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방송가의 대세였던 VJ를 기억하시나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비디오자키의 줄임말인 VJ는 음악전문채널 Mnet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특히 엠넷의 VJ선발대회는 배우지망생 사이에서 연예계 진출의 장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2003년 엠넷 VJ선발대회의 금상 수상자 역시 VJ 활동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일본 대형 기획사의 러브콜까지 받았습니다. 엠넷 좀 봤다는 30대 사이에서는 익숙한 VJ의 놀라운 근황을 만나봅시다.
엠넷의 간판 VJ로 활약하면서 공중파 드라마까지 데뷔한 주인공은 배우 심지유입니다. VJ 심민으로 더욱 익숙한 그는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자주 전학을 다니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 덕분에 활발하고 밝은 성격으로 자랐다고 하는데요. 경북 구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에는 가수 황치열이 활동한 것으로 유명한 댄스팀 '스윙'의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남다른 끼를 가졌기에 이를 알아본 심지유의 친구는 몰래 슈퍼VJ모델 선발대회에 심지유의 프로필과 사진을 접수했고 덕분에 심지유는 21살 나이에 본격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얼떨결에 합격 소식을 듣고 불과 며칠 만에 '생방송 와이드 연예뉴스'의 리포터가 된 심지유는 담당 PD가 지어준 예명 '심민'으로 활동하면서 승승장구했고, 밝은 이미지와 깔끔한 진행 솜씨로 단번에 공중파로 진출했지요.
2005년 심지유는 일일연속극 '별난여자별난남자'에 출연하면서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연기자의 꿈에 한 걸음 다가서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극과 단막극 등을 통해 연기경험을 쌓던 심지유가 잠시 국내 방송가에서 사라졌는데, 다름 아닌 일본의 대형 기획사에 러브콜을 받고 일본활동을 위해 떠난 것.
당시 심지유는 모닝구무스메, 안주루무 등 일본 정상급 걸그룹을 제작한 기획사 업프런트 프로모션의 제안을 받고 일본으로 떠났는데요. 해당 기획사의 걸그룹 제작 프로젝트인 '헬로!프로젝트'의 유학생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트레이닝을 받았고, 걸그룹 풋볼팀 믹스갓타스의 멤버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에서의 데뷔는 무산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심지유는 '날아라슛돌이3'의 3기 매니저로 복귀했습니다. 일본에서 풋볼팀 활동을 한 경험 덕분인지 심지유는 축구경기와 어린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습니다. 해당 프로의 팬들 사이에서는 역대 매니저 중 가장 "진정성있다"라는 호평이 이어졌을 정도.
그리고 해당 방송은 최근 축구선수 이강인이 발렌시아CF에서 활약하면서 재조명 받았고, 자연스럽게 당시 매니저였던 심지유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심지유가 어린 이강인을 잡고 뽀뽀하는 영상이 이슈가 되었는데 일부 팬들은 이를 두고 질투 섞인 악플을 달기도 했지요. 이에 대해 심지유는 "강인이 뽀뽀영상으로 욕도 많이 먹고, 혼도 많이 났다. 그때 제 마음은 강인이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조카를 보는 이모 마음으로 한 것이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슛돌이의 매니저로 성공적인 복귀를 한 심지유는 방송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를 겪으면서 활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2008년 미니시리즈 '대박인생'으로 본격 연기활동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돌연 방송가에서 사라진 것인데요.
소속사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활동을 못했고 원치 않는 휴식기를 가지면서 과거 '데뷔와 활동시기'가 얼마나 행운이었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5년 만에 어렵게 드라마 '무정도시'를 통해 복귀했고 이후 '기황후', '유혹', '아름다운 나의신부' 등에서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열정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가장 최근작인 드라마 '자백'에서 심지유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했는데, 완벽한 장르물로 불린 해당 작품에서 심지유는 극 초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데뷔 18년 차가 된 심지유는 최근 동료배우이자 친한 동생인 서지혜가 출연한 관찰예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목받았습니다. VJ 심민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근황을 전한 계기가 된 것인데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오랜 시간 연기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활동을 이어온 심지유에게 이번 예능 출연이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