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혼, 불륜, 살인까지 막장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그림 이야기 : 윌리엄 호가스

윌리엄 호가스(1697-1764)는 영국 출신 화가인데요. 호가스가 활동하던 18세기 유럽 대륙은 로코코 미술이 전성기일 때였습니다. 호가스는 그러한 18세기 영국 화단을 대표하는 국민적 화가입니다. 그는 1697년 가난한 인쇄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정식 교육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20대에 은접시 세공업자 밑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요. 바로 출판물에 풍자 삽화를 디자인한 것입니다. 이렇듯 싸구려 판화가로서의 활동만을 하던 중 그는 당대의 유명한 벽화가였던 손힐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요. 덕분에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당시 왕실 중심의 초상화가 주류를 이루던 영국 미술계에 새로운 주제로 열풍을 일으키게 됩니다. 호가스는 스스로 '나는 드라마 작가이고 나의 그림은 연극 무대다'라고 공언했는데요. 실제로 그의 많은 작품들이 마치 TV 연속극처럼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스토리텔링의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큰 인기를 끈 두 작품, 판화 '매춘부의 일대기'와 유화 '결혼 풍속'을 TIKITAKA가 이야기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The National Gallery, London

 


 

판화 '매춘부의 일대기'

매춘부의 일대기는 호가스가 풍자화가로서 첫 번째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당대의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더욱 흥미로운데요. 작품이 흥미로운 만큼 모든 계층에 인기를 끌어 복제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에 호가스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데요. 권력 있는 친구를 동원해 판권을 보호하는 '호가스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합니다.

매춘부의 일대기 Ⅰ

모자를 쓴 처녀는 이제 막 시골에서 상경한 처녀입니다. 처녀는 방금 런던에 도착해 사촌에게 가는 길인데요. 오른쪽에 쌓여있는 그녀의 짐 가운데 거위에는 '런던 템스 거리에 사는 나의 고상한 사촌을 위하여'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녀를 붙잡고 얘기하고 있는 중년 여성은 당대 유명한 포주 '대모니덤'입니다. 뒤에 있는 건물은 벨여관인데 여관 앞에서 처녀를 음흉하게 쳐다보는 아저씨는 당대의 난봉꾼 '차트리스'대령입니다.

출처-Allpainters.org

매춘부의 일대기 Ⅱ

첫번째 그림 다음 생략된 내용이 있는데요.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차트리스 대령이 처녀를 꼬셔 적당히 놀다가 버린 것입니다. 그 후 시골 처녀 메리는 고리대금업자의 정부가 됩니다. 애완용 원숭이도 있는 걸 보니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리는 탁자를 발로 차서 관심을 돌리고 있는데요. 그러는 동안에 그의 젊은 애인이 도망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출처-Allpainters.org

매춘부의 일대기 Ⅲ

메리는 이제 싸구려 여관에서 노상강도 '제임스 델턴'의 정부가 됩니다. 그녀는 훔친 시계를 보고 좋아하고 있네요. 더 이상 애완 원숭이를 기를 형편이 되지 않고 대신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데요. 너저분한 방을 보아하니 그녀가 처한 상황이 좋지는 않은가 봅니다. 심지어 오른쪽에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곤슨'경이 보입니다. 매춘부 단속에 나선 모양입니다.

출처-Allpainters.org

매춘부의 일대기 Ⅳ

메리는 감화원에 잡혀왔습니다. 함께 잡혀온 매춘부들이 대마를 두들겨 펴는 형을 받고 있는데요. 오른쪽에는 메리의 시중을 들던 여인이 구멍 난 스타킹을 올리며 '너네의 화려한 옷이나 외모도 곧 이렇게 닳아 없어진다'라며 비웃고 있습니다. 잡혀온 사람의 대부분은 창녀인데 가운데 바닥에 카드가 널려있는 사람은 아마 도박꾼인가 봅니다. 메리의 뒤에는 그녀의 옷을 잡아당기며 히죽거리는 여인이 있기도 한데요. 아마 감화원에서 메리의 생활이 고달플 듯하네요.

출처-Allpainters.org

매춘부의 일대기 Ⅴ

메리가 위독해 보입니다. 그녀를 치료하러 온 의사는 당대 악명 높은 의사 '로크'와 '미소빈'인데요. 이 둘은 환자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서로의 치료법을 가지고 다투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싸구려 성병 치료제가 나뒹굴고 있고 왼쪽의 하녀는 벌써 수의를 꺼내려고 합니다. 누구의 자식인지 모를 사생아는 방치되어 혼자 무얼 먹으려고 하고 있네요.

출처-Allpainters.org

매춘부의 일대기 Ⅵ

'1731년 9월 2일, 23살의 나이로 사망'이라는 명패가 관에 붙어있습니다. 그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사람은 그녀의 시중을 들던 여인뿐인데요. 왼쪽에 앉은 목사는 여자의 몸을 더듬느라 음료를 쏟았고 가장 오른쪽의 포주인 대모니덤은 자신의 수입이 줄어든 것에 대해 슬퍼할 뿐입니다. 노닥거리는 남녀, 손가락을 다쳐 눈물을 훔치고 있는 두 여인, 거울을 보며 상복 매무세를 살피는 여인까지 모두들 죽은 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아이는 여전히 방치되어 있네요.

출처-Allpainters.org

유화 '결혼 풍속'

18세기 초 영국 사회는 신흥 부자들과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 사이의 결혼이 유행했습니다. 신흥 부자들은 귀족의 명예를 얻고 귀족들은 우아한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호가스는 결혼 풍속 연작에서 상류사회의 부도덕한 결혼 세태를 풍자했는데요. 이 작품의 제목은 1672년 초연된 존 드라이덴의 희극에서 따온 것입니다.

Ⅰ 결혼계약

어느 귀족의 집 거실입니다. 가장 오른쪽에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남자가 신랑의 아버지인 귀족입니다. 왼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종이는 족보인데요. 집안 자랑을 늘어놓으며 탁자 위에 놓인 돈에 관심을 보입니다.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신부의 아버지인 신흥 부르주아입니다. 손에 든 계약문서를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창밖의 공사 중인 건물은 화려하지만 덜 지어진 것으로 보아 귀족의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예비 신랑신부는 서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신부는 약혼반지를 손수건에 끼워 돌리며 변호사와 노닥거리고 있네요.

출처-WebGallery of art

Ⅱ 이른 아침

신혼집 거실의 아침 풍경입니다. 신랑 신부 모두 매우 피곤해 보이는데요. 아마 밤새 각자 유흥을 즐겼나 봅니다. 신랑 옆의 강아지가 신랑의 주머니에서 레이스가 달린 모자를 꺼내는 걸 보니 아마 다른 여자를 만나고 왔나 봅니다. 신부 역시 집안 바닥에 악기와 악보, 카드 등이 널려있는 걸 보니 밤새 한판 놀았나 봅니다. 집사는 청구서 뭉치를 들고 '정말 못 말린다'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아마 저 뒤편에 소리치고 있는 남자가 술값을 받으러 온 모양입니다.

출처-WebGallery of art

Ⅲ 진찰

신랑이 신부가 아닌 여자를 데리고 의사에게 갔습니다. 아마 숨겨놓은 여자인 모양인데 얼굴에 검은 점을 보니 성병에 걸렸나 봅니다. 그런데 진료를 보고 있는 의사 역시 얼굴에 반점이 있는데요. 비슷한 병에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알리기 어려운 병이라 뒷골목 돌팔이 의사를 찾아갔나 봅니다. 심지어 의사 앞 탁자에 해골이 있는 걸 보니 병을 고치기보다 죽음을 앞당기는 의사로 보이네요.

출처-my daily art display

Ⅳ 화장실

거실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가장 왼쪽에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와 피리를 부는 음악가가 있는 걸로 보아 음악 감상이 하려고 모인 것 같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신부는 머리 손질을 받고 있는데 머리에 끈이 달려있습니다. 이는 임신 중이라는 의미이지요. 결혼계약 당시 신부와 노닥거리던 변호사가 신부에게 초대장을 보여주면서 만날 약속을 정하고 있네요. 왼쪽 벽에 변호사의 초상화와 그 아래에 제우스가 가니메데스를 납치하는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신부와 변호사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합니다.

출처-WIKI art

Ⅴ 바지노(여관)

왼쪽 창문에 한 남자가 급히 도망을 가고 있는데 신랑은 칼에 맞아 죽어가고 있습니다. 신부와 변호사가 가면무도회를 보고 밀회를 즐기고 있는데 신랑이 급습한 것입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칼을 보니 신랑과 변호사까 싸웠고 결국 변호사가 신랑을 찌르고 도망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벽에는 솔로몬의 심판이 그려져 있어 이들의 방탕한 삶이 심판받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출처-Esacademic

Ⅵ 여자의 죽음

신부의 애인인 변호사는 살인죄로 교수형에 처해졌고 신부는 결국 자살하게 됩니다. 죽은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의 얼굴에는 검은 반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성병을 물려받았나 봅니다. 신부의 아버지는 그 와중에 딸의 손에서 결혼반지를 빼고 있네요. 검은 옷을 입은 의사는 자살을 막지 못한 하인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가장 오른쪽에는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비쩍 마른 개가 이 비극적인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탁자 위의 돼지머리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출처- learn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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