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 출신 영어강사가 북미권 교포로 오해받는 이유

한 달에 150만 원 이상의 교육비가 드는 영어유치원에는 대기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고 초등학생들은 방학마다 단기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영어교육에 대한 이 같은 교육열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되는데요. 입시와 취업에서 영어실력이 필수요건인 이상 평생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느니 어릴 때 다소 '돈이 들더라도 시키는 게 낫다'라는 부모들의 입장도 전혀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지요.

한편 EBS에서 인기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샤이니쌤은 영어실력은 물론 유창한 발음 때문에 북미권 교포 출신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요. 사실은 충남 금산 출신이라는 영어강사 김재영의 학창시절 영어비법을 듣기 위해 만나보았습니다.


▷ 교포출신으로 오해받는데 실은 순수 국내파라고
▶ 대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충청남도 금산으로 이사를 갔다. 금산에서 초중고를 마친 시골 소녀이다. 대학교 4학년 때 한 학기(6개월) 동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연수나 유학 경험이 없는 셈이다.

▷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학창시절 영어공부 비법을 공개한다면
▶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엔 영어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도 대부분의 학생이 알파벳과 읽는 방법 정도는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해 미리 익히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내 경우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탓에 사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때문에 나는 알파벳 hello 가 나열되어 있어도 이것을 “헬로우”라고 읽을 줄 몰랐고 학교 영어시간에도 혼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듣고 가수의 목소리에 빠져,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됐다. 사춘기 소녀에게 영어공부에 대한 엄청난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우선, 영어를 읽는 법을 배워야 했다. 선생님께 부탁해 영어 교과서에 포함된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빌려왔고 그것을 공테이프에 복사해서 교과서와 일대일 매칭을 하며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다.  "Spain! Spain! 아! s 는 ‘스’ 발음이 나는구나. p는 ‘프, 쁘’ 등의 발음이 나는구나." 이렇게 혼자 파닉스를 익혀나간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식한 방법이고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대신 덕분에  그 어떤 학원이나 고액 과외를 받은 학생보다 더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읽을 수 있게 되자 더 많은 말을 영어로 하고 싶어졌고, 영어회화를 함께할 상대가 없으니 혼자서 일인이역을 담당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KBS 굿모닝팝스로 시작해 EBS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듣고 따라 하며 마음에 드는 표현 등은 작은 수첩에 적기도 했는데,  수첩에 적은 내용은 걸어서 등교하는 매일 아침 30분 말하기 연습을 하며 걸어갔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다녔던 그 시간이 영어 연습에는 최적의 시간이 된 것이다. 혼자서 논두렁 길을 걸으며 영어로 말하는 그 순간 정말 행복했다. 머릿속에 특정 상황을 정해놓고 주인공들이 하는 말을 혼자서 일인다역으로 하는 일종의 역할놀이이자 영어회화 연습인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몇몇 동네 어른들이 정신이 이상한 아이라고 수군대기도 했다고 한다. 덕분에 영어는 나에게 100점을 받아야 하는 시험과목이 아니라 '매력적인 언어' 그 자체가 되었다.

▷ 대기업 출신이라고 들었다그만둔 계기가 있나
▶ 가난한 집에서 자라서였는지 항상 ‘돈’에 목말라 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이 살 집이 없어, 부모님의 치킨 가게 뒤 공터에 아주 작은 콘크리트 창고(우리는 그것을 ‘집’이라고 불렀어요) 같은 것을 지어 동생과 함께 그곳에서 잤다. “엄마랑 아빠는 어디서 잘 거야?”라고 물으면 부모님은 아주 멋진 침대에서 주무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치킨 가게에 있는 손님 의자들을 붙여서 그 위에 이불을 깔고 주무셨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 당시에도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고, 다행히 아주 만족할 만한 연봉을 주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됐다. 


하지만 입사 후 행복은 단 일주일뿐이었다. 연수 기간이 지나고 실제 업무를 맡게 되자 기업 조직문화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화장실에서 우는 일이 잦아졌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처음 드는 생각이 “아, 오늘도 지옥이 시작되었구나”였다. 그럼에도 월급 때문에 차마 회사를 그만두지는 못했는데, 입사 동기인 한 오빠가 밤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 내가 누리는 이 하루가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하루하루가 소중한 존재라면, 월급 때문에 의미 없는 일을 하며 살아서는 안되겠다.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 행복한 일을 하며 살자‘ 이런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제 인생에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인 듯하다.

▷ 수많은 EBS 강사 중에도 스타강사로 꼽히는데, 비결이 있다면
▶ 소위 스타강사가 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중학영어독해 1,2,3학년 강의를 맡으면서이다. 일반적으로 칠판 앞에 서서 독해만 이어가는 주입식 강의가 아닌 특별한 방식을 접목하고 싶었고 실제로 독해 중간에 팝송을 넣어서 가사를 해석하고 따라 불렀다. 더불어 수업 시작하면서부터 될 수 있는 한 많은 말을 영어로 했는데 독해 수업이지만 보다 밝은 분위기와 회화를 접목한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방송기획 당시에는 EBS 제작진들의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은 뜨거웠다. 첫 방송이 나가고 일주일 만에 팬카페가  7개나 생겼고 영어교육을 진행하는 회사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스스로를 “영어교육계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영어 수업인데,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그 스토리를 말하는 중에 상황극을 위해 연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연기 속 영어 대사는 중요 문법이나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덕분에 강의 흥미도도 높고 강의를 통해 배운 표현들이 기억에 더 잘 남는 듯하다.

▷ 영어강사 혹은 스타강사라는 직업의 객관적인 장단점을 알려달라
▶ 영어강사도 사실 분야가 다양하다. 방송이나 인강 위주로 하는 강사와 보습학원에서의 강사, 그리고 대치동 대형 학원의 단과 강사...그중 내 경우는 방송과 인강을 주로 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대치동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물론 억대 월급을 보장하겠다는 말과 함께. 다만 “여행도 제가 원할 때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가능하다는 답을 준 곳은 없었고 대기업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제안을 거절했다.


방송이나 인강 위주로 활동하는 강사의 경우, 최고의 장점은 우선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촬영 스케줄도 조율이 가능하다.  수입도 일반 직장을 다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시간 대비 좋은 편이다. 물론 수입원을 늘리기 위해 개인 사업자로서 일을 계속 따오거나, 경우에 따라 오프라인 학원, 과외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하는 고민인 듯하다.

▷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서는 영어교육 관련 콘텐츠보다 경제콘텐츠에 중점을 둔다이유가 있나
▶ 정확히 말하면 경제 관련 콘텐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 콘텐츠” 라고 할 수 있다. 영어강사로 활동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아, 영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게 많이 달라지는데, 전반적인 자기 경영을 담은 자기계발까지 다룬다면 얼마나 많은 인생 변화가 일어날까?’ 였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특히 워낙 가난했던 형편을 극복하고 나이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내 이야기가 공감을 얻어 재테크와 관련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 대기업 근무 당시보다 훨씬 수익이 높을 것 같다살짝 공개해 줄 수 있나
▶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매달, 매년 연봉이 다르지만, 대기업 근무 당시보다 약 10배 정도는 벌고 있다. 돈을 좇아 대기업을 다닐 때보다, 돈 대신 꿈을 선택한 지금 수입이 훨씬 높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행운인 듯하다.

▷ 이미 품절녀라고 들었다남편과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해 달라
▶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다. 신랑은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결정적으로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줄곧 왕십리 반지하에서 살고 있을 때였는데, 햇빛도 안 들어 옷에 수시로 곰팡이가 피는 그곳에서 내 목표는 돈 9000만 원을 모아 분당 오피스텔 전세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9000만 원을 모아 기쁜 마음에 부모님께 전화를 한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집이 경매 강제집행이 될 예정이라 며칠 후에는 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이사는 포기하고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금산에 가서 89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하고 왔다. 그때 버스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소개팅으로 만난 지 얼마 안 된 이 남자에게 과연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 고민이 되었다. 당시 소개팅을 많이 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EBS 영어강사니까 부잣집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을 거라 생각하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든 생각이 ‘어차피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나를 떠날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할 배필이 아니라는 증거다.’ 싶어 용기를 내 말을 했고 남편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껏 당신처럼 멋진 여자를 본 적이 없어요.” 덕분에 나는 삶에 대한 용기도 생겼고 보물 같은 남편도 얻게 되었다.

▷ 기업을 그만두고 꿈을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경제적 현실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 경제적 현실과 꿈! 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꿈 없이 돈만 바라보며 인생을 살면 세월이 지나 돈에 저당잡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후회를 할 거다. 반대로, 경제적인 것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무작정 꿈만 좇으면 결국 밥벌이도 힘든 현실을 바라보며 그렇게 좋아했던 꿈도 미워지고 원망스러워질 수 있다. 내 경우는 영어라는 꿈을 좇으며 기본적인 경제생활도 바로 가능했기 때문에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쪼개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어 놓는 것이다. 씨앗을 심는다는 말은, 내가 좋아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나의 역량을 개발해서 그것이 훗날 내 업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작업. 그것을 평소에 조금씩 해두지 않으면 영영 회사를 떠나지 못한다. 현실과 꿈의 외줄 타기에서 부지런히 자기 역량을 개발해야만 지금 이 순간도, 그리고 노후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 앞으로의 목표는

▶ 올해로 마흔이 되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인생 1막이 성공한 영어강사였다면, 인생 2막은 “라이프 코치, 자기계발 전문가, 동기부여가”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싶다. 요즘은 하나의 커리어가 아닌 멀티 커리어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KBS 굿모닝팝스 진행자가 되는 것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나 유튜브 구독자들이 "통통 튀는 목소리로 영어를 말해주니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라고 말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김재영 강사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재능과 성장 스토리를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부터 영어유치원 출신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는 요즘 교과서 테이프를 듣고 공부했다는 김재영 강사의 영어비법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성장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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