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청년들은 대학시절 혹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경제적 사정이나 사회적 경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요. 스타들 역시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 특별한 이력을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줄로만 알았던 배우가 알고 보니 오랜 기간 연극무대에서 꿈을 키우며 알바를 이어온 무명시절을 겪었다니, 패스트푸드부터 두유 판촉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여배우를 만나볼까요?
아나운서 꿈꾸던 신방과 신입생
연극동아리에 빠지다
하얀 피부에 동양적인 미를 풍기며 고생이라고는 안 했을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김태리입니다. 김태리는 귀티 나는 이미지와는 달리 대학시절 경제적 이유로 인해 각종 알바를 섭렵했다고 하는데요. 미술을 좋아해 실업계 고등학교의 디자인과에 진학한 김태리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보다 현실적인 직업을 택하기 위해 아나운서를 지망하며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대학생활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연극동아리에 참여한 김태리는 이전까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고, 대학 2학년 때 '내가 이걸 평생 함께 갈 길로 정해도 좋겠다'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다만 가정 형편상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해야 했기에 학업과 연기공부에 각종 알바까지 병행해야 했지요.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마트, 카페
안 해본 일이 없다
대학시절부터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가 무명배우로 지내던 시절까지, 김태리가 경험한 알바는 수도 없이 많은데요. KFC에서는 모든 파트의 일이 가능할 정도로 오랜 시간 근무했고 편의점, 신문사, 영화관을 비롯해 마트에서 두유 판촉을 하는 알바까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특히 두유 판촉을 하던 중에는 사진작가 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눈에 띄어 카페 알바로 전격 스카웃(?)되기도 했지요.
또 숨길 수 없는 비주얼 덕분에 사진촬영이나 모델 관련 알바도 할 수 있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3년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앞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 홍보 행사에 체험 모델로 등장한 김태리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데뷔 전에도 여전히 빛나는 외모가 눈길을 끌었지요.
연극무대에서 쌓은 경험
1500 대 1 뚫을 수 있었던 힘
알바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힘든 시간 중에도 김태리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 졸업을 앞둔 2012년 극단 '이루'의 막내로 들어가면서 본격 연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태리는 메인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신 투입되는 '언더스터디' 신분이었는데요. 김태리는 무대에 설 확률이 0%에 가까웠지만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를 인상 깊게 본 연출가가 이례적으로 막내였던 김태리를 무대에 세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영화 '양평자전거', '문영', '뭐보노', '누구인가', '락아웃' 등에서 작은 배역을 맡아 연기경험을 쌓아가던 김태리는 2014년 현 소속사와 만나 정식으로 연예계에 입문하게 되는데요. 더바디샵의 TV광고를 시작으로 공익광고와 통신사 CF 등에 출연했고 더불어 상업영화의 오디션도 수차례 보았지만 당시 25살이던 김태리는 주로 "나이가 많다"라는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말 드디어 운명 같은 작품 '아가씨'의 오디션을 만났고 오디션 당시 "외모, 태도,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우수했다"라고 밝힌 박찬욱 감독의 선택으로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이 되었습니다. 김태리는 영화가 상영되기 이전부터 '1500 대 1을 뚫은 신인', '박찬욱 감독이 직접 선택한 신인 여배우'라는 수식어로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요.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와 부담을 이겨내고 대선배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덕분에 영화 상영 후에는 더 큰 호응을 얻게 되었지요.
마트에서 두유 팔던 알바생
3년 만에 칸 레드카펫 밟다
불과 3년 전인 2013년 6월에 김연아 아이스쇼의 삼성부스에서 알바를 하던 김태리는 2016년 6월 칸의 레드카펫을 밟고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핫한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을 거머쥔 김태리는 2017년에는 영화 '1987', 2018년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세 여배우로 등극했지요.
첫 장편 상업영화였던 '아가씨'의 개봉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연급 여배우가 된 김태리는 '미스터션샤인'의 종영 이후 한창 인기의 상한가를 치던 시기 돌연 해외로 유학을 떠나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는데요. 김태리는 3개월간의 영국 단기 유학을 통해 심신을 정비하고 휴식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귀국 후 김태리는 영화 '승리호' 촬영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신작에 합류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는데요.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류준열과 비인두암 투병을 마치고 복귀를 알린 김우빈이 함께 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지요.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단숨에 박찬욱 사단에 합류한 김태리에게 '아가씨'의 오디션이 운명 같은 기회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김태리가 이전까지 쌓아온 내공 덕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