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탁재훈 인교진 로이킴이 포기했다는 '이것'

드라마 속에서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재벌가의 모습이나 실제 대기업의 경영승계 비리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나요? "전문경영인을 둬야 한다"라는 반응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수십 년간 어렵게 일궈온 가업을 내 손에서 온전히 놓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경영에 관심이 없어서 혹은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아버지가 권유하는 가업승계를 뿌리친 용감한 스타들이 있습니다.


30년 가업 포기한 세 아들 우성해운, 차인표

배우 차인표의 아버지는 우성해운의 차수웅 전 회장입니다. 차수웅 전 회장이 1974년 설립해서 30년 넘게 키워온 이 회사는 2005년 운임 매출액이 1억 5000만 달러로, 국내 해운업계의 사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는데요. 1위인 한진해운과 2위인 현대상선이 대기업 그룹 소속이고 3위인 머스크라인이 덴마크계 해외 업체임을 감안하면 우성해운의 위상이 대단한 것을 짐작할 수 있지요.

우성해운은 외국파트너인 짐 라인과 한국파트너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던 회사입니다. 그 중국내 지분의 55%는 차수웅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차 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단 한 주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량 합작사인 짐 라인 측에 매각했습니다. 결국 우성해운의 경영권은 국내 지분의 30%를 갖고 있는 2대 주주에게 넘어갔습니다. 차수웅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키운 회사를 자식이 아닌 남에게 넘겨준 셈.

회사의 규모를 막론하고 이와 같은 사례는 무척 드문 일입니다. 게다가 차 회장 슬하의 3남 1녀는 경영에 뛰어들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춘 수재들인데요. 첫째 인혁 씨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서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셋째인 인석 씨는 미국 MIT 경제과를 나왔으며 고명딸 유진 씨도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둘째인 배우 차인표 역시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뉴저지주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 한진해운 뉴욕지점 근무를 거치면서 해운업계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1993년 MBC 공채 탤런트로 선발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요.  

2004년 차 회장은 세 아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나이 70을 앞둔 상황에서 일선에서 뛰기에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경영권 승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지요. 당시에 대해 차 회장은 "솔직히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라면서도 세 아들에게 "각자 알아서 선택하라"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깊은 고민에 빠진 세 아들은 결국 모두 회사 경영을 포기했고 2006년 12월 차 회장은 2대 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은퇴식을 치렀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첫째를 대신해 단상에 선 차인표는 가족을 대표해 전한 인사말에서 "아버지는 34년 전, 제가 여섯 살 때 우성해운이라는 회사를 만드셨습니다. 오일쇼크도 견뎠고, IMF도 버텼습니다. 재벌이 되지는 않았지만 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34년을 경영해오셨습니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리고 "제가 했던 드라마에서는 주로 아들이 회사를 상속하거나 주주총회 같은 거 해서 회장이 쫓겨나거나 그랬었는데 기분 좋게 헤어지니 행복합니다"라며 의미 있는 농담을 덧붙였지요.


레미콘조합 이사장 국민레미콘, 탁재훈

방송인 탁재훈은 최근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서 " 6월 수입이 0원"이라는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진행자인 김구라는 "(탁재훈의) 아버지가 레미콘 회사를 하신다. 연 매출이 180억 정도더라"라며 무소득에도 걱정 없는 이유를 추측했는데요. 실제로 탁재훈의 아버지는 롯데와 쌍용 등 대기업을 거쳐 90년대 후반 퇴직하고 용인 레미콘 공장을 인수해 현재의 국민레미콘으로 성장시킨 배조웅 이사장입니다.

배 이사장은 2004년 서울경기인천지역 레미콘조합 이사장에 당선된 이후 연이어 재선에 성공하면서 17년째 조합을 이끌고 있기도 한데, 워낙 수도권에 레미콘 물량이 집중되어 있다보니 배 이사장의 영향력은 업계에서 막강합니다.

탁재훈 역시 레미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아버지에게 힘을 실어준 적이 있는데요. 배 이사장은 지난 5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연예계 생활을 청산하고 기업을 이을 생각이 있다면 가업 상속을 할 것"이라면서 탁재훈의 가업승계를 바라는 마음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탁재훈은 "아버지의 권유로 이사 명함을 판 적이 있다. 아버지가 경영수업을 받았으면 하셨다"라면서도 "경영은 전문적인 사람이 해야 하지 않나 아들이라고 물려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또 아버지께 용돈도 받지 않는다면서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인터뷰를 하셨더라. 하지만 나는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전했는데요. "나는 시멘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농담으로 승계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업계점유율 1위 성원산업, 인교진

배우 인교진은 탁재훈보다 한발 더 나아가 경영수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운영 중인 합성수지 제조업체 성원산업의 경영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인데요. 아버지 인치완은 과거 38살 나이로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한 뒤 직접 자신의 사업채를 꾸려보고자 퇴사했고 1995년 성원산업을 설립했습니다.

선박선 전선 케이블 소재를 생산하는 성원산업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 수출실적이 좋아서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연 매출 200억 원대의 단단한 중소기업이지요. 이에 대해 인치완 회장은 직접 방송에 출연해서 업계 1위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한편 아들의 경영승계에 대한 바람도 함께 나타냈는데요. "경영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공장을 찾아 나름대로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인교진은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경영일선에 뛰어들 마음을 가진 적도 있는데, 2000년 MBC공채탤런트에 합격해 데뷔한 이후 오랜 무명시절을 겪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보다 현실적인 길을 모색한 것입니다. 다행히 2009년 데뷔 10년 만에 드라마 '선덕여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인교진은 더 이상 경영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에서 아버지 뒤를 이어 사업을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아버지 회사 경영에 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제 일을 너무 사랑한다. 회사 경영은 아버님이 알아서 잘하실 것"이라면서 확고하게 결심이 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히려 아버지 인치완 회장이 가수로 데뷔하면서 연예인 아들의 후광을 보고 있는 반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장수막걸리, 로이킴

데뷔 당시 엄친아 이미지로 유명세를 얻은 가수 로이킴은 조지타운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과 함께 아버지가 '장수막거리 회장'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장수막걸리의 제조업체인 서울탁주는 산하에 7개의 막걸리 제조장을 두고 각 제조장마다 여러 명의 공동대표가 있는데요. 그중 로이킴의 아버지인 김홍택 교수는 성동 연합제조장의 공동대표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2014년 김 교수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 전체를 로이킴에게 상속하면서 현재 서울탁주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은 로이킴. 사실 이 지분은 김 교수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것입니다. 1962년 서울탁주 설립 당시 주주였던 로이킴의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자신의 아들인 김 교수에게 물려주었고 김 교수 역시 자신의 아들인 로이킴에게 상속하면서 3대째 서울탁주의 대표가 된 셈입니다.

그럼 로이킴이 경영에도 참여하는 것일까? 서울탁주는 외부경영인을 따로 두지 않고 주주들이 돌아가면서 경영을 맡게 됩니다. 로이킴의 아버지인 김 교수 역시 협회 감사와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바 있지요. 하지만 로이킴은 비상근 대표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대신 제조장으로부터 배당금을 받게 되는데요. 서울탁주의 배당금 내역은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지만 업황이 좋을 때 대표 1인당 연간 수억 원대의 배당금을 수령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로이킴이 정준영카톡방 사건과 관련해 부정적 이슈에 휘말리자 서울탁주 측은 재빨리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로이킴에 대한 실망이 장수막걸리에게까지 불똥으로 튀어 '장수막걸리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인데요. 이에 서울장수주식회사 측은 "로이킴은 일반 주주 중 1명"이라며 "사내 영향력이 없는 일반주주이다. 보도가 나가면서 로이킴과 그의 아버지의 회사인 것처럼 알려져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스럽다"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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