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한 달 20일 일하고 500만 원 버는데 면세도 된다는 직업

초과근무를 하고 주말도 빠짐없이 일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삶과 남들 일할 때 놀면서 워라벨을 확보하고 적당히 버는 삶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을까요?

돈과 명예를 빼놓고 직업을 논하기란 어렵지만 최근에는 워라벨 역시 좋은 직업의 기준 가운데 중요한 요건으로 꼽힙니다. 하루 단 4시간씩 한 달에 20일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솔깃하시나요?


새아버지 덕분에
최연소 해녀 되다

일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월 수익 500만 원을 기록했다는 놀라운 직업의 주인공은 29살 해녀 진소희 씨입니다. 최근 예능프로 '아무튼해녀'를 통해 해녀라는 직업의 일상 브이로그를 공개해 화제가 되었지요. 앞서 2016년 25살이던 소희 씨는 다큐멘터리 프로 '인간극장'을 통해 최연소 해녀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2016년 당시 소희 씨는 거제에 새로 설립된 '해녀학교'에 입학하면서 막 해녀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였습니다. 일반적인 해녀아카데미들이 일회성의 체험형식인데 반해 2016년 5월부터 시작한 거제의 해녀학교는 실제 해녀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과정인데요. 이전까지 전국에서 유일하던 해녀양성교육기관인 제주도가 관 주도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현업에 종사하는 해녀들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것 또한 특별합니다.

'인간극장'을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소희 씨는 집안형편상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일찍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네일아트, 피부관리사, 간호조무사 자격증까지 섭렵했고 간호대학 진학도 계획하고 있었지요. 다만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소희 씨는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고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재혼으로 가족이 된 새아버지가 거제에서 3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잠수부였던 덕분에 거제에서의 삶, 바다에서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베테랑 잠수부인 새아버지의 눈에 소희 씨는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숨도 잘 참는 "타고난 잠수부" 그 자체로 보였고, 마침 거제에 생긴 해녀학교에 지원해서 단번에 합격한 것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2016년 5월부터 본격 교육과정을 시작해서 해녀공부 4개월 만에 소희 씨는 해녀 배에 당당히 '해녀'로 취직했습니다. 30년 경력 잠수부인 아버지가 확신한 대로 소희 씨는 야무진 실력으로 일취월장했고 무엇보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꾸준히 연습한 끝에 해녀들 사이에 '상군(숨길이에 따라 상중하 군으로 계급이 나뉘는데, 상군은 10~15m 수심을 들어갈 수 있다)'감이라는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첫 출근을 앞두고 너무 무리해서 연습한 바람에 편도에 농양이 생겨서 급히 수술을 하는 일까지 있었지요.


하루 4시간 일하고 논다고?

독하게 연습을 거듭한 끝에 선배들을 따라 해녀 배에 탄 소희 씨는 이제 5년 차 해녀입니다. 출퇴근 시간이 빡빡해서 힘들었던 병원 근무와 달리 지금 소희 씨의 출근시간은 간조 시간, 물때를 맞춰서 작업하고 풍랑주의보가 뜨면 쉬는 패턴입니다.

작업을 시작하면 200번 정도 다이빙을 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길어야 4시간 정도인데요. 덕분에 나머지 시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해녀라는 직업의 장점입니다.   소희 씨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유튜브 활동도 겸하고 있지요. 2018년 8월, 첫 브이로그를 올리기 시작한 소희 씨는 지난해부터는 또 다른 젊은 해녀 우정민 씨와 함께 '요즘해녀'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채널을 통해 소희 씨는 '해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기도 합니다. 바다에서의 낭만적인 삶을 상상하는 이들에게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생각보다 힘든 직업"이라고 강조했지요. 무엇보다 초반에는 바닷속 지형을 모르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생계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0일 일하고 월수입 500

해당 채널에서 소희 씨는 해녀의 수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는데요. 5년 차 해녀인 본인의 상황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선주와 5:5분배를 기본으로 하며 매일 작업한 물량을 장부에 기록해서 매달 정산 받는 형식을 취합니다. 본인이 수확한 물건으로 정산을 하는 방식이니 개인 역량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지요.

그리고 채취할 물건들이 많이 나는 성수기와 그렇지 못한 비성수기의 수입 차이가 매우 큰 편입니다. 소희 씨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번 달은 20일 정도 작업해서 1000만 원어치 수확을 하고 500만 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반면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작업하는 날이 적거나 물건값이 좋지 않을 때는 100만 원도 못 버는 달도 있어서 수입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직업적으로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연이어 큰 태풍이 세 차례나 오는 바람에 한 달 동안 일주일도 일을 나가지 못했지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남'의 지원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4대 보험이나 퇴직금, 고정수입 등 보장 안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직업적으로 불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것인데요. 소희 씨는 이러한 직업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면세사업자'라서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유일한 장점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과거  일을 시작한 초반 1년은 한 달에 25일가량 일하고도 100만 원 내외의 수익을 겨우 벌었다는 소희 씨는 당시 바닷속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고 바닷속 지형을 차츰 익혀가면서 현재는 연수익이 꽤 안정화된 상황이지요. 유난히 태풍이 많았다던 작년에도 거제 바다의 성수기인 1~6월에 최선을 다해 작업한 덕분에 소희 씨는 연봉 3천만 원을 지켜냈습니다.


욕심내다가는 목숨까지 위험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입 차가 워낙 크다 보니 성수기 때 해녀들은 조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눈앞에 있는 수확물에 욕심이 나서 숨을 한 번 더 참아보겠다고 무리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소희 씨 역시 몇 차례 위험한 순간이 있었는데요.

한 번은 멀리고 오는 배를 보고도 '배가 근처에 오기 전까지 한 번은 더 내려갔다 올 수 있겠다'라고 욕심을 내는 바람에 물 위로 올라오는 순간 돌진하는 배와 맞닥뜨려서 목숨이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소방안전본부가 집계한 최근 3년간 조업 중 해녀 사망사고는 2017년 12명, 2018년 5명, 지난해 7명 등 모두 24명이나 됩니다.

한편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해녀로 살고 싶다는 진소희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녀 아카데미'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2016년 처음 해녀 일을 시작했을 무렵 고무 옷을 입는 법부터 물때와 물속 지형까지 평생 몸으로 익혀온 기술을 고스란히 전해준 선배 해녀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수하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하루 4시간 물질을 하고 남은 시간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20대 해녀 희 씨. 선크림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를 보고 선크림의 성분까지 골라 쓰는 젊은 해녀의 똑소리 나는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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