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이후 1년여 만에
아버지 영전 앞에 마주한 두 형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하면서 앞서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두 아들, 신동빈 롯데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재회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재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랜 기간 연을 끊은 듯 소원하게 지내온 두 형제는 지난 앙금을 묻어둔 채 빈소를 열기 전부터 대기실에서 단둘이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하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등 아버지의 영전 앞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조문객을 맞았습니다.
사실 두 형제가 얼굴을 붉히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데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데요. 신격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남겨진 유산의 처분과 향후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에 대해 실질적으로 큰 논란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경영권 다툼 여지없다
신동빈 원톱 체제 굳건
롯데 그룹은 2015년 7월부터 한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만큼 창업주의 별세로 인해 또다시 경영권을 두고 다툼이 일어날 것을 걱정하는 눈초리도 있을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아우르며 원톱 자리에 있는 현재의 지배 체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2018년 2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어 약 8개월간 구속되었고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후 항소심에서 풀려나며 단 1년 만에 대표직에 복귀했는데요. 이는 2015년 논란이 되었던 일명 '형제의난'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되고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총괄한 이래 각종 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한국 재계 서열 5위에 오르는 성장을 이루어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주주들, 경영진은 일관되게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창업주의 별세라는 이슈에도 신동빈 회장의 입지는 굳건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 재산만 1조 원
유언장 있을까
더불어 신격호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개인 재산의 배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신격호 명예회장은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에서 롯데지주(3.1%), 롯데칠성음료(1.3%), 롯데쇼핑(0.9%), 롯데제과(4.4%)등의 상장사 지분을 보유했으며, 이는 경영권 다툼에 이용될 범위는 아니나 자산가치로서는 매우 큰 금액이지요. 또 부동산 역시 인천시 계양구 골프장 부지만 해도 4500만 원대로 추정되어 주식과 부동산을 모두 합한 유산이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망하기 전 신격호 명예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만큼 재산 관리는 2017년부터 한정후견인으로 확정된 사단법인 선이 맡아왔는데요.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망 후 한정후견이 종료된 만큼 법에 따른 상속절차가 개시되겠지요. 다만 유언장이 있다 하더라도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치매 증상이 진행되는 등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된 상태였다는 점이 밝혀지면 유언장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을 여지도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대로 유산 분배문제가 롯데그룹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큰 분쟁이나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7천억 원 받은 두 여인의 정체
이보다 앞서 신격호 명예회장은 증여 문제로 한차례 법원을 오간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검찰은 신격호 당시 총괄회장이 자신의 홀딩스 지분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불법으로 증여하면서 증여 및 양도세 등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당시 탈법행위를 해서라도 자신의 지분을 떼어준 주인공은 바로 신격호 회장의 혼외자와 그의 모친입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첫째 부인은 고 노순화 씨로 1940년 당시 19세의 신격호 회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고 1941년부터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를 세우고 사업을 하는 동안 한국에서 혼자 딸 신영자를 키워냈는데요. 이후 신격호 명예회장은 1952년 일본에서 한창 사업을 키워가던 중 일본 유력 가문의 딸 시게미쓰 하츠코와 재혼했고 그 사이에서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1965년 12월 한일 국교 정상화 조인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에 나선 신격호 명예회장은 70년대 들어 하츠코 여사와 혼인관계를 유지한채 다른 여인과 혼외관계를 시작했는데요. 신격호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아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증여받은 이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미스롯데 선발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배우 서미경입니다.
촉망받던 여배우 돌연 사라지더니
7천억 자산가 됐다고?
서미경은 10살 나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영화 '피도 눈물도 없다', '홍길동', '단둘이서', '청춘불시착' 등 작품에 출연했고 안양예고를 졸업한 이후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는데요. 당시 수상자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서구형 미모로 화제가 되었고 이후 롯데제과 CF에 등장해 "껌은 역시 롯데 껌"이라는 광고 문구를 외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어 같은 해 연말 TBC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어 1978년 드라마 '상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배우로서 승승장구했는데요. 다만 1981년 드라마 '대명' 이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다양한 루머가 양산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가장 유력한 추측은 강력한 스폰서가 유학을 뒷받침한다는 기사였는데요. 실제로 1983년 25살의 서미경은 62세였던 신격호 당시 롯데 회장의 딸 신유미를 낳았고 1988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딸을 신 회장의 호적에 입적시키며 비공식적으로나마 롯데 일가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후 방송가는 물론 언론 노출도 일절 없을 정도로 잠적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오던 서미경은 2006년 롯데시네마와 롯데백화점에 식당과 매점 등을 관리하는 '유기개발'과 '유원실업'의 소유주로 재계에 등장해 충격을 주었는데요. 신격호 명예회장의 서미경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지 서미경이 롯데로부터 받은 자산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2016년 검찰 조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서미경과 그의 딸인 신유미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불법 증여받은 재산 중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6.8%로 주식 가치로 따졌을 때 7천500억 원에 이르는데요. 더불어 서미경 모녀는 방배동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종로구 동숭동 공연장 유니플렉스와 2007년 신격호 명예회장이 증여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김해시 73만여㎡땅을 포함해 총 1800억 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증여세까지 모두 내준 회장님 덕분에
1조 원 재산 그대로인 모녀
지난해 이들의 불법증여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은 서미경에게는 무죄를 선고했고, 신격호 명예회장에게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는데요. 신격호 명예회장 역시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구속 처분되었지요. 그리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탈루가 확인된 2100억여 원의 증여세 역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서미경과 신유미 모녀는 별다른 법적 처분을 받지 않고 1조 원이 넘는 자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요.
법원 출두 이후 다시 언론 노출을 피하며 지내던 서미경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에 방문하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상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신유미는 빈소에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유미는 2010년부터 호텔롯데 고문으로 재직하다가 2017년 3월 롯데를 퇴사하면서 공식적으로 롯데에서 직위가 없으며 일본인 남성과 결혼해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