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 테이프 들고 기획사 찾아다니던 여중생,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요?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행복은 더 이상 성적순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행복과 꿈을 찾아 직접 발로 뛰고 나서지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일찍이 자신의 끼를 펼치기도 하고 학벌에 연연하지 않고 학업을 포기하는 대신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타국에 온 여중생이 있다면 그 용기 역시 대단한데요. 16살 나이에 자신의 자작곡으로 채운 데모 테이프를 들고 직접 기획사를 찾아다니던 여학생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요?

꿈을 위해 부모님이 계신 미국을 떠난 혼자 한국에 왔다는 겁 없는 소녀는 바로 16살 호현주입니다. 지금은 대중들에게 '제시'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가수이지요. 제시는 지난 2015년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래퍼로 방송가의 대세가 된 이후 '센 언니' 캐릭터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제시가 국내 가요계에 데뷔한 것은 그로부터 무려 10년 전인 2005년입니다.

1988년 미국에서 출생한 제시는 학창 시절 음악선생님이 "흑인 감성이 묻어난다"라고 칭찬해 준 것을 계기로 가수의 꿈을 키웠고, 2003년 가수가 되겠다며 가족과 떨어져 홀로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 나이로 고작 16살, 중학생 나이였던 제시는 자작곡으로 채운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직접 기획사에 보내면서 데뷔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2년여의 연습생 생활 끝에 2005년 12월 제시카 H.O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는데요. '제2의 보아', '제2의 윤미래'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8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여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당시 무대 위 제시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매력적인 눈웃음은 그대로이지만 현재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니라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하지요. 메이드 복장을 하고 '우연히 내 맘속에 들어온 너, 남자라면 용기를 내봐'라는 가사는 센 언니 제시와의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청순하고 발랄한 분위기와 매력적인 눈웃음까지 장착한 신인가수 제시카H.O는 춤과 노래 실력 모두 안정적이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업타운의 새 앨범 객원멤버로 발탁되었지만 그 조차 발매가 연기되면서 제시는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들 곁에서 3년간 긴 휴식을 취했습니다.

2009년 1월 오랜만에 다시 내놓은 곡 '인생은 즐거워'는 최근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도 명곡이라는 칭찬과 제시의 소울풀한 음색은 호평을 받았는데요. 다만 운이 따로 주지 않았던 것인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음악에 대한 꿈을 계속 이어갈지 고민했습니다.

일이 풀리지 않는 와중에도 자신의 꿈은 여전히 음악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돌아온 제시는 새로운 기획사와 솔로 음반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외모에도 살짝 변화를 주었는데요. 2015년 한 예능에 출연한 제시는 당시에 대해 "성형을 했다"라고 밝히며 성형 전 사진을 보고 "청순하고 귀엽다"라며 입을 모아 칭찬하는 MC들에게 "나도 후회한다. 3년 전에 눈과 코를 했는데 사람들이 지금 했다고 말을 하니까 그건 좀 억울하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고 소속사의 권유가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예능에서 제시는 "코 끝을 수술했는데 처음에는 괴물 같아서 울었다. 병원에 가서 울면서 실밥 다 빼달라고 했다. 코가 마치 피노키오 같더라"라며 속상했던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성형 전 제시의 모습이 보다 자연스럽고 귀엽긴 하지만 성형으로 얻은 새로운 매력은 무대 위 제시를 더 빛나게 했습니다. 실제로 제시는 성형 후인 2014년 혼성그룹 럭키제이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5년 4월 '언프리티랩스타'에 출연하면서 소위 대박 흥행을 쳤습니다.

데뷔 초 기획사에서 만든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을 발산한 제시는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방송 중 즉흥랩으로 다른 출연자들에게 디스하는 장면은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레전드 장면입니다. "너희들이 뭔데 날 판단해. 우린 팀이 아니야, 이건 경쟁이야. 이 승자를 가리는 게임에서  난 CEO, 나머지 애들은 다 병풍"이라는 파격적 래핑은 제시여서 가능한 독보적 캐릭터이지요.

제시는 랩뿐만 아니라 가창력까지 뛰어난 모습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MBC '나는 가수다 3'에서 휘성의 듀엣 무대에 등장해  들국화의 '행진'을 파워풀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2018년 7월에는 복면가왕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제시 특유의 산만한 태도와 말투로  금방 정체가 탄로 나기는 했지만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플라이투더스카이의 'sea of love'를 부르며 가창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더불어 제시의 매력은 예능에서도 빛났습니다. 2015년 8월 MBC '진짜 사나이'에서 제시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어눌한 한국어 때문에 크게  고생했는데요. 특히 입소 전날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무리해서 촬영을 진행한 거라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만 방송에 대한 책임  때문에 촬영에 복귀했다고 하네요. 다행히 방송을 거듭하며 점차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또 2016년 출연한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는 몰래카메라를 통해 깜짝 등장한 아버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제시의 노력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지요.

보적인 캐릭터로 예능의 대세가 된 제시는 최근 가요계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제작자로 변신한 싸이와 함께 내놓은 곡 '눈누난나'가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면서 데뷔 최초로 공중파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1위 후보에 올랐고, 음원 사이트의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시는 "음악 쪽으로 엄청 성공한 적이 없다. 매일 싸이 오빠랑 전화하면서 운다. 이거 진짜냐고 묻는다. 오빠가 '이 순간 즐기고 앞으로 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자신의 SNS를 통해 "시끄럽고 멋대로인 저를 이해해주시고, 받아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대한민국 여러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는데요.

음악도 예능도 진심을 다해 임하는 열정적인 모습과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겠지요. 앞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한국까지 온 16살 소녀의 노력이 이제서야 보상받는 것 아닐까요?

한편 제시는 현재 엄정화, 이효리, 화사와 함께 '환불원정대' 활동 준비에 한창인데요. 제작자 싸이의 조언대로 '더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환불원정대 멤버로서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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