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교복에 구찌 운동화 신는 고딩들

최근 방송과 언론에 자주 등장한 신조어 '플렉스'가 BTS 덕분에 다시한번 화제입니다. 지난 6일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은 백스테이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동전으로 팬클럽 ARMY의 철자를 그리면서 "플렉스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BTS가 아미를 향한 애정을 보다 힙하게 표현한 '플렉스'라는 표현은 요즘 10~20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신조어입니다.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는 물론 경제문화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FLEX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발렌시아가 티셔츠 사려고
하루 5시간 알바하는 고딩들

명품가방이 중년층 사모님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이미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90년 대생 미만 10~20대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 경향이 뚜렷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나선 것이지요.

실제로 최근 주요 백화점에서 1020세대의 명품 소비액은 급상승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1020세대의 명품 소비 증가율은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8.5%에 불가했으나 매년 20%대 이상씩 급증해 올 상반기에는 전년대비 24%나 늘었는데요. 현대백화점 역시 2016년 9.7%였던 1020세대의 명품 매출 증가율이 올 상반기에는 전년대비 35.1%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10대 고등학생들 사이에 명품 구입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닌데요. 교복브랜드 스마트학생복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에 참가한 10대 청소년 358명 가운데 56.4%(202명)가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선호하는 명품의 품목은 주로 학교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지갑과 가방 그리고 교복에 매치할 수 있는 운동화와 티셔츠 등인데요. 브랜드별로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의 반소매 티셔츠는 70만 원, 운동화 역시 100만 원 내외의 가격이지요.

이 같은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10대들은 하교 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명품 계모임'을 들기도 합니다. 계모임에는 대여섯 명의 친구가 모여 10만 원씩 걷어 생일 등 기념일을 맞은 친구에서 선물을 하고 자신의 생일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갖은 방법을 사용해도 비싸기만 한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학생들은 중고판매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품을 구입하기도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모조품을 속아 사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플렉스 하고 거지로 산다
월급 200만 원으로 포르쉐 타는 카푸어

아르바이트에 계모임까지 들면서 힘들게 명품을 구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를 두고 90년 대생을 중심으로 퍼진 '플렉스'문화를 이유로 들기도 하는데요. 플렉스는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자신의 부를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한 말로, 최근에는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Mnet '쇼미더머니8'에서 래퍼 염따가 고가의 물건을 자랑하며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고 말한 것이 유행어로 번져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요.

이제 플렉스는 유행어를 넘어 쇼핑과 문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SNS에는 '플렉스'를 해시태그로 단 수많은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염다 따라 플렉스하기', '3시간에 7000만 원 쓰기', '최저시급으로 200만 원 버는데 포르쉐 타는 카푸어' 등 고가 상품을 소비하는 자체를 과시하는 영상들이 넘쳐나지요.


이 같은 플렉스 문화는 자신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고가의 물건을 사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한데요. 한편에서는 이 같은 플렉스 문화가 단순한 과시욕이라기보다는 자기만족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상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명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심비를 택한 것이라는 설명이지요. 실제로 15~35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76.6%가 "명품은 내 만족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기도 합니다. 


어글리슈즈 내놓는 발렌시아가
인플루언서 마케팅하는 샤넬

밀레니얼세대가 명품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업계에서도 그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 바빠졌습니다. 보다 젊은 디자인을 추구하고 젊은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구찌는 2015년 디자이너를 교체하며 젊은 브랜드로 새롭게 태어났고 덕분에 2014년 35억 유로(약 4조 5000억 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8년 80억 유로(약 10조 2900억 원)로 급증했습니다.  루이비통은 2017년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에 나섰고 같은 해 발렌시아가는 어글리 슈즈 '트리플S'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지요.

더불어 명품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마케팅에도 나섰습니다. 매일 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을 빼놓고는 젊은층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이지요. 구찌가 10대들 사이에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 데는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한 영향이 컸고, 럭셔리 이미지를 고수하던 샤넬 역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샤넬은 2018 F/W시즌 컬렉션을 홍보하면서 'ChanelTower'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플루언서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한편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패딩을 훔친 고등학생 2명이 경찰이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앞서 대형 아울렛의 같은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패딩 하나를 훔친 두 학생은 훔친 패딩이 하나뿐이라 서로 입으려고 싸우다 결국 하나를 더 훔치자고 결론을 내고 백화점에서 같은 패딩을 훔쳐 도망갔습니다. 초반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고 고전하던 경찰은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브랜드명을 검색해 훔친 패딩을 입고 찍은 사진을 발견했는데요. 결국 두 학생은 훔친 명품 패딩을 자랑하려고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 때문에 덜미를 잡히게 된 것이지요. 플렉스 때문에 훔치고, 플렉스 때문에 잡힌 사연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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