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방송국 놀러 간 초등학생이 1055억 원 매출 신화의 주역된 비결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잡는 건 오롯이 당사자의 몫입니다. 어린 시절 특정 분야에 일을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부모가 시켜서' 혹은 '친구 따라 재미로' 시작했을지 모르나 해당 분야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경우에만 꾸준히 일을 이어갈 수 있지요. 

친구 따라 방송국에 갔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성우 일을 9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중학생 소녀 역시 재능 못지않은 노력이 빛을 본 케이스인데요.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만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월드클래스 중학생의 정체는 성우 최보배 양입니다.

유튜브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인기동요 '상어가족' 속 아기상어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한 최보배 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를 따라 방송국에 갔다가 성우 일을 접했습니다. 당시 어린이 성우로 먼저 일하고 있던 친구가 201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크리스마스 광고영상을 촬영하러 가면서 "방송국 구경이나 할 겸 함께 가자"라고 제안한 데 따라나선 것. 

이때 친구와 함께 출연한 영상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얼굴만 간단히 찍는 촬영이었는데, 현장에서 보배 양의 목소리를 들은 감독이 어머니의 연락처를 받아 가면서 이후 성우 일을 권유받았습니다. 다만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 어린이 전문 성우들과 비교해 발성, 발음 등에서 밀려 주연이 아닌 코러스를 주로 맡았지요.

그러던 중 2015년 어린이 음악 콘텐츠 제작 업체 키즈캐슬에서 다양한 동요를 부르면서 일이 늘어났고 일이 늘어날수록 부담도 커졌습니다. 목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몰라 지적을 자주 받았고 초등학생이던 보배 양은 자연스럽게 '힘들다', '하기 싫다'라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해서 재미로 이어가던 일임에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던 보배 양은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발성과 발음 교정을 받아 힘든 시기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해 오히려 더 성장한 보배 양은 핑크퐁과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의 더빙을 맡았고, 비슷한 시기에 영실업 애니메이션 콩순이의 주인공까지 맡으면서 본격 어린이 성우로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유튜브 조회 수 72억 뷰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동요로 유명한 '아기상어'의 녹음을 한 것도 그즈음이었는데, 당시에 대해 보배 양은 "음도 쉽고 가사도 쉬운데 리듬감도 있어 이 노래가 뜰 것 같은 생각은 하긴 했다. 이렇게까지 유명해지고 나니 신기하다"면서 "우연히 아이에게 상어가족을 틀어주는 모습을 보면  '내 목소리'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라며 감격을 표현했습니다.

다만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인기를 얻은 만큼 돈도 많이 받았냐는 질문에는 "노래 한 번 불렀을 때 대가 말고는"이라며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보배 양은 아역이고 전문 성우도 아니라서 최대치로 벌어야 녹음 한 회당 몇십만 원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보배 양은 자신이 맡은 일에 큰 책임을 가지고 임합니다. "핑크퐁 녹음을 할 때는 방방 뛰는 느낌이 포인트"라며 녹음하기 전 실제로 춤을 추기도 했고 "콩순이는 집에서 동생들을 돌보는 큰 언니, 큰 누나 같은 캐릭터"라면서 어린이지만 대견하고 따뜻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주디 역을 맡았을 때는 극중 상황에 맞게 바닥에 누워서 대본 연습을 하고 그때의 목소리 톤을 기억해서 녹음 때 활용하는 영특함까지 발휘했지요.

2016~2017년 해외 연수를 나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머물 때에도 녹음 의뢰를 받아 서울에 있는 음악감독과 인터넷 통화를 하면서 미국 현지 녹음실에서 녹음을 진행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보배 양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만큼 부담감도 있다고 말합니다. 목소리가 맑고 귀엽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가 굵어져서 고민이라는 것. 이에 대해 억지로 아기 목소리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연기하되 말투에 귀여운 느낌을 내기로 했다"는 똘똘한 9년 차 성우 보배 양.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보배 양의 진짜 고민은 진로에 대한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진행한 인터뷰에서만 하더라도 보배 양은 성우나 가수 등 목소리 관련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꼽았는데요. 한 해가 지나고 지난해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자유학년제인 1년간 학교에서 다양한 직업 이야기를 듣고 적성검사도 해보니 '이것 말고도 다른 직업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좋아하는 영어를 활용해서 외교관 직업을 탐색해보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보배 양의 어머니도 "목표가 있어서 달려온 게 아니라 불러주면 가서 열심히 녹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앞으로 보배가 어떤 직업이라도 만족하면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길 바란다"라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응원했습니다. 일찍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열정을 다한 보배 양의 태도야말로 어떤 직업을 가지든 잘 해낼 수 있는 기반과 힘이 되지 않을까요? 

한편 최근 한 예능프로에 출연한 스마트스터디 이승규 부사장은 '상어가족'의 초대박 성과에 대해 "올해 매출 1055억 원이다"라며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늦어도 내년 2월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라고 전했는데요. 아기상어 목소리의 주인공 최보배 양에게도 특별한 보너스가 지급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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