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힘이 커진 요즘 순식간에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새롭고 효과 높은 광고를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아이디어 전쟁이라고 불리는 광고판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유명인'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일부 광고는 모델이 제품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찰떡궁합을 자랑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광고는 특별히 획기적인 아이디어 없이도 스타의 이미지만으로 제품 홍보에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야심 차게 기용한 광고모델로 인해 오히려 제품 이미지에 극심한 타격을 입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주운전한 사람이 술 광고?
카스 모델 김준현
최근 오비맥주는 개그맨 김준현과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을 새로운 모델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3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의 급격한 성장에 밀려 판매율이 다소 부진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이었는데요. 다만 김준현이 카스의 모델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넘어 불매운동의 조짐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준현이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낸 전력이 있기 때문인데요. 김준현은 지난 2010년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내 기소되었고 당시 김준현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사고의 피해자는 왼쪽 발등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10년 전 일이라 전혀 몰랐다"라며 앞으로 모델 선정 과정에 더 신중하게 임하겠다고 전했지만 김준현이 출연한 TV 광고는 여전히 방영되고 있습니다.
여자는 멍청하다더니 여성 화장품 광고에 등장?
MAC 모델 유상무
직접적으로 범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구설수에 올랐던 스타가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불매운동이 전개된 적도 있습니다. 여성 화장품 브랜드인 MAC이 개그맨 유상무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일인데요. 앞서 유상무는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개그맨 장동민, 유세윤과 함께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된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처녀가 아닌 여자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여성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유상무가 여성이 주요 고객인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되었다는 소식은 다소 충격이었는데요. 실제로 많은 여성 소비자들이 MAC에 큰 실망을 하고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함께 논란이 되었던 유세윤 역시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광고 영상이 게시되었다가 삭제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는데요. 넷플릭스의 채널 특성상 젠더 문제와 소수자 인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용자들이 많았고, 이들이 유세윤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넷플릭스 코리아는 유세윤이 등장한 광고 영상을 게재한지 하루 만에 삭제했습니다.
만든 사람이 문제인지, 보는 사람이 문제인지
베스킨라빈스 아동모델
최근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광고 모델 중 베스킨라빈스의 아동모델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여름 시즌을 겨냥해 제작한 해당 광고 영상에는 여자 아동모델이 등장해 눈을 감은 채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미소를 짓는 모습이 포함되었습니다. 그저 예뻐 보이기만 하는 해당 광고가 논란이 된 것은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 센터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해당 광고 영상의 댓글 중에는 "여자는 저 나이 때 제일 예쁘고 섹시하다", "아저씨랑 비밀친구 하지 않을래?", "임신 시켜야겠다"라는 등 성희롱적 발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 센터는 "우리 사회가 겨우 열 살을 넘긴 아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연출하고 소비하고 있는지 집중해야 한다"라며 일침을 가했고 결국 베스킨라빈스는 해당 광고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습니다.
12세 이용가 게임에 일본 AV 모델 등장
아르카 모델 시미켄
아동 모델이 아닌 다 큰 성인 남자 모델도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AV(야동) 배우의 한국 광고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되었는데요. 이는 모바일 게임업체 유알유게임즈가 12세 이용가 게임 '아르카'의 홍보 모델로 시미켄을 섭외한 데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시미켄은 22년간 9500여 개의 성인 영상물에 출연한 일본 배우인데요. 이를 반대하는 소비자들은 "일본 등과 같이 포르노 제작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야동 배우를 TV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어른들도 광고를 보고 불쾌할 뿐 아니라, 유아동들의 성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시미켄이 등장하는 광고를 TV와 영화관, 유튜브와 국내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중계 등에 그대로 공개했는데요. 논란에 따른 노이즈마케팅 덕분인지 해당 게임은 한때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광고에 속아 파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게임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실제 게임을 접한 후 실망감을 숨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광고모델은 이용자가 선택하는 부분이 아니다?
KT 모델 유튜버 보겸
사실 앞서 논란이 된 시미켄의 경우 일본 AV 모델인 동시에 한국어로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이기도 한데요. 최근 유튜버들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버들의 과거 발언이나 인성 논란이 광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KT는 유튜버 보겸을 광고 전면에 등장시켰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는데요.
게임 방송을 하는 보겸은 구독자 319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이지만 과거 데이트 폭력으로 논란이 된 유명인이기도 합니다. KT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보겸을 광고모델로 발탁했고 이후 비판을 제기한 소비자들에게 무신경한 대응으로 일관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보겸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데 대해 KT에 민원을 제기한 한 소비자는 KT 측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는데요. 해당 메시지에는 "사업자가 광고모델을 누구로 정하는지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회사 내부적으로 진행될 문제이며, 그러므로 고객센터에서 별도 답변드릴 사항이 없습니다."라는 안일한 대답이 적혀있었습니다.
KT의 이 같은 답변은 도리어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되었는데요. SNS를 통한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KT는 돌연 개인 SNS를 찾아다니며 "문제의 영상은 논란이 되고 있어 삭제하였습니다.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달며 뒤늦게 진압에 나섰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유명 스타들만 등장했던 기업의 광고들에 최근에는 전문가, 인플루언서 등 비연예인 모델도 자주 눈에 띄는데요.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설득력 있는 광고모델이 될 수 있는 대신 광고 선정 과정에서 꼼꼼한 검증 과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광고비가 결국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에서 거액을 들여 제작한 광고가 불매운동을 불러온다면 광고주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큰 불편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