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층 907만 3천 명 중 취업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는 일명 취준생이 무려 71만 4천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중 30%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 23.7%는 일반 기업체의 입사를 준비하고 있었지요.
한편 70만 취준생들 가운데 50% 이상이 목표로 하는 기업과 공무원을 모두 합격한 주인공이 있는데요. 과거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해 대기업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의 한 공립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유경옥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 증권회사에 취업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가능했나
▶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취업에 유리하고 전문분야를 가질 수 있는 특성화고등학교로의 진학을 결정했고, 특성화고 금융정보과에서 공부하며 금융회사에서 근무하길 꿈꾸게 됐다.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 6월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삼성증권 입사 준비를 하게 되었고, 인적성 시험과 1,2차 면접을 통과하여 근무를 확정 짓게 됐다. 졸업 전에 근무하는 게 가능해서 졸업을 한 달 앞둔 1월부터 근무했다.
▷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계기가 있나
▶ 회사 생활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고 행복하게 근무했다. 다만 고졸사원이다 보니 대졸 사원과 달리 맡게 되는 업무나 승진 기회 등이 다소 제한적이라고 느꼈고,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서 대졸자로서 재취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퇴사하기 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대학 입학을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또 하나 회사 생활 중에 정말 열심히 돈을 모아서 약 대학 2년 정도 등록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었다. 내 경우는 수시전형에 도전해 합격했지만 요즘은 재직자 특별전형 제도가 굉장히 잘 되어있어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3년 재직 경력으로 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정도 성적만 유지하면 전액 장학금을 받는 제도인데,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 친구들이 알아두면 좋은 제도이다.
▷ 직장을 그만두고 후회한 적은 없나
▶ 1년 2개월여의 첫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던 날, 감사하게도 지점장님을 포함한 선배들이 송별회를 열어 응원해줬다. 당시에 지점장님이 "대학 졸업 후 지금과 같은 대기업에 다시 입사하려면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라며 조언해주셨는데 실제로 대학에 들어가 3학년쯤 되니 내가 그만둔 회사가 얼마나 입사하기 힘든 곳인지 현실이 다가왔다. 하지만 후회를 했다기보다는 대학생활을 보다 치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살도 되기 전 일찍이 회사 생활을 한 덕분에 대학생활이 간절했고 4년간의 대학생활을 정말 행복하고 소중하게 임할 수 있었다.
▷ 경영학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교사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들을 정말 좋아하고 잘 따랐다. 덕분에 초, 중학교 때는 선생님의 꿈을 가진 적도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선생님이라는 꿈을 거의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경영학과 재학 중에 교직이수 제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경영학과인데 교직이수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고 당시에는 단순히 4학년 1학기 때 할 수 있다는 교생실습이 꼭 해보고 싶어서 교직이수를 신청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로 교생실습에서 아이들과 생활해보니 가슴이 벅찼다. '이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있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린 시절 꿈꿨던 교사의 꿈이 되살아났고 교생실습 이후에 본격적으로 임용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 타과 전공자로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 사범대학에 비해 학교의 지원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 불편했다. 아무래도 경영학과의 최종 인재양성목표는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이니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임용 준비를 할 때 약간 외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2차 준비할 때 수업시연하는 강의실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과목에 대한 임용 정보가 없다는 점도 어려움이었다. 상업 과목은 전국 티오가 0명인 때도 있을 정도로 티오가 많이 없는 과목이라서 수요가 적다 보니 학원을 찾아가도 과목 개설이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가 학원에 과목이 개설된 것을 발견한다 해도 과연 이 수업이 돈을 들인 만큼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실했다. 임용을 합격하기 위해 어떤 교재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범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등 많은 선택을 스스로 해내야 했다.
▷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알려져 있는 임용고시에 단번에 합격했다. 비결을 알려달라
▶ 선택과 집중, 좋은 스터디원과의 만남, 운, 이렇게 세 가지가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4학년 1학기 교생실습 중에 교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을 했고, 4학년 2학기 재학 중에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꼼꼼히 공부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하려 애썼는데, 교과서 분석과 기출문제 분석 그리고 모의고사 문제 풀이의 순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대학교 때같이 공부한 친구가 제겐 정말 좋은 에너지가 됐다. 서로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공부 진도를 함께 계획했다. 1차 시험을 2주 앞두고 서로 기출문제를 만드는 스터디를 했는데 그 기출문제에서 다수의 문제가 실제 임용 문제와 적중했고, 2차 시험도 함께 준비하여 최종 합격도 함께했다. 같은 학교, 같은 부서에도 발령까지 났으니 정말 운명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듯하다.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한다.
▷ 특성화고등학교는 학교마다 워낙 명칭이 다양하고 자주 변경되기도 한다. 일반 인문계고와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 특성화고등학교는 명칭 그대로 한 가지의 분야를 특성화하여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이다. 외국어 특화인 외국어고, 인문학 특화인 인문계고, 과학 분야를 특화한 과학고, 그 외의 다른 분야를 특화 시킨 특성화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많은 학교가 교명을 바꾸는 이유는 학생들이 그 학교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 근무 중인 학교는 서울금융고등학교이고, 금융 특성화고등학교인데, 최근에는 중등 비중확대 사업을 통해 5개 학과로 학과개편을 했다. 금융, 소프트웨어, 세무회계, 행정서비스, 3D 프린팅까지 다양한 분야를 가르친다. 전문지식을 수업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이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전문연수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를 하는 편이다. 여전히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해 인식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다.
개굴개굴봉사단 활동
▷ 교사라는 직업의 객관적인 장단점을 알려달라
▶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나 역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울컥할 만큼 보람차고 행복할 때가 많다. 또 하나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데 학교에서 교사들의 연수를 권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교원학습공동체, 특강 등 배움의 기회가 많고 교과지도와 생활지도는 물론 교양 관련 연수도 자주 참여할 수 있다.
다만 24시간 내내 민원업무를 맡아야 하는 점은 단점일 수 있다. 퇴근 시간 이후는 물론 주말에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연락을 받아야 한다. 물론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워낙 바쁘다 보니 상담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높은 도덕적 책임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선생님이 왜 그래", "선생님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등 항상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시선이 힘들기도 한데 특별히 나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뭔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이 되는 듯하다.
야구장 체험활동 / 개굴개굴봉사단 활동
▷ 4년차 교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담임을 할 때면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한다. 매달 생일자들을 모아 생일파티를 하고 축제, 체육대회도 항상 학급 아이들과 즐겁게 보낸 것 같다. 그 외 야구장도 가거나 평창올림픽도 가고 체험활동을 자주 하는 편이다. 아이들과 함께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가기도 했는데, 내 얼굴이 개구리를 닮았다 하여 ‘개굴개굴 봉사단’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학급의 전체 아이들과 1년간 활동했다.
최근에는 할로윈 때 남은 학급비로 담임반 아이들과 무엇을 할지 상의했는데, 학생들이 기특하게도 전체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간식을 나눠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 몇몇과 함께 홍대에 가서 할로윈 이벤트를 위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교실도 꾸미고 선생님들께 간식도 드리는 활동을 했는데 그 하루는 정말 마음이 따뜻했다.
학급 생일파티 / 할로윈 행사
▷ 교사브이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 나 자신이 특성화고 출신이면서 현재 특성화고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보니, 학교에서 내 인생 이야기를 듣고 긍정적으로 본인의 삶에 반영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우리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학생들이 나를 보며 '이런 길도 있구나 저런 길을 개척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대기업 퇴사 후 교사가 되기까지’라는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원래 유튜브를 하고자 하는 목적은 브이로그가 아니라 이런 특별한 인터뷰 영상을 업로드해서 선한 영향력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목적이다. 그러다가 내 하루하루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브이로그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었다. 너무 형식적인 영상보다는 브이로그를 통해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도 즐겁고, 앞으로도 많은 브이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 동료 교사나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교직사회에서 관리자의 허락을 받은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 동료 선생님들께선 굉장히 신기해하셨다. 갑자기 카메라를 켜고 급식을 먹으니까 신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꽤 익숙해지셔서 많은 선생님들이 응원해주시고 영상이 언제 올라오는지 물어보는 구독자까지 생겼다. 학생들의 반응은 더 좋다. 교무실에 와서 유튜브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같이 방송을 해보자고도 하고 콘텐츠를 제안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복도에 지나가면 ‘유하(유튜버 하이)’라고 인사하는데, 유튜브 덕분에 학생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만족한다.
학교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각 지역 교육청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겸직허가를 받는 순간엔 살짝 긴장했는데, 감사하게도 학교에서는 유튜브 활동을 허락하는 것은 물론 격려해주었다.
▷ 앞으로의 목표는
▶ 졸업식날 한 학생이 찾아와서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라며 감사했다고 편지와 꽃을 주고 간 적이 있다. 나를 이렇게 멋있는 선생님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들 덕분에 하루하루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내 직업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점점 발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인터뷰의 말미에 매년 아이들이 졸업하는 것만 상상하면 눈물이 난다는 유경옥 선생님은 아이들이 있어 자신이 있는 듯하다며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는데요. 어렵다는 임용고시에 단번에 합격한 비법이 "운"이었다던 유경옥 선생님의 진짜 합격 비결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