한 초반 '1박 2일'에서 "밥을 왜 빨리 먹느냐, 눈치를 자주 본다"는 등의 지적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네요.

어린 시절 상처와 아픔을 숨기려는 자기방어 때문이었을까요? 학교에서는 오락 반장을 도맡고 동네 노래자랑의 단골 MC를 보면서 남다른 끼를 펼치던 이수근은 자연스럽게 연예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 연예인이 되기 위한 길이 막연했기에 우선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목표로 관련 학과에 진학했습니다.

96년 강변가요제 참가 모습

서일대 레크리에이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6년 MBC강변가요제에 출전해서 본선 10팀에 들어가면서 연예인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간 이수근은 군 입대를 앞두고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십자인대 파열로 현역으로 군대를 갈 수 없는 상태였는데, 수술비 800만 원이 없어서 강제로 입대를 해야 한 상황. 당시 이수근의 아버지는 "군대서도 수술을 받을 수 있으니 일단 입대해서 군대에서 수술받으라"라고 했고 별다른 방도가 없던 이수근은 입대 후 치료시기를 기다렸지만 점차 늦어져서 상병 때야 뒤늦게 수술을 받고 의병제대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 후 이수근은 개그맨이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잘 곳이 없어서 대학로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거나 24시간 오락실 의자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먹고살기 위해 계란빵 장사에 나섰습니다. 돈암동의 한 은행 앞에서 장사를 한 이수근은 특유의 입담과 성실함으로 여고생 팬들이 줄을 잇는 인기 계란빵 장수가 되었는데요. 다만 동네 건달들에게 수익의 50%씩을 상납해야 하는 데다 우르르 몰려온 건달들이 단 번에 100개씩 계란빵을 먹고 가기도 해서 이수근은 재료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었습니다. 

영화 선물

계란빵 장사를 접은 이수근은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200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개그맨 공채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개그 지망생의 신분이었지만 '개그콘서트'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고, 절친인 김병만과 함께 영화 '선물'에도 출연하면서 열정을 다했는데요.

레크리에이션 강사 시절

방송과 영화에 데뷔한 셈이긴 했지만 연이어 개그맨 공채시험에서 낙방한 이수근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양평 수련원의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공채시험에 먼저 합격해서 '무림남녀'라는 코너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김병만이 찾아와 "다시 한 번 해보자"라고 설득한 덕분에 이수근은 KBS 18기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를 할 수 있었습니다.

1박2일

그리고 2006년 '고음불가' 코너가 대박 흥행을 치면서 이수근은 180도 바뀐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2007년 합류한 예능 프로 '1박2일'에서는 국민일꾼으로 불리며 시청률 51%의 전성기를 이끌었는데요. 수많은 예능 프로에서 활약한 덕분에 2011년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대상, KBS연예대상 등에서 수상하며 최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대학동창의 술집프랜차이즈 사업에 모델로 활동한 이수근

그 시기 이수근은 사업적으로도 다수 호재를 맞았습니다. 직접 운영하던 인터넷쇼핑몰 가라이버와 드림플라워 등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이수근의 얼굴을 내건 대리운전과 술집 프랜차이즈 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이로 인해 한때 이수근 자산 300억 원설이 돌면서 그는 직접 대리운전과 술집의 대표가 본인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더불어 이수근은 2012년 자신의 자산은 32평 아파트와 자가용 그리고 저축뿐이라고 말했는데, 2013년 연예인 주식부자 순위 10위에 오르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재벌닷컴에서 발표한 자료 가운데 이수근이 보유한 SM C&C의 주식 평가액 1억 4000만 원 때문이었는데, 당시 1위를 차지한 이수만 회장의 주식 평가액이 1866억 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큰 액수가 아니었지만 그 시기 이수근의 도박 혐의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가중된 것.

자숙기간 중 형의 가게 일을 돕던 모습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요? 이수근은 2013년 11월 이른바 '맞대기'도박에 빠져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등에 3억 7000만 원을 베팅했다는 혐의를 받고 기소되었습니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법원은 이수근의 어려운 가정사를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앞서 2012년 신장이식을 받은 이수근의 아내가 이식 부작용으로 인해 투병 중에 있는 데다 둘째 자녀 역시 산모의 임신중독증으로 인해 조산하면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결혼식 모습

띠동갑 연하의 아내가 개그맨 '박준형'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 첫눈에 반해서 6개월간 따라다녔다는 이수근은 2008년 결혼에 골인했고 연이어 두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이 뱃속에 있을 당시 아내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조산하게 되었고 결국 아들은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것. 2012년 이수근은 한 토크쇼에 출연해 이러한 사정을 전하며 아내에 대해 "저렇게 예뻤던 여자가 나 만나서 몸이 다 망가지는구나라는 생각에 미치도록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방송에서는 투석실에서 이수근의 아내가 직접 쓴 편지고 공개되었는데요. 편지를 통해 이수근의 아내는 "부작용으로 얼굴이 부어 글로 대신한다. 이식 수술이 결정 났을 때 없어져 버릴까 생각했다"면서 "겨우 여유 생겨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내가 평생 약을 먹고 면역에 약해져 아기의 몸으로 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날 괴롭힌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와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덧붙였지요.

신서유기
아는형님

아내의 투병과 아들의 장애판정, 그리고 불법도박으로 인한 방송중단까지 연이어 위기를 맞은 이수근은 2년 가까운 자숙 끝에 방송 활동에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하는 모습, 무엇보다 여전한 예능감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무엇이든물어보살

그리고 최근 자신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통해 아내와 아이들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연자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몸이 좋지 않은데 딸이 동생을 낳아달라고 한다"라는 고민을 말하자 "우리 아내랑 똑같다"라며 공감한 것. 이수근은 "아내가 아버님한테 신장을 이식을 받았는데 그게 다 망가졌다. 투석한 지 3년째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연자가 조산으로 발달이 느린 자녀의 입학 문제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자 "우리 애도 똑같다"면서 "우리 둘째는 운동신경으로 왔다. 오른팔, 오른 다리에 장애가 있다. 잘 못 쓴다. 다른 애랑 차이가 많이 난다. 속상하다. 미친다"라고 공감했습니다. 이어 "아이가 우리 곁으로 와준 것만으로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최선을 다해서 예쁘게 키우자고 아내와 약속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수근 아내 박지연 SNS

신이 있다면, 이수근에게 행복 총량의 법칙을 제대로 적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음으로 극복하는 힘을 가득 담아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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