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전시 오픈 3일 만에 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호크니는 현존 작가 중 최고 작품가를 기록한 화가로도 유명한데요. 비싼 그림값만큼이나 이번 전시회의 가격도 만만치 않아 값어치를 하는 관람이 되려면 관람 전 선행학습이 필수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보기 전 읽고 가면 좋을 책 '데이비드 호크니, 다시 그림이다'를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데이비드 호크니, 다시 그림이다'라는 저명한 미술평론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나눈 10여 년간의 대화를 기록한 책인데요. 이 책에서는 호크니의 미술, 사진에 대한 철학은 물론 반 고흐, 모네, 피카소와 같은 화가들에 대한 의견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인데요. 미국의 자유롭고 모험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1964년 캘리포니아에 이주해 자리를 잡고 3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해 왔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자리를 잡은 후 10여 년간 호크니는 캘리포니아의 집집마다 설치된 수영장, 세련된 인테리어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관능적인 분위기의 인물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은 '더 큰 첨벙(1967)' 역시 이 시기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다시 그림이다'에서 호크니는 수영장 시리즈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투명함을 그리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각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이니까요. 수영장을 그린 회화 작품은 투명함이 그 주제였습니다. 즉, 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훌륭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영장은 연못과는 달리 빛을 반사합니다. 내가 수영장을 그리는데 사용한, 그 춤추는 것 같은 선들은 실제로는 물의 표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70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호크니는 사진에 관심을 가지는데요. 사진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호크니의 생각이었습니다. 때문에 호크니는 한 가지 대상이나 풍경을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조합해 작품을 구성하는 포토 콜라주 기법에 몰두했는데요. 즉, 사진이라는 매체를 하나의 드로잉 기법으로 사용한 것이지요. '다시 그림이다'에서 호크니는 미술의 출발점을 드로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로 수정한 사진들 속 공간들은 그럴 듯하지 않습니다. 요즘 나는 그 출처가 무엇이든 어떤 종류의 사진도 믿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풀을 사진으로만 찍는다면 당신은 드로잉 할 때만큼 풀을 유심히 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겁니다.
이후에도 호크니는 끊임없는 실험과 새로운 시도를 해왔는데요. 무대 미술에 도전하는가 하면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은 이미지들로 모자이크 그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복사기와 팩스기,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작업하기도 했지요.
호크니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독특하면서도 원색의 아름다운 색감이 보이는 드로잉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특히 아이패드에 그린 그림은 과정을 재생하는 것이 가능해 일종의 드로잉 퍼포먼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시 그림이다'에서 호크니는 팩스나 아이폰과 같은 제한적인 매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제한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것입니다. 그것은 자극제가 됩니다. 만약 다섯 개의 선 또는 100개의 선을 사용해 튤립 한 송이를 그리라고 한다면, 다섯 개의 선을 사용할 때 당신은 훨씬 창의적이 될 것입니다.
현재 호크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영국 요크셔로 돌아가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최근 그의 관심사는 영국의 시골 풍경이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높이 4.5m, 폭 12m의 그림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모티브에 관한 회화' 또한 그중 하나이지요.
한편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 展의 공식 사이트에는 '다시 그림이다'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전시 소개에 덧붙였는데요.
나는 항상 그림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세계가 정말 어떻게 생겼는지에 깊이 매료된다면, 당신은 우연히 마주한 그림이 그려진 방식에 매우 흥미를 느낄 것입니다.
이는 늘 무엇을 그릴 것인지, 어떻게 그릴 것인지 미술의 핵심 논제를 놓치지 않는 '진짜 예술가' 호크니의 철학을 보여주는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시기간 : 2019.3.22. -2019. 8.4.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2,3층
관람시간 : 평일 10시-19시/ 주말공휴일 10시-22시(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 일반 15,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