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를 지낸 이들 중 '이효리'가 광고하는 물건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자타공인 톱스타였던 이효리는 2005년 삼성 애니콜 광고에 출연해 삼성 휴대폰을 업계 1위로 등극시켰습니다. 실제로 이효리가 모델이던 4년 동안 매출이 300% 이상 증가한 삼성은 계약 종료 후 이효리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광고를 따로 제작하기도 했지요.
그 외에도 이효리는 소주 '처음처럼'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모델로 활동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순식간에 높였고 그 결과 처음처럼은 시장점유율 15%에 진입했습니다. 심지어 청바지 업계는 이효리가 캘빈클라인 모델일 때는 캘빈클라인이 1위였다가 2009년 이효리가 게스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에는 게스가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광고 퀸 이효리는 지난 2012년 상업광고 출연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장기간 모델로 활동했던 처음처럼과 계약을 만료했으며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와도 재계약하지 않았지요. 이에 대해 이효리는 "오래 활동하다 보니 대중들과도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들면서 이제는 솔직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많았다. 제품을 쓰면서 광고하는 분도 많다는데 사실 나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채식을 하면서 우유나 동물 실험을 한 화장품 광고를 할 수가 없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다"라며 "막판에는 들어오는 것도 많이 없었다"라고 솔직한 TMI를 덧붙였지요. 말하자면 과장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업성 광고에 출연하는 것이 대중을 상대로 한 거짓처럼 느껴져서 불편하다는 점과 환경운동과 채식, 동물사랑 등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내용을 고사하겠다는 결심을 전한 것인데요.
들어오는 광고가 많지도 않다는 이효리의 겸손함과 달리 이효리는 최근까지도 수억 원 대의 광고를 제안받았습니다. 특히 예능 프로 '효리네민박' 출연 이후 최소 5곳 이상의 광고 제안을 받았는데 그 액수만 3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보도되었지요. 하지만 이효리는 앞서 자신이 밝힌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해당 광고 제안을 모두 거절했고 방송제작비 충당을 위한 최소한의 PPL에만 협조했습니다.
이효리 본인 역시 "톱스타의 자리에서 점점 내려오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다만 내려오겠다는 이효리의 의지와 달리 대중들은 이효리를 여전히 놓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 상업광고를 중단했음에도 이효리의 광고효과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지요.
소길댁 이효리 사진 한 장 덕분에
렌틸콩 매출 42배 증가
2013년 결혼한 후 제주도에 자리 잡은 이효리는 한동안 방송은 물론 모두 언론과의 접촉을 중단하고 대중들에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5월 '소길댁'이라는 닉네임으로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는데요. 평범한 듯하면서도 세련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효리의 블로그 게시물은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블로그 개설 초반 가장 핫했던 게시물은 바로 '조용한 아침'이라는 제목의 아침상입니다. 공개한 사진 속 이효리 부부의 아침식단은 식빵, 계란, 사과, 렌틸콩 등이 올라와 있었고, 그중 렌틸콩에 대해서는 "렌틸콩은 삶아 올리브유와 비니거를 넣고 살짝 볶아준다"라는 조리법도 덧붙였지요. 덕분에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한 식재료였던 렌틸콩은 순식간에 주목받는 건강식품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효리의 아침상이 공개된 2014년 렌틸콩 수입 금액은 전년 대비 약 42배나 증가했습니다. 2013년 27만 5천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1천159만 2천 달러로 급증한 것인데요. 2014년 월별 렌틸콩 수입 금액을 분석해보면 3월과 5월에는 3~4만 달러로 들쭉날쭉하던 수입 금액이 이효리가 렌틸콩을 소개한 5월 이후 6월부터 갑자기 11만 5천 달러로 뛰더니 7월에는 83만 4천 달러, 8월에는 155만 6천 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비키니 춤이라도 추겠다
쌍용 티볼리
지난 2015년 출시된 쌍용 '티볼리'는 이효리가 광고에 출연한 적이 없음에도 한동안 '이효리 자동차', '이효리 티볼리'로 불렸습니다. 그 이유는 티볼리가 출시되기 직전인 2014년 12월 티볼리의 이미지가 최초 공개되자마자 이효리가 공짜 모델로 나서겠다는 특별한 공약을 제안했기 때문인데요. 이효리는 2014년 12월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쌍용에서 내년에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되었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후 티볼리는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주목받았습니다. 이효리가 출연하기도 전 이미 이효리의 광고효과가 나타난 것이지요. 심지어 이효리의 티볼리 발언 이후 쌍용차의 주거난 3거래일 동안 16.11%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효리 발언 직전인 17일과 18일 이틀간 8% 넘게 하락하며 하향세를 그리던 쌍용차 주가가 이효리가 트위터에 글을 게재한 19일부터 상승세로 들어선 것인데요.
하지만 센스 넘치는 응원을 전한 이효리에 반해 쌍용차는 예능을 다큐로 받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광고 무료 출연 의사를 밝힌 이효리에게 "이미 광고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라며 "티볼리의 콘셉트와 이효리 씨의 이미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지요. 게다가 일부 영업사원들이 이효리의 발언을 판촉에 활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효리 역시 해당 판촉물을 인지하고 "아직 춤 안 췄다 이눔들아~~"라는 댓글을 달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쌍용차의 미흡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티볼리와 쌍용에 대한 응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마힌드라 그룹 회장의 트위터에 "나는 오늘 요가를 하면서 당신을 생각했어요. 쌍용차 퇴직자와 해고자에게 당신의 나라 인도의 사랑을 전해주세요. 나마스테"라는 글을 게재했고 이에 마힌드라 회장은 티볼리 신차 발표회에서 "쌍용차가 흑자로 전환하면 2009년 쌍용차를 떠난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의 복직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쌍용차는 티볼리 덕분에 매출이 상승했고 2016년 9년 만에 흑자전환을 실현했습니다. 티볼리는 출시 후 17개월 만에 10만 대 생산 및 판매를 돌파해 쌍용차 모델 중 최단기간 10만 대 돌파 기록을 달성했는데요. 덕분에 2016년 상반기 쌍용차의 판매 대수는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티볼리의 대박 성적에 이효리의 발언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겠죠?
광고출연료는 구두 한 켤레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 서버 다운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의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상품을 출시하고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던 그들을 구제한 것은 바로 이효리. 지난 20일 이효리는 자신의 SNS에 "청각 장애인분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아지오 구두. 이렇게 예쁘기까지"라는 설명과 함께 아지오의 샌들과 로퍼 등을 착용하고 다양한 패션을 선보인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이 공개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아지오의 홈페이지 서버는 다운되었습니다. 아지오는 사회적 협동조합 '구두 만드는 풍경'의 수제화 브랜드인데요. 2010년 설립된 아지오는 장애인이 만드는 구두라는 편견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다 2011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굽이 닳은 아지오 구두를 신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제가 되었고 같은 해 10월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지요.
이후 유시민과 유희열이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아지오의 광고 모델로 나섰고 유희열의 제안으로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도 광고모델을 수락했습니다. 2018년 8월 이효리와 이상순은 아지오 제품을 착용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모습의 화보를 공개했지요. 당시 두 사람의 광고 출연료는 각각 수제화 한 켤레씩.
그리고 2년이 지난 최근 이효리가 다시 한번 아지오의 모델로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화보에 비해 더 세련되고 다양한 패션을 선보인 데다 이효리가 직접 자신의 SNS를 통해 화보를 공개한 덕분에 광고효과는 홈페이지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두 만드는 풍경의 유석영 대표는 "이달 문제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기념하여 신상품 4종을 출시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라며 "이번에 아지오 신상품 출시에 맞춰 직접 촬영한 사진을 무상으로 전달했다"라고 이효리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3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도 뚫지 못했던 코로나19의 여파를 이효리가 단번에 이겨낸 셈인데요. 광고효과만큼은 대통령보다 이효리가 우위에 있는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