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교주가 '신이 정해준 배필'이라는 명목으로 여성 신도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일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인데요. 2017년 방영된 드라마 '구해줘'에서는 교주 조성하가 서예지에게 "당신의 죄를 지우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 모두 영이 하나여야 한다, 그래야 내 몸 안에 있는 가장 좋은 영의 기운을 전해줄 수 있다"라며 겁탈을 시도하는 장면이 등장해 충격을 주었지요.
그리고 드라마 속 내용처럼 실제로 '영적 배필'이라는 이유를 들어 여성 신도를 유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교주가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둘이나 있는 유부녀 신도에게 이혼을 종용했다는 주인공은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있는 신천지의 교주 이만희인데요. 이만희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폭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만희에게 영적 배필로 꼽힌 당사자 김남희입니다.
김남희는 지난 10여 년간 신천지의 2인자이자 이만희 뒤를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인데요. 더불어 이만희가 직접 지목한 '영적 배필'이면서 두 사람의 동거와 내연관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지요. 신이 정해준 배필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부부관계가 아닌 내연관계를 이어온 것은 이만희가 이미 1966년 결혼한 유부남이기 때문인데요.
이만희는 김남희를 만나기 전까지 신천지의 대내외 공식행사에 아내인 유천순과 동행했습니다. 유천순은 신천지 내부에서 사모로 불렸고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알려진 그대로였지요. 하지만 최근 김남희가 내놓은 주장에 의하면 이만희는 신도였던 김남희에게 총각 행세를 하며 접근했는데요. 2002년 신천지 성경 교육이 끝나는 수료식 날 두 사람은 식사 자리를 통해 처음 만났고 당시 이만희 교주는 신도인 김남희를 보자마자 "이미 올 줄 알고 있었다. 꿈에서도 같이 손을 잡고 일을 했다. 얼굴을 보니 내가 꿈에서 본 바로 그 얼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남희는 당황했지만 자신이 믿는 교주가 자신만을 위해 특별한 말씀을 내려주니 감사하게 생각했는데요. 이후 김남희가 지역의 선교센터의 운영을 맡으면서 두 사람은 몇 차례 더 만날 기회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이만희는 김남희 소유의 계룡시 아파트를 보고 "전망이 좋으니 책도 쓰고 머리도 쉬고 그럴 데가 필요한데 여기가 딱 좋다"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김남희는 해당 아파트의 열쇠를 넘겼고 이후 이만희의 부름으로 해당 아파트에 가자 이만희는 다소 충격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청혼했는데요. 당시 이만희는 김남희에게 자신의 총각이고 결혼이나 혼인신고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사모로 불리는 유천순에 대해 묻자 '밥해주는 할머니'라며 거짓말로 둘러댔지요.
더 놀라운 것은 이만희뿐만 아니라 김남희 역시 당시 아이가 둘이나 있는 유부녀였다는 점입니다. 이만희 역시 해당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이만희는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보내 주는 짝이 있는데, 그게 바로 당신이다"라고 설득했습니다. 이에 김남희가 "하나님은 가정 파괴하는 분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하자 이만희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지켜줄 울타리가 있었다가 때가 되어 하나로 만나게 해 줬다"라며 이혼을 종용했는데요.
결국 김남희는 딸의 결혼식을 치른 후 남편과 이혼했고 이만희와 사실혼 관계가 되었습니다. 당시에 대해 김남희는 "이혼을 하지 않으면 남편이 죽고, 우리 가족은 모두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그때는 신천지 교육을 받고 세뇌된 상태라서 이만희 교주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는 법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김남희는 이만희를 따라 청도로 내려가 이만희 부모의 묘소에 비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비석에는 '친자 이만희, 후인 김남희'라고 새겼고, 이만희 본인은 왕가의 자손으로 김남희는 왕후로 칭했습니다. 실제로 이만희는 공식적인 강연에서 이만희와 김남희의 이름을 한 글자씩 합해 '희희, 만남, 이김'으로 풀어 해석했는데요. 한자 '빛날 희'를 사용해 '빛과 빛이 만나서 이긴다'라고 해석하며 성경구절(요한계시록 3장 1절 이기는 자에게는 내가 내 보좌에 함께 앉게 하여 주니, 내가 이기고 아버지 보좌에 함께 앉은 것과 같이하리라)을 교묘하게 인용하기도 했지요.
2012년 9월에는 공개 혼인 잔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나름의 결혼식인 셈인데요. 이만희는 여전히 유천순과 법적 부부관계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신천지 교인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혼인식을 올렸지요. 당시 행사에서 두 사람은 왕관을 쓰고 왕과 왕비의 복장을 했고 행사 이후 신천지 임원들은 김남희를 사모님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보다 과감해졌습니다. 가평의 한 별장에서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각종 행사에 동행해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는데요. 이만희는 신도들에게 김남희에 대해 '영적 배필'이라며 둘의 관계를 종교적으로 설득했고 김남희는 '만민의 어머니'라며 신격화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둘의 이름을 조합해 '만남'이라는 봉사 단체를 만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신이 맺어준 인연도 돈 앞에서는 소용없었던 걸까요? 2017년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인데요. 2017년 11월 이만희는 김남희를 돌연 배도자로 비판했고 실제로 김남희는 신천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최근 김남희는 신천지 이탈자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이만희와의 관계를 폭로했습니다.
물론 김남희의 양심선언 의도가 100% 믿음직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신천지에서 이탈한 당시 김남희는 가평의 신천지연구원 등 1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소유했고 현재 이를 두고 신천지 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인데요. 김남희의 주장을 모두 믿지는 않더라도 두 사람이 각자의 배우자를 두고 내연관계를 가졌다는 사실과 이에 대해 신도들에게 종교적 이유를 핑계로 사용했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요.
게다가 둘 사이가 벌어진 원인이자 현재 소송과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인 100억 원 넘는 재산 역시 수많은 신천지 신도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분명한데요. 교주 이만희와 후계자 김남희의 사랑과 전쟁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20만이 넘는 신도들뿐인 듯 보이는데,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피해자인지 모르다는 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