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걱정하지 마" 대학생 베이비시터가 영어도 가르쳐준다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했습니다. 소설 출간 당시부터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내용이지만 베스트셀러 도서가 된 데 이어 영화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최소한 여성들의 공감은 확실히 얻은 듯한데요.


김지영 씨와 정대현 씨는 아주 많이 이야기했다. 지영 씨가 곧바로 복직할 경우, 1년의 육아휴직 이후 복직할 경우, 복직하지 않을 경우, 이렇게 세 가지 상황에서 육아는 누가 전담할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를 커다란 종이에 차분히 정리해갔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中)


결국 작품 속 김지영은 퇴사를 결정합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복직과 퇴사 사이에 고민을 이어가는데요. 경제적 여유나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내 일을 그만두는 문제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복직하고 싶지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 스트레스와 집안일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지요.

최근 이러한 82년생 김지영들의 고민을 조금은 덜어줄 만한 맞춤형 사업들이 호황입니다. 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면서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생활 맞춤형 앱이 뜨고 있는 것인데요. 맞벌이 부부와 육아맘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꽃길을 걷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나봅시다.


집에 들어오는 가사도우미, 믿을 수 있어야
홈스토리생활 '대리주부'

최초의 온라인 가사 중개 서비스인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는 가사업무를 사업화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가사업무가 여성들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봤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전에도 직업소개소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구할 수 있었지만 도우미 신원이나 책정 비용 등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탓에 소비자 피해가 많았고 접근성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업체에 등록된 검증된 도우미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연결되는 시스템은 시장을 양성화 시켰는데요. 덕분에 가격은 더 저렴해졌고 서비스 품질은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대리주부는 가사도우미가 집에 들어오는 만큼 '신뢰'를 가장 강조하는데요. 프로필, 사진, 경력, 자격증 등 정보를 모두 투명하게 오픈하고 도우미의 서비스 수행 횟수와 이용평가 등 정보도 공개합니다. 더불어 오프라인 교육을 토해 서비스 수행 퀄리티를 높였는데요.

덕분에 2008년 인터파크 자회사로 출발한 '홈스토리생활'은 완전히 분사한 뒤 대리주부 앱서비스를 개발해서 2015년 앱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114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칭 성사율은 55%인데 반해 재이용률은 85%에 달해 처음 쓰기는 어렵지만 한 번 쓰면 끊기 어려운 중독성 있는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지요.


아내가 육아하는 모습 보고 개발
심플러 '베이비타임'

실제 육아 경험을 토대로 앱을 개발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신생아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여 수유, 배변 수면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앱 '베이비타임' 개발자이자 개발사인 심플러 양덕용 대표는 아내가 아이를 출산한 뒤 육아 과정을 힘들게 종이에 기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앱을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개발자 출신이라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만들어 2010년에 앱마켓에 등록했다. 이후 다른 엄마 아빠들이 서비스를 쓰면서 공감해줬고 많은 피드백을 줬다. 육아에 의미 있는 서비스라 여겨 직장을 그만두고 2015년 창업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양덕용 대표는 회사를 다니던 중 앱을 개발해 출시했기 때문에 홍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요.

홍보 없이 입소문 만으로 5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이후 유사한 앱들이 연이어 출시되었지만 지난 5년간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쌓은 5억 5천 건 이상의 데이터 덕분에 여전히 분야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육아문화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마음으로 공동육아 기능을 넣기도 했는데요. 초반에는 해당 서비스의 이용률이 7%였지만 최근 아빠 사용자들이 늘면서 이용률이 20%까지 상승했습니다.


대학생 베이비시터가 온다
맘편한세상 '맘시터'

직접 육아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대기업을 다니며 주변 여자 선배들의 삶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필요성을 깨달은 사업가도 있습니다. 맘편한세상의 정지예 대표는 야근과 출장 탓에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는 걸 주변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을 퇴사하고 2016년 스타트업 '맘편한세상'을 창업했는데요. 워킹맘이 일을 계속하려면 무엇보다 아이돌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믿을만한 맘시터를 연결해주는 '맘시터'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이 부모나 아이돌보미는 맘시터에 가입해 서로의 프로필을 무료로 볼 수 있고 서비스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유료 가입 후 연락처를 받아 매칭이 가능한데요. 아이돌보미의 사진, 대학증명서, 자격증, 건강인증서 혹은 예전에 기록된 후기나 자기소개서, 일정표 등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대학생 맘시터만 운영하던 것에서 현재는 자녀양육 경험이 있는 '엄마 맘시터', 전공과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대학생 맘시터',  교육 경험이 있는 '선생님 맘시터' 등 아이부모들의 다양한 서비스 요구를 반영해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는데요. 무엇보다도 후기 시스템을 강화해 아이부모와 아이돌보미 모두 후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한 것이 성공에 주요했습니다. 더불어 웹을 통해 이루어지던 서비스가 최근에는 앱으로도 출시되어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편의점에 세탁 맡긴다
세탁 주식회사 '오드리 세탁소'

가사업무 관련한 외주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청소업체 등이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끈 반면 세탁 서비스는 한발 빨리 O2O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성장이 더딘 편이었습니다. 실제로 세탁계의 우버로 불리던 미국의 세탁 대행 서비스 '워시오'는 창업 3년 만인 2016년 폐업 수순을 밟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10여 개 이상의 세탁 대행 서비스가 생겼지만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곳은 드물지요.

이는 세탁물을 수거해가고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의 편의성은 있으나 세탁 자체를 외부 공장에 맡기면서 세탁 서비스 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세탁서비스는 유독 컴플레인이 많은 업종 중 하나인데 외부 세탁공장에 세탁물을 맡기다 보면 고객의 불만을 즉각 해결할 방법도 없습니다. 최근 서비스를 오픈한 '오드리 세탁소'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공장에 세탁 전문가를 고용해 질 높은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집안일부터 육아까지 맞벌이 부부를 돕는 외주 서비스는 아직까지 시장 초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은데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최근 설계된 아파트의 구조에서 부엌과 싱크대의 영역이 줄어들었다고 하니 가사의 외주회는 점차 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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