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강사였던 그녀가 선택한 반전 직업, 월 천만원에 또 다른 반전

사업가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거쳐 최연소 여자 고물장수가 된 35살 여성이 화제입니다. 다큐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된 변유미 씨의 사연인데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은 변유미 씨는 스무살 무렵 일찍이 돈을 벌기 위해 동대문 옷 도매상으로 일했고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어린 나이에 큰돈을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번 돈은 쉽게 잃는다고 했던가요? 어린 나이에 큰돈을 손에 쥐면서 돈의 가치를 몰랐던 유미 씨는 번 돈을 쉽게 썼고 사업적으로도 더 큰 가게의 사장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욕심에 잘 알지 못하는 업종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7개월 만에 2억 원의 빚을 졌고, 돈은 물론 사람까지 잃게 되면서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게 되었지요. 집 밖을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지친 그때가 고작 25살. 이후 변유미 씨는 망가진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에 재능을 발견한 덕분에 스포츠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최연소 여자고물장수, 변유미 씨

3년 가까이 인기 강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결국 더 젊은 강사를 선호하는 업계 분위기에 밀려 직접 센터를 차려야만 살아남는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창업을 위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변유미 씨가 처음 도전한 것은 여행가이드, 하지만 곧 코로나19로 인해 강제 귀국하게 되었고 갈 곳을 잃은 유미 씨의 눈에 띈 것은 바로 이모와 이모부가 운영 중인 고물상입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어엿한 고물상 사업의 주인이 된 모습은 유미 씨에게 롤모델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나이제한도 자격요건도 없이, 그저 일하는 만큼 벌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데요. 부지런히 모은 고물의 중량을 재는 계근대에 오르면 하루 노동한 만큼 정직하게 돌아오는 현금이 짜릿한 희열을 주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4개월 차 고물장수인 유미 씨는 수백 장의 고물사진을 찍어가며 공부한 끝에 겨우 고철과 비철을 구분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직 값나가는 고철을 척척 뜨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고물상을 열어서 제대로 된 고물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지요.


월 천만 원 수익 내던 호황기

사실 고물상이 사업적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입니다. IMF 이후 실직자들이 대거 고물상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 중반 이후 고철 등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고수익 사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인데요. 2008년 중앙일보에는 '대졸자까지 뛰어드는 고물상의 부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실제로 대학 졸업 후 13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고물상을 개업한 41세 남성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연의 주인공은 "사업 1년 만에 월급쟁이 시절보다 수입이 3~4배 많아졌다"라며 매출이 늘면서 직원도 2명이나 채용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해당 기사에는 고물상의 인기 비결에 대해 전문 기술이나 큰 자본 없이 누구나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특별한 절차나 허가도 필요 없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실제로 100~500만 원쯤 들여 중고 1톤 트럭 한 대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해서 공단 주변과 공사현장 등을 하루 7~8시간 정도 헤집고 다니면 1톤 트럭 한 대 분량의 고물을 모아 6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튜브채널 '온라인으로 돈 버는 법, 식보이'에 등장한 고물상 13년차 사업가 역시 "베이징 올림픽할 때만 해도 한 달에 2~3000만 원씩 벌었다"라며 "월 순수익만 천만 원을 넘었다"라고 고물상의 호황기에 대해 증언한 바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하면서 세금도 낸다

다만 대졸자까지 뛰어들면서 대세 사업이 된 고물상의 전성기는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7월 폐기물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2013년부터 폐기물 처리 신고가 의무화되었고 이전까지 특별한 절차나 허가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고물상은 철저한 신고 제도 하에 종속되었습니다. 게다가 고물상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제한되면서 기존 고물상까지 강제 이전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요.

또 고물상에 대한 세제혜택도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폐품을 거래할 때 세금계산서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매입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던 의제매입 세액공제율을 축소한 것인데요. 때문에 2013년까지 고물상 매출 1억 원 기준 540여만 원의 세금이 부과되었다면 법 개정 이후에는 76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세금 공제가 줄어들면서 고물상들은 단가를 낮추었고 실제로 1kg에 150원 수준까지 올라갔던 폐지 가격은 2014년 기준 70~80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폐지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을 비롯한 고물장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지요.


쓰레기를 수입한다고?

그리고 2020년 현재 고물의 가격은 회복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NO입니다. 올해 5월 기준 고철은 1kg당 160원, 헌 옷은 50원, 박스 및 파지는 40원, 신문은 60원, 칠 캔은 30원. 고물상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인데요. IMF도 피해 갔다던 고물상의 경기가 이처럼 맥을 못 추는 것은 고물 사업이 수출입 및 무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4000톤이 넘는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양의 폐플라스틱을 수입합니다. 국산 페트병은 이물질이 섞여 있거나 색깔이 들어가 있고 포장재도 잘 떼어지지 않아서 재활용업체들이 꺼리기 때문이지요. 재활용업체들 입장에서는 가공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산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깨끗한 일본산을 수입해서 재활용하는 게 남는 셈입니다.

대신 국내 폐플라스틱은 대부분 중국 등에 수출했는데, 2017년부터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거부했고 국내 폐플라스틱 수출 1위국인 베트남 역시 2021년부터 폐플라스틱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국산 폐기물 처리에 큰 난항이 생겼습니다. 또 올 초에는 중국이 폐지 수입조차 금지하면서 국내 폐지 가격이 급락했지요.

게다가 지난 7월부터는 그동안 허용됐던 폐지의 해외 수출입도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50만 톤의 폐지가 폐기물 수입신고 없이 수입되었는데, 환경부의 전수조사 결과 신고 면제 규정을 악용해 폐비닐, 폐플라스틱, 음료수 캔과 같은 이물질이 다량 포함된 폐지를 함께 반입하려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어 폐지를 폐기물 수출입신고 대상으로 포함시키게 된 것입니다.

폐지를 포함해 남아도는 폐기물들은 가격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인기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국내 재생원료를 적극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요. 환경부는 "국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다시 국내에서 활용되는 순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배출되는 재활용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오염된 배달음식 용기를 씻어서 분리배출하라"라는 등 당부를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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