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겠지요. 다만 나라별, 문화별 일반적으로 통하는 기준은 있기 마련인데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연령대의 청춘들 사이에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의견이 극렬하게 나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은 14명의 외국인 남녀가 각 나라를 대표하는 토론자로 등장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주제로 토론하는 형식을 선택했는데요. 해당 프로에서는 첫 방송부터 스킨십과 동거, 부모님에게 공개 가능한 연애 수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출연자들이 모두 비슷한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출신지마다 워낙 극명한 입장차가 나타났다는 사실인데요.
결혼 전 부모님 댁에서 동침 가능해?
2020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청춘들 가운데 결혼 전 성관계에 대해 반대하는 이는 드물겠지요. 오히려 혼전순결을 가치관으로 내세우는 이들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연인과의 성관계에 대해 오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외국인 출연자 여성멤버 7명 중 4명은 "남자친구 집에 부모님이 계셔도 함께 잘 수 있냐"라는 질문에 YES로 답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여성출연자는 "연애를 하면 엄마한테 많이 말하는 편"이라며 "첫 남친이랑 사귀었을 때 엄마한테 성관계까지 다 말했다. 제가 피임도 잘하고 병원도 잘 다니니 오히려 엄마가 고마워하셨다. 당신이 부모 역할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라고 전했는데요. 독일출신의 여성출연자 역시 "스킨십을 하면 딸이 사랑받는 것 같아서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 같다"라며 부모님께 연인과의 스킨십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지요.
반면 모로코 출신의 여성출연자는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답게 결혼 전 성관계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이었는데요. "결혼하기 전에는 절대 안되는 일"이라며 "애인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하며, 결혼을 앞두고 상대에게 순결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습니다. 더불어 이슬람 문화권 사람 사이에는 연인끼리 뽀뽀 역시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지요.
러시아 출신 출연자의 반대 이유는 조금 달랐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자는 일은 부모님에게 매너 없는 일이라고 여겨진다"라는 의견이었는데요. 혼전 성관계를 이해하는 분위기이면서도 부모님께 터놓기는 꺼리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 비슷해보이네요.
동거는 찬성해?
우리나라에서도 동거는 최근들어 긍정적인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문화입니다. 경제적 이유때문에, 결혼 전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사랑하니까 헤어지기 싫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동거를 시작하는 연인들이 많은데요. 다만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 대한 찬성의견에 비해 '비혼동거'에 대한 의견은 부정적인 경향이 많지요. 또 동거사실을 밝히는 것 역시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옆나라 중국은 최근 동거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출신의 남성출연자는 "지금 동거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부유한 도시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동거를 한다"라며 "서양문화가 들어오며 젊은이들이 동거에 대해 혁신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게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
반면 미국 출신 출연자는 "미국이 개방적이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보수적"이라면서 "결혼은 53%, 동거는 7%밖에 안된다. 한국에서는 미국하고 유럽은 하나로 묶어서 서양이라 생각하지만 완전히 다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다르다는 유럽의 개방성은 사실입니다. 독일 출신의 여성 출연자는 한국에서 동거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당시에 대해 "부모님이 제가 동거한다는 걸 아셨을 때 오히려 좋아했다. 딸을 24시간 곁에서 지켜줄 사람이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셨다"라고 말했고, 핀란드 출신의 여성출연자 역시 현재 한국에서 동거 중인 사실을 밝히며 "부모님은 안심하시는데 한국인인 남자친구 부모님이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생각하더라"라고 전했는데요.
프랑스 출신의 출연자는 아예 "우리는 동거의 나라다"라며 "팍스라는 제도가 있는데 결혼하는 것처럼 똑같은 혜택을 받는거다. 팍스를 하는 사람들이 매해 증가하고 있어서 어떤 경제학자는 이대로 가면 프랑스에는 2030년에 결혼이 없어질 것이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동거로 인해 저출산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제도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요.스웨덴 출신 출연자 역시 "삼보라는 동거법이 있다"라며 "오히려 동거로 출산율이 폭발했다"라고 전했지요,
이날 방송에서는 핀란드 남자친구와 사귄 한 한국 여성이 남자친구 집에 초대되었다가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수건만 두르고 인사를 돌아다니거나 남자친구가 자신들의 연애담을 부모님께 털어놓는 등 너무 개방적인 분위기 때문에 당황했다는 사연을 가지고 토론하기도 했는데요.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서로의 문화에 대해 천천히 이해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었지요.
국제결혼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사랑에 국경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나라별 연애관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필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