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버기 금다래 신머루 90년대 인싸템 만들던 회사가 오스카 4관왕의 주역이 된 비결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의 기적이 이루어낸 그 순간,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기생충', '봉준호', '아카데미시상식' 등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는데요. 그와 함께 연일 포털사이트를 장악하고 있는 검색어는 바로 '바른손'입니다. 30~40대들에게는 문구 브랜드로 익숙한 바른손이 영화 '기생충'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요?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바른손'이 연일 20% 이상 주식 고공행진 중인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기생충'의 제작을 맡은 곳이 '바른손'의 계열사인 '바른손이앤에이'이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바른손이앤에이는 10일 코스닥 시장에서 19.25% 상승 마감했고 바른손이앤에이의 자회사인 바른손 역시 이날 하루 29.88% 급등했습니다.

영화 '기생충' 덕분에 오랜만에 주식시장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바른손은 80년 대생 사이에서는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자주 보던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1985년 바른손 팬시로 출발한 바른손은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팬시문구 사업을 하던 기업입니다.

창업주인 박영춘 전 회장은 금속조각공으로 일하던 특기를 살려 국내 최초로 캐릭터 사업을 벌였는데요. 지금은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이 큰 인기를 끌고 펭수가 그려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 일부 들어왔을 뿐 국내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지요. 당시 탄생한 토종 캐릭터들이 바로 부부보이, 리틀토미, 태비치로, 금다래신머루, 떠버기 등인데요. 박영춘 전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부터 제품이 아닌 디자인을 팔자 생각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최초'라는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캐릭터 산업이 일반화되고 다양한 기업에서 캐릭터 제품을 내놓으면서 바른손 팬시의 캐릭터는 힘을 잃기 시작했는데요. 90년대 후반 IMF 사태로 인해 부도 위기까지 겪으면서 위태롭던 바른손은 문구 외 다른 사업에 비중을 늘리게 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외식사업이었지요. 2010년 바른손은 오리온으로부터 국내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롸이온즈를 인수해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롸인온즈와 합병 이후 바른손은 전국에  23개 베니건스 직영점을 운영하며 패밀리레스토랑 사업에 주력했습니다. 실제로 2013년 베니건스 사업부는 27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바른손 전체 매출의 72%를 담당하기도 했지요.

더불어 2005년 출범한 영화사업부 '바른손 필름'의 성과도 긍정적이었습니다. 2009년 제작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마더’가 흥행에 성공했고 2014년 '표적'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사업에 힘을 얻었습니다.


다만 바른손의 전신이면서 기업 정체성과 같았던 문구 분야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매각 수순을 밟게 되었는데요. 2014년 바른손은 문구사업을 물적분할해 팬시앤아트를 설립한 뒤 같은 해 팬시스토리에 이를 매각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영화와 게임 등 문화콘텐츠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사업체를 정리에 나섰습니다. 2015년 바른손 필름과 바른손게임즈로 나눠져 있던 것을 바른손이앤에이로 합병했고, 2016년에는 베니건스를 철수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 사업도 중단했지요.

결국 지금의 바른손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은 '문화콘텐츠 전문 기업'인데요. 직접 제작한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4관왕의 기념비적 성과를 달성한 덕분에 명실상부 떠오르는 영화사가 되었지요. 하지만 영광의 순간 바른손이앤에이의 웃음에는 씁쓸한 뒤끝이 남습니다.

오스카 시상식 무대 위 승리의 기쁨 뒤에 '적자의 늪'이라는 그늘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바른손이앤에이는 영화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거둔 반면 게임사업이 부진하면서 실적난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7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실적내용에 따르면 바른손이앤에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연간 300~400억 원 수준이던 매출 규모가 153억 원으로 급감한 것이지요.

출시 게임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무려 184억 원의 영업손실이 나기도 했는데요. 온라인 게임 '아스텔리아'는 출시 1년 만인 지난 1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선보인 신작 '라스트킹스' 역시 부진 만회할 정도의 대박은 아닙니다. 실제 지난 3분기 기준 바른손이앤에이의 게임매출은 단 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수준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른손이앤에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입니다. 기생충이 주는 파급력이 아직 상당히 남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국내 상영 수익이 일부 책정됐으나 해외 판권 등에 대한 수익은 올해 실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여 '기생충'의 상영 매출이 바른손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이 오랜 시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꾸준함 이 두 가지를 균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데요. 기업의 정체성과 같던 문구사업을 과감히 내려놓고 문화콘텐츠 분야로의 도전을 해낸 바른손의 혁신과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영화사업에 뛰어들어 오랜 시간 적자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사업을 이어온 바른손의 꾸준함이 오스카의 영광을 이루어낸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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