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그만두고 여행 떠난 원조 욜로 손미나, 아나운서 시절보다 더 바쁜 이유

소위 잘나가는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방송사를 퇴사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뉴스가 아닙니다. 특정 방송사에서 아나운서직으로 근무할 경우 타 방송사 출연은 물론 외부 행사까지 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많은데요.

지난 3월 Jtbc 아나운서직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해 방송가의 대세로 꼽히는 장성규의 경우 자신의 퇴사 이유에 대해 '돈 때문'이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장성규는 프리 선언 이후 아나운서 당시보다 15배 이상 수익이 늘었다고 하네요.

이처럼 프리를 선언한 대부분의 아나운서들은 방송사에서 퇴사한 이후 오히려 더 활발하게 방송국을 누비게 되는데요. 아나운서로 근무할 당시 쌓았던 호감 이미지와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해 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며 진행자로 일하게 되는 것이지요.


KBS 아나운서 퇴사하게 만든
말 한마디

1997년 KBS 24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래 입사 직후부터 '가족오락관', '도전! 지구탐험대', '도전! 골든벨' 등 KBS의 간판 프로그램을 모두 휩쓴 손미나 아나운서 역시 프리랜서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는데요. '가족오락관'의 최장수 여자 MC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감 이미지인데다 2001년부터 2년 가까이 KBS 뉴스 9의 주말을 담당하면서 당시 아나운서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는 말 그대로 톱급이었습니다.

다만 손미나의 선택은 남달랐습니다. 누구보다도 바쁘게 KBS를 누비던 2004년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무함에 빠진 손미나는 어렵게 장기 휴가를 내고 몰디브로 여행을 떠났는데요. 그곳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여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7박 8일이나 되는 긴 여행 기간 동안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을 나눴는데요. 헤어질 무렵 여의사는 손미나에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너는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정작 너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잖아"라는 말로 손미나를 충격에 빠뜨렸지요. 이후 손미나는 일을 빼놓은 진짜 자기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이제까지 일에 파묻혀 지냈던 스스로가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휴직서를 낸 손미나는 돌연 스페인 유학을 떠난 후 바르셀로나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유학 생활의 경험과 여행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는데요. 지적이고 단아한 이미지의 KBS 아나운서가 자유의 나라 스페인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경험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습니다.

처음으로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각종 출판사에서는 손미나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손미나는 당시 1년간 교제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는 동시에 KBS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는 여자 아나운서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손미나의 경우는 그와 달랐는데요. 남편을 따라 해외로 이주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퇴사를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지요.

퇴사 이후 여행작가로서의 활동은 성공적이었지만 남편과 제대로 된 신혼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했는데요. 여행집 '태양의 여행자' 집필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손미나가 미국에 발령이 난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소원해진 것입니다. 결국 결혼 1년 3개월 만인 2008년 8월 이혼을 결정한 손미나는 힘든 시기에도 여행 작가로서의 일을 꾸준히 이어갔고 부에노스아이레스, 파리, 페루 등 여행기를 담아 내놓은 책들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아나운서 시절보다 더 바쁜 일상

여성들 사이에 "인생은 손미나처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손미나의 삶의 방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곤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직장 생활에 대한 허무함이나 지친 감정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런 면에서 손미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성공한 부러운 사례임에 분명한데요. 특히 취미인 여행이 직업이 되었다는 점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요. 다만 욜로족의 원조인 줄 알았던 손미나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직함이 무려 6개라는 것은 다소 놀라운 사실인데요. 인생 학교 교장,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 강사, 여행 작가, 방송인 등 직함이 많은 만큼 바쁘다 보니 아나운서 시절보다 업무량은 더 많다고 합니다.

그중 인생 학교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알랭드보통이 지난 2008년 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말 그대로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로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과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개인의 정서적, 심리적 성장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런던을 시작으로 전 세계 9개국에 분교가 세워진 가운데 지난 2015년 인생 학교 서울 분교는 손미나가 운영 중인 손미나앤컴퍼니가 맡게 된 것이지요.

인생 학교에는 최근 가수 박지윤과의 결혼 소식으로 화제가 된 카카오 공동대표 조수용을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현대자동차 마케팅 전략실 상무, 디자인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섰는데요. 손미나 역시 인생 학교의 강사로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손미나는 유튜브 채널 '미나언니TV', 팟캐스트 '손미나의 싹수다방'을 통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줄로만 알았던 손미나는 사실 1년 중 대부분을 한국에 머물며 업무와 강연 등을 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행작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손미나의 경우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혹은 자신의 꿈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행작가들이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의 출간 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출판업계의 경우 작가의 인지도에 상관없이 인세가 10%로 고정되어 있는 편인데요. 즉 만 원짜리 책을 1만 권 팔았을 때 천만 원 정도의 인세가 나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1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면 1억 원의 인세를 받는다고 볼 때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1년에 1권의 책을 꾸준히 내고 연이어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연봉 1억 원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작가가 매년 새로운 책을 써내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그중 10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는 극히 드문데요. 때문에 여행작가들의 경우 인세를 통해서만 수익을 보장받기는 어렵고 그 외 여행정보를 담은 정보서나 가이드북의 저자로서 활동을 겸하고 각종 기업 등의 강연을 통해 강연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최근에는 블로그나 SNS 등이 발달하면서 유명 여행블로거가 책을 내고 여행작가가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의 저자 태원준은 어머니와 세계 일주를 한 여행기를 블로그에 공개했다가 인기를 얻어 책으로 펴냈고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신가요'의 저자 안혜연 역시 블로그에 올린 카페 탐방 후기를 출간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작가가 된 케이스입니다.

특히 여행서적의 경우 작가의 이름값이 덜하고 오히려 새롭고 신선한 것이 더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진입장벽이 다소 낮은 편인데요. 다만 여행을 다니고 놀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여행작가들이 여행 에세이를 한 권 펴내기 위해서는 여행지에서 여행을 하는 시간보다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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