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도 못 샀다는 700억짜리 꼬마빌딩

삼성이 20년 만에 완성했다는 '서 S-프로젝트'를 아십니까? 1986년 시작한 해당 프로젝트는 당시 늘어나는 계열사의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획한 것인데요. 현재 '한국의 월가'로 불리는 서초동 삼성타운 건설의 시발점이었죠.

1993년 삼성그룹은 본격적으로 서초동 일대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삼성타운 부지 7600여 평 가운데 약 136평 정도에 달하는 토지 소유자 윤 씨가 토지 매각을 거부한 것.

당시에 대해서는 법무사 출신인 윤 씨가 삼성 측에서 협상을 위해 나온 변호사에게 "이건희 회장이 직접 와서 협상하라"라고 말했다는 루머가 있을 정도로 관련 비하인드가 넘쳐나는데, 윤 씨의 발언 내용까지 일일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확실한 건 삼성 측과 윤 씨 사이 긴 시간 협상 끝에 결국 매각이 격렬되었다는 사실이죠.

앞서 1971년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윤 씨는 90년대 초 삼성과 협상 당시 450.7㎡ 면적의 해당 토지의 매입가로 600~700억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 측에서 '서 S-프로젝트'를 계획한 1983년보다 훨씬 이전에 매입한 토지이다 보니 삼성타운 건설을 염두에 두고 알박기를 목적으로 매입한 토지는 아니지만 삼성타운 조성이 기획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토지의 가치를 높게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인근 토지들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싼 가격을 제시한 윤 씨는 결국 삼성 측의 간곡한 설득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이후 1996년 윤 씨는 해당 토지의 일부 지분만을 남겨두고 부인과 자녀, 손자 등 15명에게 증여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에는 해당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6층, 연면적 1600.82㎡(484.23평) 짜리 꼬마빌딩을 짓고 '윤빌딩'이라고 명명하며 건물 매각에 대한 의사라 없음을 확실히 했죠.

다만 삼성 측은 윤빌딩의 준공 이후에도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 재협상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삼성 측이 제시한 가격은 평당 1억 2천만 원 수준이었는데 윤 씨의 마음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삼성은 2008년 삼성타운 부지를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35층, 31층, 43층의 사옥을 건립했습니다.

삼성타운과 불과 15m 간격을 두고 있는 윤빌딩은 '삼성 스카이라인 사이 초가집', '알박기 빌딩', '미운오리새끼 빌딩'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유명세를 탔습니다. 삼성의 정문을 지키는 아이러니한 비주얼과 더불어 삼성타운이 만든 서초동 경제 일번지의 최대 수혜자가 된 셈인데요.

실제로 윤 빌딩은 윤 씨 사망 후인 2009년 자손들에 의해 230억 원에 매각되었습니다. 평당 1억 2천을 제시한 삼성의 계산대로라면 140억 상당에 불과한 해당 토지의 가격이 삼성타운 건립 이후 100억 가까이 오른 셈이죠.

다만 230억에 윤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성형외과 원장 박 모씨는 매입 7년 만에 해당 빌딩을 내놨습니다. 건물의 리모델링까지 마쳤으나 투자비용 대비 임대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이후 해당 빌딩은 개인 공유자 P씨와 강남역 인근 G안과 원장에게 각각 50% 지분으로 나눠 250억에 매각되었습니다. 현재는 글로리 서울빌딩이라는 이름으로 안과로 운영되고 있죠.

한편 2016년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가 서초를 떠나 수원으로 터를 옮기면서 삼성타운의 명성은 다소 낮아졌습니다. 다만 섬성타운 일대 서초동의 입지적 가치는 여전한데요. 대한민국 상권의 최고 중심지이자 교통과 문화의 집결지로서 그 가치는 여전히 성장세입니다.

실제로 '윤빌딩' 부지 바로 옆 건물인 뉴욕제과 건물은 지난 2019년 11월 평당 7억 원대에 매매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윤빌딩 부지 역시 시세가 약 700억 상당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가능한데요. 삼성과 협상 당시 윤 씨가 제시한 700억 가격이 현실이 된 셈이네요.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