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는 최근 한 예능에 출연해 중국에서 100억 대 연봉을 제안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최대한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페이커는 "30대 프로게이머가 없는데 최대한 오래 해보고 싶다"라며 체력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의 수명은 짧기로 유명해서 프로를 은퇴한 이후 제2의 직업을 갖는 것은 필수적인데요. 특히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게임 자체가 인기에 하락세를 맞이하면서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야 했지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게임만 하던 이들의 이직이 슬쩍 걱정된다고요? 선수 시절 승부욕을 발휘해 그 어렵다는 공시부터 대기업 입사까지, 성공적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영웅들을 만나봅시다.
드론의 아버지, 의사되다
치과의사 이주영
최근 한 예능 프로에서 김희철이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담당 의사에게 "프로게이머, 반가워요. 저그, 저그, 저그"라며 반기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김희철이 개구기를 끼고도 열성적으로 반가움을 표했던 이는 다름 아닌 스타크래프트 선수 출신 이주영인데요. 선수 시절 '드론의 아버지'라 불리며 저그로 대활약했던 이주영은 프로게이머 데뷔 이전에도 이미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선수생활을 은퇴한 이후에는 전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치과의사로 거듭났는데요. 치의전 재학 당시였던 2015년 원광대학교 치과대학에서 개최한 전국치과대학생연합축제의 스타1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요.
공무원 아내 만나 부부공무원 된
교육공무원 박영민
대학 재학 중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박영민은 프로게임단에 입단함과 동시에 대학을 중퇴하는 결단을 내렸는데요. 이후 20대 시절은 프로게이머로서의 화려한 시기를 보내며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군 프로게임단에서 전역한 2011년 곧이어 선수 생활을 은퇴하면서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지요.
게임에서 멀어진 박영민은 휴대전화를 2G로 바꾸고 노량진으로 들어갔습니다.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지만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면서 대학을 포기해서 학력이나 스펙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공시 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프로게이머 시절 연습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승부욕을 공부로 전환한 결과 박영민은 재수 끝에 9급 국가직과 서울시, 지방직 교육행정 모두를 올킬했습니다. 현재는 같은 업종의 인연을 만나 부부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이면서도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합격했다는
7급 공무원 김태훈
공무원이 된 스타그래프트 선수는 또 있습니다. 지방 명문대인 경북대학교 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 데뷔한 김태훈은 MBC게임 히어로에 입단해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는데요. 2012년 공군 에이스에서 전역한 이후 소속팀이 해체되는 등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가 지났음을 인지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김태훈 역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동안 학업을 중단한 바람에 1학년으로 다시 복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결국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고 공시를 준비한 것이지요.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김태훈은 프로게이머 때의 승부욕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7급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에 합격한 김태훈은 지방직을 선택해 경북도청 대변인실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대기업 입사에 책 출간까지
현대자동차 조형근
선수 시절 '디파일러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조형근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게이머로 데뷔했지만 "대학은 가야 한다"라던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고3 시절 1년 동안 학업에 집중해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는데요. 대학 진학 후에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열정이 이어졌고 결국 과거 몸담았던 팀에 합류해 4년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습니다. 특히 공군 게임단에서 복무하던 시절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이윤열을 격파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는데요. 전역 후 은퇴를 선언한 조형근은 25의 나이로 다시 부산대로 돌아갔지요.
은퇴 당시 코치 제의도 받았다는 조형근은 리더십보다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일이 잘 맞는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학업과 취업준비를 선택했고 졸업 직전 포스코 인턴장학생을 선발되기도 했는데요. 다만 포스코에서의 업무가 현장에 많이 나가는 설비 쪽이라 방향을 돌려 현대자동차 입사에 다시 도전했고 결국 현대차 R&D(연구개발)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조형근은 전직 프로게이머로서 올바른 게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관련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공부하라는 부모, 게임하려는 자녀',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플러스' 등을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긍정적인 인식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UC 버클리 편입 성공
페이스북 한국지사 김선기
2004년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에서 MVP에 선정되기도 했던 '특공테란' 김선기 역시 2009년 공군 제대 후 은퇴했습니다. 당시 김선기는 휴학 중이던 국민대학교에 복학을 염두 했으나 1학년으로 복학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는데요.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이 반대가 있기도 했으나 미국으로 건너가 3개월의 어학연수와 2년 동안의 컬리지 공부를 마치고 UC 버클리 경제학과 편입에 성공하면서 부모님의 지원에 대한 보답을 하게 된 셈이지요.
당시 김선기는 프로게이머라는 자신의 특이한 경력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인터뷰를 통해 편입 준비 당시 에세이를 쓰는데 프로게이머로서의 이력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UC버클리 교육과정 가운데 스타크래프트와 연관한 수업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김선기는 졸업 후 페이스북 한국지사에 입사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어학원 강사에 이어 편입에 입사까지
NHN엔터테인먼트 박신영
고등학교 2학년 당시 KTF 매직엔스에 입단하며 프로게이머로 활약한 박신영은 당시 선수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사이버대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는데요. 다만 학업에 대한 열의보다는 군대 연기를 위한 입학이었고 병역을 마친 후에는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영국에서 랭귀지 코스를 통해 영어를 익힌 박신영은 2009년 귀국해 용인에 있는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했는데요. 사회생활을 통해 학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학사편입에 도전해 서강대학교 편입에 성공했습니다.
서강대 졸업 후 박신영은 2012년 NHN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기획자로 근무 중입니다. 2013년에는 야구 시뮬레이션게임 '야구9단'을 담당하면서 해당 웹게임을 소개하는 인터뷰에 등장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열심히 기획한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반응이 오거나 피드백이 올 때 가장 뿌듯하다"라며 기획자로 완벽히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