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대1 경쟁률 뚫고 선발된 공채 탤런트의 10년 후 충격적인 근황

KBS 14기 이병헌, MBC 21기 장동건, SBS 6기 김명민 등 공채 탤런트들이 각 방송사 주요 드라마의 주연을 맡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연기자로서 데뷔하는 길이 다양하지 않아 방송사의 공채 탤런트 시험이 거의 유일한 통로였는데요.

90년대 후반부터 연예기획사가 대거 성장하면서 방송국과 신인 연기자 모두 공채 제도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공채로 선발된 연기자들이 주연급으로 성장하면서 연예기획사로 소속을 옮겨가는 것에 회의를 느꼈고 신인 연기자들 역시 공채로 들어가 2년 동안 몸이 묶인 채 월 50~50만 원을 받고 단역만 맡느니 기획사에서 출발해 단번에 기회를 잡는 게 이득이라고 느낀 것이지요.

실제로 2000년대 들어오면서 방영된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들은 대부분 공채 출신이 아니라 기획사나 CF를 통해 데뷔한 케이스였는데요. 결국 1969년 MBC 공채 1기 탤런트 임현식부터 시작된 공채 선발 시스템은 2003년 KBS 20기,  MBC 31기, SBS 10기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다만 SBS의 경우 6년 만에 공채 시스템을 부활시켜 지난 2009년 11기 공채 탤런트를 선발한 적이 있는데요. 제2의 김명민, 김주혁, 김지수를 뽑겠다는 포부로 열린 해당 대회에는 무려 4,157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1차 서류심사, 2차 연기력 테스트, 3차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최종 14명이 선발되었습니다.

이는 남자의 경우 397대1, 여자는 222대1, 전체로는 297대1의 경쟁률로 여느 대기업 못지않게 치열한 모습이었는데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주인공에는 SBS '시크릿가든'에서 김비서로 스타덤에 오른 김성오와 최근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허준석 등이 있지요.

다만 치열한 경쟁률이 무색하게도 대부분의 11기 공채 주인공들은 배우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최근 'SBS 스페셜'에서는 대회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11기 공채 탤런트들의 근황을 전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명찰 달고 방송국 다닐 때가 그립다'는 그들의 특별한 근황을 만나봅시다.

명찰 달고 방송국 다녔을 때 뭔가 될 것 같았다
푸른거탑 김상병 김호창

공채 선발 당시 2등으로 뽑힌 김호창은 대회 전 이미 스물넷의 나이에 최연소 국립극단의 단원으로 연기의 꿈을 펼치고 있었는데요. 연극계에서 제법 인지도가 있었던 김호창에게도 연예계의 벽은 높았습니다. 2013년 tvN '푸른거탑'에서 김상병 역으로 잠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코믹한 이미지 때문인지 이후에도 배우로서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배우의 꿈을 접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김호창은 역할의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스스로를 데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디션을 봐야 하는 배우로 표현하면서도 "지금은 이루지 못했지만 아직 ing"라며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배우를 지망하는 후배들을 위해 특강을 진행하며 연기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행복하다
승무원 변신 석진이

공채 선발 당시 21살로 가장 어린 나이에 선발되었던 석진이는 2009년 드라마 '드림'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는데요. 이후에도 '제중원', '맛있는 인생'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듯했으나 이내 방송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SBS스페셜'에 출연한 석진이는 연기자로서 활동 당시에 대해 "연기는 좋았지만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 것 때문에 걱정도 되고 불안했다. 내 성향과는 달랐다"라고 털어놓았는데요.

실제로 석진이는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3달 넘게 1~2시간만 자고 토익 스피킹 등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노력 끝에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고 현재 4년 차 승무원으로 근무 중인데요. 석진이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행복하다"라며 현재 승무원 생활에 만족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탤런트인 것을 몰랐다
결혼 5년 차 육아 3년 차 김효주

11기 동기들 사이에서 근황이 가장 궁금했던 인물은 바로 김효주입니다. 김효주는 공채 선발 후 전속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연수 중 사라졌는데요. 당시 동기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없이 사라진 '공채 자퇴생'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김효주는 당시 연기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20대는 항상 불안하고 우울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다고 느껴졌다"라고 전했는데요.

이후 여러 차례 꿈을 바꿔가며 31살까지 미술을 하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현재 결혼 5년 차, 육아 3년 차의 육아 고수가 되었다고 하네요. 김효주는 오히려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고 나니 생각이 유연해져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연기의 꿈을 다시 펼치기 시작한 김효주는 '김수안'이라는 예명으로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로서 재도전 중입니다. 최근에는 영화 '롱 리브 더킹'에서도 작은 배역을 맡아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고 하네요.

직업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자는 것
이가현 & 김태희

공채 당시 배우로서 가장 성장이 빨랐던 동기는 이수진입니다. 현재는 이가현으로 개명했고 여전히 배우로 활동 중인데요. 2010년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반전 인물 김간호사역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작은 배역들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연기자로서 일이 꾸준히 주어지지 않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이가현은 작품이 없을 때는 친구의 카페 일을 돕는다고 하는데요. 현실적 어려움에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는 이가현은 배우에 대해 "어릴 때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동사다.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록지 않은 연예계 활동 중에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고 노력 중인 또 다른 주인공은 김태희입니다. 김태희는 SNL 시즌5의 크루로 활동한 이후 국내에서 연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최근 중국으로 거처를 옮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백화점 메인 모델로 발탁되는 등 성공적으로 현지에 정착한 김태희는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는데요. 낯선 타지 생활에 대해 "꿈과 목표가 있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뒷걸음질 친다면 갈 수 없다. 끝까지 가봐야겠다"라고 포부를 다졌습니다.

배우 김호창은 공채 선발 당시 심경에 대해 "명찰 달고 방송국에 다녔을 때 뭔가 될 줄 알았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무려 29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주인공으로서 가졌을 자부심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테지요. 다만 11기 동기들에게 배우의 길은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고 10년이 지난 현재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기도 한데요.

 

배우의 길을 이어가든 그렇지 않든 각자의 길에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10년은 자신의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꽃길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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