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없으면 사위가 후계자 된다는 건 옛말, 후계구도 중심에 선 재벌가 딸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전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이라 자연스럽게 사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했습니다. 두 딸 역시 경영에 참여했으나 이양구 전 회장은 사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위들에게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게 했고 실제로 동양그룹의 회장직은 맏사위 현재현이,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오리온그룹의 회장은 둘째 사위인 담철곤이 맡았지요.

왼쪽부터 이양구 전회장의 장녀 이혜경, 맏사위 현재현, 아내 이관희, 차녀 이화경, 둘째사위 담철곤

사위 체제로 경영구도를 정비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최근 딸 부자인 재벌가 회장님들은 능력 있는 딸들을 후계구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과장 중 가장 부자라는 20대 여성의 정체
아모레퍼시픽 장녀 서민정

지난 10월 1일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영업전략팀에는 새로운 경력직 직원이 첫 출근을 했습니다. 프로페셔널이라는 직급을 단 해당 직원은 과장 수준의 위치인데요. 첫 출근한 29살 과장에게 수많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해당 직원이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없는 서경배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서민정은 앞서 미국 코넬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습니다. 이곳은 세계 3대 컨설팅업체로 꼽히는 컨설팅회사로 LG구광모회장, SK최태원회장의 장녀 최윤정, 한국콜마 윤상현 사장 등이 이곳 출신이지요.

이후 서민정은 2017년 중국 장강상학원(CKGSB) MBA과정에 입학해 약 2년간 중국에서 지냈는데요. CKGSB는 아시아 갑부인 청쿵그룹 리카싱 회장이 설립한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으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푸싱그룹 궈광창 회장, TCL 리둥성 회장 등이 이곳을 졸업한 곳입니다.

덕분에 서민정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중국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중국 시장에서 기반을 가지기 위한 포석을 쌓고 올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시장을 통해 크게 성장한 만큼 당시 서민정의 중국유학은 차기 후계작업을 위한 경영수업의 일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현재 서민정이 소속되어 있는 뷰티영업전략팀은 영업을 총괄하고 전략기획을 하는 부서로 회사 내에서 가장 기본적으면서도 핵심적인 영역으로 꼽히는데요.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에 적절한 부서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3세 경영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요.

또 서민정이 재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을 전했는데요. 10월 10일 주당 2만 8200원에 전환우선주 709 만 2200주를 발행, 2000억 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승계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전환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20~7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후계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해군 자원입대한 재벌가 딸
SK그룹 차녀 최민정

아모레퍼시픽 서민정보다 한발 앞서 회사 복귀로 화제가 된 재벌가 딸이 있습니다. 바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잘 키운 딸'로 유명한 차녀 최민정인데요. 지난 8월부터 최민정은 SK하이닉스 인트라(국제통상과 정책 대응 관련 부서)에서 대리급의 직책을 맡아 근무 중입니다. 

앞서 최민정은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14년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해군 사관 후보생에 지원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2014년 치러진 임관식에서 함정 병과 소위 계급장을 단 이후, 2015년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에 승선, 6개월간 아덴만에 파병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부터는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정보통신관과 지휘 통제실 상황장교로 근무하다 2017년 중위로 전역했습니다.

이후 최민정은 SK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 것과 달리 2018년 7월 중국 투자회사인 홍이투자에 입사해 글로벌 M&A팀에서 근무했습니다. 중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만큼 자신의 전공과 중국에서의 경험을 활용해 실무 경력을 쌓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지요.

홍이투자 입사 1년 만에 퇴사를 결정하고 SK그룹으로 돌아온 최민정은 SK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입사한 만큼 경영구도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최민정의 이번 CSIS 연구원 활동은 본업과도 연계되어 있고 사업의 인사이트를 높인다는 점에서 조직에도 도움이 되는 행보"라고 설명했는데요. 최근 최태원 회장이 "내가 SK회장을 한 지 20년 동안 이런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 맞는 것 같다"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에 대한 우려를 보인데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결혼 후 더 혹독해진 경영수업
SK그룹 장녀 최윤정

최민정의 언니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은 동생보다 앞서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근무해왔는데요. 올해 8월 회사를 떠나 돌연 유학길에 올라 주목받았습니다.

2017년 10월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린 최윤정의 유학 소식은 자칫 회사를 떠나 학업과 가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오히려 최윤정의 유학은 미래 SK의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의 전문성을 쌓기 위한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전해졌지요.

최윤정은 중국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이후 동대학교의 뇌과학 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는데요. 이어 미국 하버드대 물리화학연구소와 국내 제약회사에서 인턴을 거쳐 2015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글로버 컨설팅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최윤정은 2017년 신약개발전문기업인 SK바이오팜에 입사해 신약개발 분야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전략팀에서 일해왔는데요. 이번 유학 역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바이오인포메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으로, 바이오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는 핵심기술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한 행보로 보입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 제약 사업을 배터리 사업과 함께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여졌는데요.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최윤정이 유학을 마치면 SK바이오팜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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