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에게 맞는 게 싫어서 체육관 다니기 시작했다는 고딩, 지금은?

학창시절 '일진' 무리에게 당한 기억이 있나요?

빵셔틀이나 왕따 등 지속적인 괴롭힘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위 '잘 나간다'라는 일진들에게 자존심 상하는 상처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있지요. 특히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일진 무리에게 '만만한 아이'로 찍혀서 이유 없이 당하는 일이 잦았을 텐데요.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이모의 보살핌을 받던 '그'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일진들의 타깃이 되곤 했습니다. 맞고 다니는 조카가 답답했던 이모는 강제로 '합기도장'에 끌고 갔는데요. 이후 180도 바뀌었다는 그의 삶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일진들에게 맞고 지내던 아이

합기도장에 가다

학창시절 좀 맞고 지냈다는 주인공은 격투기 선수 정찬성입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는 일진들에게 심심풀이로 맞았고, 집에 오면 맞벌이 부모님이 바쁘다 보니 그저 컴퓨터 게임만 붙들고 있는 외아들이었지요.

그러던 중 잠시 함께 살았던 작은 이모는 밥도 잘 챙겨 먹지 않고 게임만 하는 조카가 답답한 마음에 합기도장에 끌고 갔습니다.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라 정찬성을 낙법을 배우는 데만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내 운동에 재미를 느꼈고 보다 실전에서 강한 운동을 찾아 킥복싱에 빠졌습니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밤 12시까지 운동하는 게 일상이 된 정찬성. 고등학교 당시 그는 매일 5시간을 들여 운동장 200바퀴씩을 돌았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관장님이 뛰라고 해서"였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당시 관장님이 붙인 별명이 바로 '좀비'였지요.

이후 자연스럽게 무도인의 길을 걷게 된 정찬성은 대학에 가서는 주짓수를 배웠고 킥복싱과 주짓수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격투기 무대로 뛰어들었습니다. 다만 천하장사 출신이라거나 올림픽 메달리스트 혹은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기구한 사연까지 특별한 스토리나 스펙이 없었던 정찬성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없이 말 그대로 바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대전료 15만 원 → 8000만 원

한국인 최초 타이틀매치

첫 대전료는 100만 원, 두 번째는 토너먼트에서 받은 15만 원, 심지어 하루 3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음에도 160만 원을 받았다는 정찬성은 지방 축제의 이벤트 경기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의 한 한우축제에서 열린 이벤트 경기를 지켜본 해설 위원은 당시 정찬성의 모습에 대해 "치고받고 때리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라며 강렬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에 대해 "내가 불태울 수 있는 15분이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라고 회상하는 정찬성은 실제로 18만 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신문배달, 호프집, 편의점, 패스트푸드 식당까지 각종 알바를 섭렵하면서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주변에서는 운동만 하는 정찬성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운동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느꼈습니다. 돈은 못 벌지언정 계속 이겼으니까요.

계속해서 이기다 보니 몸값 역시 자연스럽게 상승했습니다. 2008~2009년 일본 MMA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경기당 대전료는 100~200만 원 사이였는데, 2010년 WEC로 넘어가면서 몸값은 수직 상승했습니다. 첫 경기 대전료가 5000달러인데다 승리수당과 보너스를 합해 총 8000만 원 정도를 받았지요.

특히 미국 무대에서 정찬성은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KO승이 많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대전료 역시 수천만 원대로 뛰었습니다. 언론의 관심과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UFC 무대에 선 앞선 선수들과 달리 정찬성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끝에 UFC에서 먼저 인정받았고 그 인기에 힘입어 반대로 국내 팬들에게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칭을 얻고 국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최고조에 다다른 2013년 8월 정찬성은 한국인 최초로 타이틀전을 치렀습니다. 어깨가 빠지지만 않았다면 조제 알도를 잡고 챔피언 벨트를 맬 뻔도 했지요.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고 경기 내용이 좋았다는 것, 아쉬운 패배였다는 것,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저 "정찬성이 졌다"라는 결과만 남았지요.


99% 맞춰준다는 3살 연상 아내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매치에서 지고 탈골에 안와골절까지 큰 부상을 입은 정찬성에게 무엇보다 가장 큰 상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합에서 지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났고 대중들 역시 격려보다는 비난이 많았지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위로해 준 것 역시 사람, 다름 아닌 지금의 아내 박선영입니다.

두 사람은 술자리를 통해 우연히 만나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는데, 첫 만남에서 정찬성은 박선영에게 자신을 '배드민턴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미 UFC에서 뛰고 있던 그를 알아본 팬들이 사인을 받으러 오자 "이용대 선수랑 같이 시합에 나가서 그런 것 같다"라며 거짓말을 둘러대기도 했지요.

연애 초반 정찬성은 "어릴 때부터 혼자 서울에 와서 먹을 거 없이 힘들게 살아서 안식처가 있으면 좋겠다"라며 잘 챙겨주는 사람이 좋다고 어필했는데요. 이에 3살 연상의 박선영은 안쓰러운 마음에 정찬성을 챙겨주면서 마음이 커졌고 특히 2013년 조제 알도와의 대결에서 지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을 지켜줘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실제로 결혼 후 아내 박선영은 "남편에게 99% 맞추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2014년 결혼한 뒤 현재까지 7년 동안 남편의 발톱까지 깎아주고 있다는 박선영은 "예전에 남편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니,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했다"라며  "그래서 내가 네 꿈 이루어질 때까지 모든 걸 포기하고 다 해주겠다고 했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경기당 수억 버는데 2500원도 못쓴다?

챔피언이 되겠다는 남편의 꿈을 적극 지지하는 아내도 격투기 선수인 남편에 대한 걱정은 멈출 수 없습니다. 실제 경기에서 기절한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는 아내는 정찬성이 시합에 나갈 때마다 당시 트라우마 때문에 무척 괴롭다고 하는데요. 워낙 위험한 직업이다 보니 처가에서 결혼을 반대했을 법도 하지만 의외로 단번에 결혼 승낙을 받은 정찬성의 특별한 매력은 따로 있었습니다.

정찬성이 장모님과 첫 만남에서 식사 후 카페에 가서 "너무 비싸 무슨 1인 1커피야"라며 커피값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에 장모님은 정찬성의 알뜰함과 생활력에 반해 그 자리에서 "결혼 날짜는 언제로?"라고 결혼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지요.

대전료를 비롯해 승리 수당과 보너스까지 합하면 경기당 억 단위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스타 파이터가 된 만큼 이제 커피 정도는 마음껏 마셔도 될 듯 보이는 정찬성은 여전히 알뜰살뜰한 모습입니다. 최근에도 정찬성은 "내가 게임 아이템 2500원도 못 샀다. 내가 시합을 그렇게 해도 2500원을 못쓴다"라며 웃픈 하소연을 늘어놓았지요.

이에 대해 정찬성은 한 예능에 출연해 보다 솔직하게 경제적 상황을 고백했는데요. 지난 4월 출연한 방송에서 그는 "4개월 전 받은 대전료로 체육관 직원 월급 등 생활 중이다. 격투기는 연맹이 없고 스폰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며 "아이가 셋이다. 돈에 대한 것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라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더불어 운동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욕을 먹으면서도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방송 나가는 이유는 하나다. 시간 대비 고소득이다. 운동에 더 집중하려고 방송을 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박재범 덕분에 대전료 많이 올랐다

다행히 운동에 집중하려는 정찬성에게 아내 외에 또 한 명의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습니다. 바로 소속사 대표 박재범. 정찬성이 운영 중인 체육관을 이용하다가 계약까지 맺게 되었다는 두 사람의 인연은 힙합 레이블과 UFC 파이터의 만남으로 이슈가 되었는데요.

최근 정찬성은 한 예능에 출연해 파이트머니에 대한 질문에 "박재범이 딜을 해서 많이 올려줬다"라며 본인은 '파이트머니 얼마 해줄게'하면 '어 그래요 고맙습니다'한 반면 박재범은 딜을 더 해서 많이 올려줬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정찬성이 스타가 된 이유는 단 하나, '잘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기 위해서 앞으로 할 일 역시 '잘 싸우는 것' 뿐이겠지요. 챔피언을 목표로 하는 격투기 선수가 잘 싸우기 위해서라면 '방송에 출연하는 것', '힙합 레이블에 소속되는 것' 역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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