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 H&M에서 헌 옷을 판다고?

유니클로, 갭, 자라, 포에버21 등은 최신 유행하는 옷을 빠르게 만들어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끈 브랜드들인데요. 일명 패스트패션 혹은 스파 브랜드 등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해당 브랜드들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으로 취급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저가 의류를 짧은 주기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H&M이 보다 지속 가능한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헌 옷을 판매하겠다는 다소 충격적인 선언을 한 H&M을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지난해 BBC 다큐멘터리 'Fashion's Dirty Secrets'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산업으로 패션산업을 지목했는데요.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과정만 해도 목화 재배부터 염색,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없는 환경오염이 수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듯 패션 업계의 민낯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소비 트렌드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쓰레기 매립장에서 촬영한 스텔레 매카트니 화보

실제로 H&M은 2018년 4분기 이익이 10%나 줄었고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 역시 전년도와 비교해 성장세가 주춤해졌습니다. 이는 요즘 소비자들이 빠른 패션 대신 환경에 도움이 되는 패션을 선호하기 때문인데요. 미국 온라인 유통 업체 스레드업 조사에서 18~25세 여성 4명 중 1명이 패스트패션의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헌 옷을 팔겠다고?

엘렌 맥아더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끈 지난 15년간 의류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옷을 입는 기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버리는 옷은 늘어났다고 합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중고 의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비국 중고 의류 시장은 2017년 200억 달러(약 22조 8000억 원)에서 2028년 640억 달러(약 73조 1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H&M은 중고 의류 판매에 나섰습니다. 중고 의류 판매 플랫폼인 셀피와 협업해 자매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의 스웨덴 웹사이트에 'pre-loved'라는 카테고리를 열고 지난 4월 15일부터 실제로 중고 의류 판매를 시작한 것인데요. 패스트패션의 대표주자인 H&M이 '느린 패션'의 대표인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중고의류가 새로운 스타일을 원하면서도 의식 있는 소비 태도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젊은 소비층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적합한 아이템이기 때문에 H&M의 중고의류 판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편 H&M의 지속 가능 경영 책임자 안나 게다는 앤아더스토리즈를 시작으로 중고의류의 판매를 다른 브랜드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안나 게다

파인애플로 만든 옷이라니

H&M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또 있는데요. 바로 식물 기반 소재 혁신입니다. H&M은 친환경 소재와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의류 라인 컨셔스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천연 소재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오렌지 섬유 드레스와 파인애플 잎에서 추출한 섬유질로 만든 천연가죽 '피나텍스' 소재의 자켓과 부츠를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피나텍스' 소재의 자켓

특히 지난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3회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에서 대만의 여배우 린즈링이 입은 드레스는 오렌지 섬유 50%와 유기농 실크 50%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큰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올해 4월 H&M에서 발간된 2018 지속 가능성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H&M 그룹의 전체 패션 원료 중 57%가 재활용 혹은 지속 가능한 소재였다고 합니다.

오렌지 섬유 드레스

이전에 패스트패션 시장에서 주로 쓰이던 섬유는 값싼 폴리에스터였는데요. 플라스틱의 종류 중 하나인 폴리에스터는 제조 과정에서 면섬유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는데다 세탁할 때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해양 오염을 가속화시키기도 합니다.

2019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생산 공장 주소까지 공개

사실 패스트패션과 같이 저렴한 의류를 빠른 시간 내에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저렴한 임금과 노동착취에 가까운 열악한 환경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요.

H&M은 나아가 패션 산업을 혁신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의 모든 의류 제품에 대한 제품 투명성을 론칭한 것인데요. H&M 각 의류제품에 대해 생산국, 공급업체명, 공장명, 주소, 공장의 근로자수 등이 포함된 세부사항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이 어디에서 제작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 선택이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H&M은 패션 산업의 기준을 세우고 더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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