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소중한 시기에 2년이나 사회와 단절되어 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병역의무. 미래를 위한 준비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 2~30대 중요한 시기에 병역의무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경력단절의 경험입니다. 배우들 역시 군 복무 기간 동안 대중들에게서 잊힐까 봐 큰 불안감을 가지는데요. 때문에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대학원 등을 사유로 입대를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군 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피하고 입대를 결정한 스타가 있습니다. 어깨뼈가 움직이는 큰 부상을 입고도 "군대가기 싫어서 수술했다"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수술을 포기했다는 선수 출신 배우를 만나볼까요?
심각한 어깨 부상으로 프로 입단을 아쉽게 놓친 야구선수 출신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태성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한 이태성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0년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등이 참가한 친선야구 대회에 대표로 선발돼 출전할 정도로 촉망받던 선수인데요. 고교 2학년 때 한 프로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까지 받았으나 부상으로 은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학창시절 내내 야구밖에 모르다가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하게 된 이태성은 입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고 마침 입시학원에 붙어있던 오디션 포스터를 발견하면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게 됩니다. 바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대역배우 오디션이었지요. 야구 경력자를 뽑는다는 문구에 자신감을 얻은 이태성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했고 촬영에 합류했습니다.
영화 촬영장에서 이태성이 맡은 역할은 야구 선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코치와 대역이었습니다. 이범수, 공유, 하정우 등 배우들에게 자세를 가르치고 얼굴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 대역으로 출연했지요. 하지만 대역으로만 참여하기에는 너무 돋보이는 미모 덕분이었을까요? 이태성은 촬영 도중 작은 배역을 맡게 되어 직접 배우로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부상 때문에 포기했던 야구는 이태성과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연기'라는 새로운 길로 가는 기회를 준 셈인데요. 특별한 계기로 연기에 입문한 이태성은 이후 연예계에 학연이나 지연은 물론 아무런 정보와 경험도 없이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이태성은 몸에 근육이 많았고 허벅지 둘레가 66cm에 몸무게가 90kg이 넘다 보니 카메라로 보면 덩치가 커 보이는 편이었지요. 때문에 오디션을 보면 "시커멓고 뚱뚱하다. 살 빼고 다시 와라"라는 말을 듣고 낙방하기 일쑤였습니다.
이후 온갖 다이어트를 다 해봤다는 이태성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성은 살을 뺄 때 먼저 속을 비우고 위가 줄어든 상태에서 식이요법을 시작한다면서 "남자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운동을 시작하고, 여자들은 굶는다. 그런데 반대로 해야 한다. 남자들은 내장부터 찌고, 여자들은 피하지방이 많아서 운동으로 빼야 한다"라고 운동선수 출신다운 철저한 자기관리 비법을 내놓았지요.
실제로 운동을 그만둔 직후에 비해 20kg 이상 몸무게를 감량한 이태성은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어 가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오디션에서는 무조건 튀어야 된다"라는 인터넷 정보를 믿고 영화 '사랑니'의 오디션에는 젤을 잔뜩 발라 뻗친 머리를 하고 야한 재킷을 입고 참가했지요. 하지만 오디션장에서 이태성이 처음 들은 말은 "재킷부터 벗고 하죠"였습니다.
결국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찬물에 머리까지 감고 돌아온 이태성은 오디션장을 어색해하고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신인의 순진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 덕분에 영화 '사랑니'의 17살 이석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무려 영화 '해피엔드' 정지우 감독의 후속작에서 주연을 맡게 된 것이지요. 심지어 함께 멜로를 그려야 할 상대 배우는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오른 여배우 김정은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주연의 부담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배려로 극복되었습니다. 김정은은 촬영 초반 이태성에게 처음으로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리는 선후배도 스타와 신인도 아니야. 단지 파트너야"라는 말로 이태성을 배려했고 정지우 감독은 토라진 장면을 살리기 위해 사나흘 동안 김정은과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도록 해 실제로 답답한 마음이 들도록 했지요. 덕분에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기를 해낸 이태성은 주목받는 신인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태성은 '9회말2아웃', '개와 늑대의 시간', '떼루아' 등 미니시리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이후에는 '살맛납니다'와 '애정만만세' 등 일일극의 주연으로 출연해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이태성이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게 된 작품은 2012년 출연한 미니시리즈 '옥탑방 왕세자'인데요. 해당 작품에서 이태성은 여주인공인 한지민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미움과 함께 배우로서 사랑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실제로 해당 작품 이후 이태성은 후속작에서 미니시리즈의 주연급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배우 중 하나가 되었지요.
다만 주연급 배우로 떠오르던 시기에 이태성에게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결혼과 동시에 아들이 생긴 것인데요. 7살 연상의 비연예인과 3년간 열애 끝에 결혼을 준비하던 중 임신사실을 알게 된 이태성은 아들이 출생한 2012년 4월 혼인신고부터 하면서 법적 부부가 되었습니다. 다만 임신과 출산으로 연기한 결혼식은 이태성의 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연이어 별세하면서 다시 한번 미룰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혼식은 치르지 못했지만 이미 한 가족이 된 아내와 아들을 위해 2012년 11월 이태성은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을 SNS를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더불어 이듬해 3월경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했지요. 이태성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은 많은 여성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는 일이었지만 배우로서 이태성의 입지를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태성은 2013년 시청률 20%를 기록한 주말극 '금나와라뚝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연기자로 거듭났습니다. 미니시리즈와 일일극, 주말극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 이태성은 더 이상 야구선수 출신의 배우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 배우 그 자체였지요.
하지만 이태성에게는 연기 활동에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금나와라 뚝딱'이 종영한 직후 같은 해 11월 입대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 이태성은 야구선수 시절 야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했던 어깨 부상 때문에 정상적으로 어깨 수술을 받는다면 군 면제 처분을 받을 상황이었는데요. 병원에서는 건강 상의 이유로 수술을 권했지만 오히려 이태성은 수술을 하면 군대에 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배우로서 시청자 앞에 계속 서야 하는 입장에서 대중들에게 "군대가기 싫어서 수술한 것 아니냐"라는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미 입대를 위해 수술을 포기하고 어깨뼈가 움직이는 상태로 지내온 이태성은 현역 입대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입대가 결정되기 전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이태성은 최종적으로 가족부양 관계로 상근예비역의 자격이 되었지요.
원하던 현역병이 되지는 못했지만 결혼식까지 다시 한번 미루면서 조용히 훈련소에 입소한 이태성은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다했는데요.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2015년 2월 다소 충격적인 소식 전했습니다. 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혼인신고 후 법적 부부 관계였던 7살 연상의 아내와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였고 둘 사이 아들의 양육권은 이태성이 가지기로 했지요.
전역한 이태성은 군 복무로 인해 오랜 공백을 가졌다가 복귀한 배우로서, 그리고 혼자서 아들을 책임지게 된 가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7월 전역한 이태성은 9월부터 방영되는 주말극으로 바로 복귀했고, 2016년에는 난생처음 뮤지컬에 도전하기도 했지요. 해당 뮤지컬 공연 중 이태성은 더블 캐스팅된 배우가 사정상 하차하자 그의 스케줄까지 모두 소화하다가 공연 도중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체력이라면 자부하던 선수 출신의 이태성이 과로로 인해 쓰러질 정도로 일에 매진한 것은 아마 싱글대디로서의 책임감 때문이겠지요. 이후에도 이태성은 드라마 '황금빛내인생', '미스함무라비', '황금정원' 등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요. 촬영으로 바쁘다 보니 평일에는 어머니께 10살 아들의 양육을 부탁한다는 이태성은 주말에도 아들과 놀다가 갑자기 스케줄이 변동되어 가야 할 때 "미안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라는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태성의 마음을 아는지 10살 아들은 일하러 가는 아빠에게 떼쓰기보다는 "아빠 잘 가"라고 소리 지르며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응원해 준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동생을 빨리 만들어 달라며 직접 동생의 이름을 작명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일에 매진하고자 하는 이태성은 결혼에 대한 질문에 그저 "나중에는 동생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라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아들을 위해 주말까지 가리지 않고 일하는 아빠 이태성과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고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를 이해하는 아들, 누가 더하달 것도 없이 서로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배려가 가득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