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근무로 힘든 와중에 iv 연습하는 후배에게 팔 내준 이유

초임 연봉이 3천만 원을 넘고 평균 연봉이 4천만 원 이상으로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1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직장이 있습니다. 워낙 높은 이직률 때문에 100일을 버텨낸 것을 축하하며 파티를 열기도 한다는 직업은 다름 아닌 간호사인데요.

한편 3교대, 태움 등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낼 것 같은 대학병원 간호사의 브이로그는 너무 담담해서 충격적입니다. 밤낮이 바뀌는 힘든 일상 중에도 캐릭터가 그려진 인계판을 보고 수다를 떠는 간호사의 모습은 여느 직장인들과 다름없는 모습인데요. 대학병원 외과병동에서 근무 중인 4년 차 간호사 권지은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어린 시절부터 간호사를 꿈꿨나

▶ 어릴 때 간호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병원에서 멋있는 유니폼을 입고 주사를 놓는 간호사 언니들이 나에게는 참 멋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때 급성 복부 통증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적이 있었는데 엄청난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보며 부모님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다. 그때 간호사 한 분이 다가오더니 진통제를 투약해 줬고 그 즉시 통증이 싹 가라앉는 경험을 했다. 고도의 치료술은 아니지만 적시에 도움을 준 간호사가 나에겐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그 일로 인해 이전까지 막연히 환상만 가졌던 간호사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환자의 가까이에서 적시에 처치를 담당하는 간호사의 업무가 보람되게 느껴져 목표로 삼게 되었다.

▷ 대학병원 간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어떻게 되나

▶ 대학병원 간호사로 입사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학점관리이다학점이 높을수록 더 큰 병원에 지원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든 간호학과 학생들이 정말 독하게 공부를 하는 편이다.  더불어 토익점수나 봉사활동까지 병행해서 남들과 차별성을 두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간호사는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게 선 취업후 시험’의 시스템이다. 4학년 여름~가을쯤에 병원 취업을 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맞춰 학점부터 영어점수 등 모든 것들을 목표하는 병원 기준에 맞게 세팅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취업이 되면 남은 기간 동안은 국가고시에 매진하고, 대학병원에 최종 합격을 하고 국가고시에서도 패스를 하면 대학병원 간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국가고시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합격했던 병원도 자동으로 탈락하게 된다.

▷ 워낙 업무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간호사의 하루 일과를 소개한다면

▶ 대학병원 병동 간호사의 경우 알려져 있다시피 3교대를 한다. 데이-이브닝-나이트로 8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다. 오전 시간부터 대략적인 스케줄을 이야기해 보자면보통 데이 근무 때는 수술이나 시술 등 검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간이다아침 회진을 돌고예정되어 있던 환자의 수술이나 시술을 진행하는데, 가끔 급하게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치료가 끝난 환자들을 퇴원 보내는 것도 오전 업무 중 하나이다.


오후 근무인 이브닝 간호사는 주로 입원환자를 받는다. 입원한 환자를 입원 동기, 과거력복용 중인 약물 등 빠짐없이 사정(assessment)하고, 수술 전에 해야 할 검사들은 모두 다 진행하고피검사에서 문제가 없는지 등 결과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나이트 근무 때는 보통 환자들이 잠든 시간이라서 전산으로 하는 작업이 많다하루의 마감 다음 날을 위한 준비를 하는 셈이다특히 데이 근무 간호사가 차질 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back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

▷ 간호사 직업의 객관적인 장단점을 알려달라

▶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학적 지식이 쌓이고 이를 일상에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 정보를 알려줄 수 있고, 특히 가족이 아프다고 하면 대략적인 질환을 예측할 수 있어서 조기치료가 가능해서 좋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수면을 잘 취하는데도 항상 피곤하다 하시고 무기력하고 기운이 없다며 어느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하셨는데,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서 진료를 권유했고 덕분에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이상을 확인해 약을 복용할 수 있었다.


다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면서도 정작 내 건강은 챙기기가 어렵다. 지속적인 교대 근무와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생리불순위염방광염 등 질환에 자주 노출되고 전반적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큰 단점이다. 더불어 간호사 한 명 당 돌봐야 할 환자 수가 많은 점환자의 중증도가 높은 점점심시간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점오버타임이 심한 점 등의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 성적이 된다고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간호사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한 것이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공부를 잘하고 스킬만 좋아도 물론 간호사를 할 수는 있지만 간호사로 근무하면 할수록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면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해야 할 경우가 꽤 있는데, 남의 기저귀를 갈면서 대변도 치워야 하고옷에 소변 등 체액이 묻기도 한다. 누가 장갑 낀 내 손에 남의 대변을 묻혀가면서 일을 하고 싶겠나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일을 하면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내 가족이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케어를 받는데 온갖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는 간호사가 담당이라면 기분이 나쁠 것 같기 때문이다.

▷ 힘든 만큼 보람도 클 듯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환자를 대하고 직접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환자들의 말 한마디에도 큰 힘이 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iv 연습을 많이 정말 많이 했고 실력도 좋다고 자부하는데 이에 대해 환자들이 인정해주면 신이 난다. 실제로 환자들이 권 선생님이 이 병동에서 주사를 가장 잘 놔주셔라고 칭찬을 하거나 “권지은 선생님한테만 주사 맞을 거야”라고 농담처럼 건네시는 말들이 응원이 되곤 한다.


▷ 의학드라마 속 간호사의 이미지가 의료 행위 가운데 보조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실제 간호사들은 현장에서 전문가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고 있나


▶ 간호사에 대한 대우가 과거보다는 확실히 많이 나아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임상에서도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간호사를 여전히 의사 뒤를 쫓아다니며 주사만 놓는 사람’으로 대할 때가 있다그럴 때마다 많이 속상하다실제로 간호사는환자 옆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어쩌면 의사보다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은 변화도 잡아내는 전문적인 의료진이다. 의사가 놓치는 부분도 간호사가 찾아내고적극적으로 의사에게 notify하여 환자 치료에 힘쓰는 큰 역할인데 간혹가다 적절하게 대우를 해 주시지 않아 마음이 아플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간호사를 소극적으로 표현하는 의학 드라마나 영화도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 3교대 근무를 하는 바쁜 일정 가운데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 신규 간호사 시절, 이론이 아닌 실제 병원 업무에 대한 자료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간호사 업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1:1로 교육을 담당해주는 프리셉터 선배 간호사를 통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레이닝 기간 중 모든 일을 배우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고 실제로 모든 일을 가르쳐주지도 줄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고도 처음 해보는 일이 수두룩했고 당연히 실수가 잦아졌다. 실수하면 혼나고 환자 역시 신규 간호사에게 간호 받기를 두려워하는 상황이 연속되었다. 이렇듯 힘든 시간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 들어올 후배 간호사들이 걱정되었고 간호사의 전반적인 업무 흐름이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다.


▷ 유튜브 활동에 대한 동료들의 반응은 어떤가, 직장 내에서 특별한 제약은 없나

▶ 처음에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부터 동료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다. 어떻게 3교대를 하면서 영상을 찍냐며 대단하다고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병동 수간호사 선생님과 간호부의 반응이었다. 내 나름으로는 후배 간호사들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혹여나 내 영상으로 인해 병원에 피해가 갈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유튜버 활동을 조심스럽게 알렸을 때 선배들은 “우리 지은이 멋있다. 후배들을 위해 힘써달라"라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더 힘이 나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게 되었다.

▷ 간호사로서 일반인들이 알아두면 유용할만한 의학정보를 하나 소개해 달라

  최근 다이어트 등을 이유로 운동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동도 무리하게 하면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 진단이 늘어난  ‘횡문근 융해증(Rhabdo-myolysis)' 역시 평소 운동을 잘하지 않다가 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해서 발생하는 병이다. 쉽게 말해 근육이 녹는 것인데 이 녹은 물질들이 신장을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임상에서는 이를 ‘랍도 환자’라고 부르는데 최근 근무하면서 젊은 ‘랍도 환자’를 자주 접했다. 물론 급성이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지만 젊은 분들이 스피닝, 사이클 등을 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 간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 단순히 취업이 잘 된다고, 여자가 하는 직업치고 돈을 잘 번다고 해서 무작정 이 일을 시작했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칠 수 있다. 심지어 내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간호사를 꿈 꿔왔는데도 당장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았다. 전국에 있는 대학병원들이 매년 간호사를 300~400명씩 채용을 하지만 1년도 안 되어 재공고가 나고 '인력이 모자란다'라고 하는 데는 그만큼 근무강도가 세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 일은 특히나 사명감, 책임감 없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 개인적으로 가장 큰 꿈은 ‘미국 간호사’로 근무해보는 것이다, 연봉, 병원 문화,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 등 다양한 면에서 근무환경이 아주 우수하다는 미국 간호사로 일해보고 싶다. 이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던 신규 간호사 시절에 가지게 된 목표인데  당시에는 ‘내가 앞으로 평생 동안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먹고 살 텐데, 단 1년이라도 미국에서 대우를 받으며 근무를 해보자’라는 단순한 바람이었다. 지금은 보다 큰 목표를 두고, 미국에서의 간호사 경험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 간호계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희망이 되고 본보기가 되는 멋진 간호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간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후회하기도, 그만둘 생각도 해 봤다는 권지은 간호사는 정작 간호사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내 가족이 케어 받는다면 어떤 간호사를 원할까 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말에서 권지은 간호사의 직업적 소명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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