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나 시외버스로 이동 중 갑자기 용변이 급할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자가용이라면 근처에 불법 정차를 해서라도 급한 용변을 해결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동 중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운전기사님께 정차를 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다행히 비행기의 경우 탑승객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기내 화장실이 있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습니다. 이착륙 시에는 안전을 위해 이동을 금지하고 화장실 이용 또한 제한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일반적으로 이착륙을 위해 이동이 제한되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내외의 시간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다만 비행기의 출발 지연으로 인해 승객들이 기내에서 대기 중이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승객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비행기의 출발을 기다리며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착용하고 대기해야 하는데요. 안전규정 상 화장실 또한 사용할 수 없지요.
다만 비행기 지연이 길어지다 보면 대기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각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 또한 기내 승무원들의 역할이 아닐까요? 한편 최근 한 승객이 규정만을 강조한 끝에 성인인 승객을 오줌싸개로 만드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에어캐나다를 이용한 26살의 한 여성 탑승객은 자신의 충격적이고도 황당한 경험을 언론을 통해 털어놨습니다. 지난 8월 이 여성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를 경유하는 에어캐나다를 이용하였는데요. 해당 비행기는 승객의 탑승이 모두 끝난 후 무려 2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되었고 그 사이 요의를 느낀 여성이 승무원에게 화장실에 가겠다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비행기가 언제 이륙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장실 사용이 불가하다는 이유였는데요.
처음에는 승무원의 지시에 수긍해 자리에 돌아왔지만 점차 용변 급해진 여성은 다시 화장실로 향했고 그때마다 승무원은 번번이 '안된다'라며 단호한 지시만 반복했습니다. 네 차례나 화장실 사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여성은 결국 자신의 좌석에 앉은 채 실례를 하고 말았는데요. 더 충격적인 것은 해당 승객이 승무원의 융통성 없는 지시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고도 기내 승무원 누구도 그를 돕거나 사과하지 않은 채 비행 내내 그를 무시했다는 사실입니다.
장장 7시간의 비행 동안 엄청난 찝찝함과 그보다 더한 수치심을 안고 토론토에 도착한 승객은 내리자마자 호텔을 잡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더블린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캐나다 측에 정식 항의를 했는데요.
이에 대해 에어 캐나다 측은 "해당 승무원의 실수가 맞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해야 했다"라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한화로 4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해당 승객은 "이런 식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자신을 모욕한 직원의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캐나다 교통위원회(Canadian Transportation Agency)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항공여행에 관한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에어 캐나다에 접수된 컴플레인은 2018년 3월 기준으로 연간 2380건이었으며, 이는 다른 캐나다 국내 항공사의 컴플레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에어캐나다가 승객과 비행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다른 캐나다 항공사들과의 상대적 평가는 불가할지 모르겠으나 2016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컴플레인 접수 건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만한 수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기내 안전에 대한 원칙 준수와 더불어 돌발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내 승무원들의 능력 역시 교육이 필요할 듯한데요. 무엇보다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진심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이와 같은 황당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