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비행은 언제나 피곤한 일이지만 특히 옆자리에 '우는 아기'가 앉았다면 그다지 운이 좋은 비행은 아니지요. 때문에 최근에는 비행기에도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은 여전하지만 이미 몇몇 항공사에서는 좌석의 일부를 '조용한구역(Quite Zone)'으로 지정하고 12세 미만 어린아이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용한 구역'을 지정하고 어린아이의 좌석 배정을 제한하는 항공사는 현재 말레이시아 항공, 싱가포르항공 자회사인 스쿠트, 인도 최대 항공사인 인디고 등인데요.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을 원하는 승객들을 위한 항공사의 자율적인 정책 중 하나라고 하지만 아이를 동반한 비행기 탑승 자체를 거부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어린 자녀를 둔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기내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일본항공(JAL)이 마련한 새로운 정책이 논란의 불씨를 다시 한번 지폈습니다. 지난 26일 일본항공은 '아기 동반 승객 지원 서비스'항목을 통해 "생후 8일에서 2살 이하 유아와 함께 탑승하는 승객이 자사 누리집에서 좌석 선택을 할 경우, 선택한 좌석에 아기 모양의 아이콘이 표시되어 나타나게 된다"라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항공기 좌석 선택 때 어린아이가 앉은 좌석을 미리 고지함으로써 해당 좌석 근처를 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서비스입니다. 해당 서비스의 이름은 마치 '아기를 동반한 승객을 지원하겠다'라는 듯 보이지만 실제 서비스가 지원하는 승객은 '아기를 피하려는 승객'들인 것이지요.
일본항공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자신을 방글라데시 벤처 투자자라고 밝힌 라하트 아흐메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항공의 공식 계정을 태그하며 "나의 13시간 여정 동안 아기들이 어디서 소리 지르고 울어댈지 경고해줘서 고맙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는데요. 더불어 '카타르 항공'을 함께 태그하며 "2주 전 뉴욕에서 도하까지 가는 비행 동안 옆자리에 3명의 소리 지르는 아기들이 있었다. 정말로 모든 항공사가 의무적으로 이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일본항공의 '아기 좌석 표시' 서비스가 차별을 조장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G sunder라는 이름의 트위터 사용자는 "우리 모두는 언젠가 아기였다"라며 "언젠가는 침흘리개, 방귀쟁이, 술꾼들을 표시하는 좌석표까지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특히 자녀를 둔 네티즌들은 "이전에는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가 생긴 뒤에는 아이들과 여행하는 부모들이 안타깝더라"라며 오히려 아이와 동반해 비행하는 부모들을 걱정했습니다.
실제로 어린아이와의 비행에서 가장 곤욕스럽고 힘든 사람은 당사자인 아이와 그의 보호자일 텐데요. 기내의 낯설고 불편한 환경과 기압차 때문에 지친 아이는 울음으로 불편함을 표한할 수밖에 없고 이를 달래며 주변 승객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부모 역시 지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육아맘들 사이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장거리 비행 시 대처법에 대한 여러 가지 고육지책이 떠돌기도 하는데요. 그중에는 심지어 '어린이용 콧물약'을 먹이고 아이를 재우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탔을 때 일부 승객들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과 불평들을 견디는 것보다 낫다는 이유에서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항공이 내놓은 아기좌석표시 서비스는 일부 승객들에게 조용한 여행을 선물했을지는 모르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승객들을 '기피의 대상'으로 지정한 조치임에 분명한데요. 이와 반대로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를 행운의 대상으로 바꾼 항공사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항공사 제트블루는 그해 어머니의 날을 맞아 '하늘 나는 아기들'이라는 깜짝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요. 해당 이벤트는 비행하는 약 1시간 동안 아기가 한 번 울 때마다 비행기에 탄 승객 모두에게 다음 비행 편 25%를 할인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아기가 4번 울게 되면 승객들은 다음 비행기편은 100% 할인받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덕분에 아기들이 울음을 터트릴 때마다 승객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는데요. 4번째 아기가 우는 순간 승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할 정도였고 아기와 함께 비행기에 탄 엄마들은 모처럼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제트블루는 해당 이벤트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영상의 말미에 "다음에는 크게 우는 아기에게 미소 지어 주세요"라는 문구를 내보내기도 했는데요. 일회성 이벤트이지만 해당 항공사가 아이를 동반한 탑승객을 배려하고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의미 있는 프로모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첫 비행이 낯설어 우는 아기, 아기를 달래느라 안절부절하는 아기 엄마, 아기 옆에 앉아 한숨도 못 자는 운 없는 승객'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가 여럿인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노키즈존', '아기좌석표시'는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히려 차별과 분란을 조장하는 계기가 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