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레전드 결혼식으로 꼽히는 한가인, 연정훈 부부의 결혼식을 기억하시나요? 23살의 어린 신부 한가인의 빛나는 미모만큼 화려한 결혼식이었는데요. 쉐라톤워커힐호텔 제이드가든에서 열린 본식은 식비 4천5백만 원, 꽃장식 2천만 원, 경호업체 5백만 원 등 총 1억 원 이상이 투여된 성대한 행사였습니다.
2억 원 상당의 웨딩카까지 섭외해 성대하게 치러진 한가인의 결혼식을 취재하기 위해 500명 이상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죠. 덕분에 본식이 진행된 이후 한가인의 결혼식에 대한 문의는 빗발쳤습니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한가인 결혼식'처럼 하고 싶다는 예비신부들이 넘쳐날 정도.
한가인 외에도 야구선수 이승엽, 배우 박신양, 개그맨 신동엽 등 수많은 스타들의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결혼식 주인공과 대중들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긴 주인공은 가수 출신의 사업가 김태욱입니다.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배우 채시라 남편'으로 더 익숙하던 김태욱은 이제 곧 상장을 앞둔 탄탄한 벤처기업의 대표가 되었다고.
지난 2000년 창업한 '아이패밀리SC'의 김태욱 대표는 1991년 데뷔한 가수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가수의 꿈을 이루고 10년 가까이 활동했으나 1998년 갑작스럽게 '성대 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마이크를 놓게 되었는데요. 노래는 물론이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성대신경마비 증상이 심해지면서 본의 아니게 백수가 된 것.
당시에 대해 김 대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백수로 우울한 날을 보냈다"면서 아내 덕분에 힘을 냈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하고 결혼을 약속했는데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이건 사업으로 말하자면 손해일 수밖에 없는 합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결혼을 했다. 그게 바로 채시라라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지요.
실제로 성대 장애 판정을 받고 가장 힘들던 시기에 김태욱과 채시라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평생 음악만 알던 김 대표는 직업을 잃는 대신 새로운 가족이자 응원군을 얻으면서 다시 힘을 냈고 본인의 결혼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경험 삼아 웨딩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드라마 '왕과비' 촬영으로 바쁜 채시라를 대신해서 거의 혼자서 결혼식 준비를 했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찰제도 아니고 서비스, 유통 개념도 없는 국내 웨딩시장의 문제점을 체감하면서 사업 구상을 하게 된 것.
이후 김태욱 대표는 창업 멤버 4명을 모아서 자본금 5천만 원을 들고 '아이웨딩'이라는 이름의 웨딩업체를 차렸습니다. 다만 산업화되지 않은 분야적 특성과 '연예인 사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적자를 이어갔는데요. 그동안 김 대표는 직원들의 월급과 업체 결제를 위해 항상 전전긍긍하며 자금을 빌리러 다니는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직원들의 월급날이 다가오는 며칠 전부터는 밤을 새우기도 하고 은행 원금을 갚지 못해 사채를 쓰는 상황까지 있었죠.
그런 와중에도 김 대표는 꾸준히 웨딩사업의 체계화를 위해 애썼고 자체 개발한 서비스 시스템들이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2005년 4월 진행한 한가인 연정훈 부부의 결혼식까지 성황리에 마치면서 대대적인 홍보효과까지 누린 김 대표의 사업은 2006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죠.
이후 2008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낸 김 대표는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 한류열풍과 함께 '한국식 웨딩'을 원하는 젊은 부부들의 니즈를 공략했습니다. 덕분에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시작해서 적자를 이어가던 사업은 2015년 기준 자본금 14억 3천만 원대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는데요. 다만 업체와 고객을 이어주는 유통 및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다 보니 사업 성장에 한계가 있었고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로 진출이 필요했습니다.
웨딩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업체이니만큼 드레스샵이나 스튜디오, 예식장 등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겠죠. 하지만 김 대표는 웨딩업계의 유통회사로서 상생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고 "반칙은 하지 말자"면서 뷰티업계로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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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처럼 스타 모델을 세울 형편이 아니라 고민하던 중 뷰티 블로거 민새롬과 협업으로 눈을 돌린 것도 김 대표의 생각인데요. 과대, 과장 광고를 통해서 단순히 제품의 효능을 포장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을 통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그 친구가 안 한다고 했으면 우린 아직 화장품 사업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사업 성공에 주효했음을 인정했습니다.
2016년 화장품 브랜드 '롬앤'을 론칭하면서 아이패밀리SC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기준 792억 원으로 전년대비 106% 증가한 수치인데, 이중 롬앤이 차지하는 매출이 733억 원으로 92%를 차지했죠. 2017년 8억 원에 불가했던 롬앤의 매출이 3년 새 100배 성장한 셈입니다.
이는 중국 사드 이슈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큰데요. 특히 롬앤은 일본의 1020 여성 사이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시부야109가 실시한 구매 선호도 조사에서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일본 마케팅 매거진 MarkeZine의 2021상반기 트렌드 키워드에서 화장품 부문 3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마스크에 묻지 않는 틴트'로 유명세를 탄 롬앤은 립 제품 중심의 SNS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아시아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러시아, 중동, 유럽 등 20여 개국에 수출을 확대하는 등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김태욱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이패밀리SC는 다음 달 IPO 공모에 나섭니다. 기업가치로는 공모가 상단 기준 약 2000억 원을 제시했고 공모가는 3만 9천~4만 8천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이번 공모에서 김 대표는 구주매출을 통해 9만 3300주를 매각하면서 공모가 상단 기준 45억 원 상당 현금을 확보하게 되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장애 판정으로 가수라는 직업을 잃은 김태욱 대표의 스토리는 20년이 지난 지금 '전화위복'으로 돌아온 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