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오연서, 정려원, 배수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연급 여배우라는 점 외에 딱히 떠오르는 바가 없다면 연기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힌 듯한데요. 사실 해당 배우들은 모두 아이돌 걸그룹 출신입니다.
이들은 처음 연기자로 도전할 당시만 해도 '걸그룹 출신' 혹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남다른 편견에 맞서 고생했고 배우로서 인정받기도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가수 활동 당시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여배우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만 워낙 많은 아이돌과 가수들이 연기자로 전향하다 보니 가수 활동이 배우 데뷔를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하는데요. 특히 가수로서의 인지도를 이용해 일반적인 신인배우들이 거치는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단번에 주연급 배역을 맡는 경우는 비판의 화살을 피해 가기 어렵지요.
실제로 가수로서 톱스타의 대열에 오른 스타의 경우에도 배우로 도전했다가 큰 실패를 겪은 경우가 있는데요. 대중적 인기만 믿고 도전했다가 시청자들의 쓴소리와 함께 대실패를 경험한 스타들을 만나봅시다.
텐미닛 이후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드라마 '세잎클로버' 이효리
가요계 요정 핑클의 멤버로 데뷔한 이효리는 핑클 활동을 접은 후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습니다. 2003년 첫 솔로 앨범의 수록곡 10minutes가 소위 대박 히트를 치면서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여자 솔로 가수가 된 것인데요. 이후 해피투게더, 패밀리가 떴다 등을 통해 예능계도 접수하면서 연예계 전체를 사로잡은 슈퍼스타가 되었지요. 다만 성공가도만 달린 듯한 이효리에게도 인생 최대의 실패작이 있는데요. 바로 드라마 '세잎클로버'입니다.
10minutes의 성공으로 2003년은 소위 '이효리 신드롬'이 불었던 해인데요. 2003년부터 이효리가 광고 모델로 활동한 삼성 애니콜은 이효리가 모델을 하는 4년 동안 매출이 약 300% 이상 상승했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슈퍼스타 이효리에게 광고계와 가요계를 넘어 배우로서 러브콜이 온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순서였을지도 모르지요.
다만 '이효리 효과'를 너무 믿었던 것일까요? SBS '세잎클로버'는 첫 연기 도전을 시작하는 이효리에게 여주인공의 역할을 맡겼는데요. 게다가 해당 드라마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여공이 공장의 사장과 로맨스를 풀어가는 신데렐라 스토리로 여주인공의 연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연기 경험은커녕 연기 공부도 해보지 않은 이효리의 연기가 논란을 부른 것은 당연한 순서였는데요. 이효리를 비롯해 배우 류진, 김강우, 김정화 등 쟁쟁한 배우가 출연한 해당 드라마는 결국 계획된 20부작을 채우지 못하고 16부로 조기종영했습니다.
이후 이효리는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해 드라마 실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연기에 대해 지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덜컥 주인공이 됐다. 시청률도 그렇지만 '효리효과 없네'라는 기사가 나오니 시청률에 더욱 연연하게 됐다"라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청률을 보고 운 적이 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더불어 이효리는 "그래도 드라마는 정말 잘한 것 같다. 어떤 분이 내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다고 했는데 이 작품이 브레이크를 걸어주면서 자만할 수 있었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는데요. 승승장구하던 이효리에게 브레이크가 된 작품 '세잎클로버'는 시청자들에게도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사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박진영
1994년 가수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낸 박진영은 최근 트와이스의 사장님으로 더 유명한데요. 일찍이 1996년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래 god, 비, 원더걸스, 미스에이, 트와이스 등 인기가수를 배출했습니다.
더불어 가수로서의 열정과 패기도 여전해 여러 인터뷰를 통해 60세까지 가수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며 은퇴시기를 2032년 1월 13일로 정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박진영은 지난 2015년 싱글 앨범을 내고 '어머님이 누구니'로 활동하며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댄스곡으로 정면 승부한 박진영의 도전정신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요? JYP의 수장으로, 댄스가수로, 끊임없는 도전과 성공을 이뤄낸 박진영 역시 도전정신이 과도했던 나머지 큰 손해를 겪은 사연이 있는데요. 바로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의 흥행 참패입니다.
앞서 2011년 KBS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 도전을 한 박진영은 의외의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는데요. 드림하이 2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감을 얻은 박진영은 2012년 코미디 영화에 주연을 맡는 도전에 나섭니다. 더불어 박진영은 제작비로 3억 5천만 원을 직접 투자하며 제작에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영화 '7급 공무원'으로 유명한 천성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여주인공으로 민효린까지 가세한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는 JYP의 수장인 박진영이 주연이니만큼 JYP 소속 가수들의 팬덤만 나서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의 눈은 역시 녹록지 않았습니다. 박진영이 제작과 주연에 나선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는 최종 관객 10만 명에 그치며 개봉 보름여 만에 막을 내렸는데요. 25억 원의 다소 적은 제작비였지만 손익분기점인 관객 80만 명에 한참 못 미친 성적으로 흥행 참패를 거둔 것이지요.
앞서 아이돌의 원조 격인 HOT와 젝스키스 역시 인기가 최정상이던 시절 직접 주연을 맡은 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요. HOT 주연의 '평화의 시대'와 젝스키스 주연의 '세븐틴'은 모두 어설픈 스토리와 부족한 연기력으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워낙 강력한 팬덤 덕분에 꽤 많은 관객을 동원했고 영화 상영 당시 극장은 팬미팅 현장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하지요.
지금 연기에 도전장을 내민 가수들 역시 팬 서비스 차원의 일회성 이벤트라면 얼마든지 팬들의 환영을 받을 텐데요. 만약 진지하게 배우를 꿈꾼다면 가수로서의 인지도를 버리고 신인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이 가수 활동을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보답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