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데요. 다만 예체능 계열만큼은 여전히 비전공자에 대한 벽이 높게만 느껴집니다. 명문대를 졸업했는지, 유학파인지 등이 실력 못지않게 중요시되는 커리어죠.
반면 현장을 먼저 경험해보고 학교는 뒤로 미뤄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용감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대학 졸업장보다는 '그리기' 행위 자체가 급했다는 주인공은 작가 육준서입니다.
예능 프로 '강철부대'의 UDT 멤버로 익숙한 육준서의 본업이 화가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 어린 시절부터 그리는 행위를 좋아했다는 그는 학창 시절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의 얼굴을 그려주고 미술대회에 늘 참가하는 '잘 그리는 아이'였습니다.
다만 상을 많이 받거나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어서 미술을 장래희망으로 삼지는 않았는데요. 막연히 동경해오던 군인에 대해 '진취적이고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서 고3 때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겨울방학에 입대했다고.
군 복무 중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육준서는 24살에 전역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미대 진학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당장 그리고 싶다' ,'아트신을 경험해보고 싶다'라는 욕구가 컸던 육준서는 전역 후 곧바로 대형 작품들을 쏟아냈습니다.
첫 작품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데까지 총 50일의 시간을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했다는 육준서는 그림에 대한 열망을 분출하듯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을 가구공방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준 틀에 끼워서 트럭에 싣고 전시할 곳으로 이동하던 때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그리고 그날이 육준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아는 것 없이 무작정 그리고 전시하면서 활동을 시작하다 보니 점차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만큼 기술적으로 부족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표현 방식에 자유롭고 겁내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발휘되었지요. 이제 막 작품을 시작한 신인이 5m, 10m 길이 합판에 대형 작품을 토해내듯 그려낸 것도 이와 같은 맥락.
이에 대해 육준서는 올해 5월 '아레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림으로) 그냥 잘 될 것 같았다. 실력이 부족한 건 스스로도 잘 알고, 배워야 할 건 너무 많다. 그래도 분명 남다른 점이 있다고 확신했다"라며 자신감을 비췄습니다. 특히 5m 길이 대형 작품이 팔리고 해당 작품의 구매자가 후원을 제안해왔을 때 그림을 업으로 삼은 것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겁 없이 아트신에 등장한 육준서는 맨땅에 헤딩하듯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 막 관심을 받는 새내기 작가입니다. 때문에 올해 초 '강철부대'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그는 방송 출연이 자신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부담스러워 거절했는데요. 가장 먼저 연락했지만 가장 마지막에 섭외되었다는 육준서는 최종 출연 승낙을 한 이유에 대해 "요즘 분위기 자체가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지도나 화제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그림을 그리는데 필수라기보다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서 그런 것들을 키워보려고 출연을 결심했다"라고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육준서의 목표는 확실히 달성된 셈입니다. 강철부대 출연 후 육준서의 대중적 인지도는 급상승했고 더불어 그의 작품 역시 주목받았기 때문. 실제로 지난 6월 성수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에서 수많은 팬들이 몰려 작품을 감상하고 선물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유튜브와 SNS를 통해 그림 활동 외에도 기타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등 다양한 일상을 공개하며 소통하던 육준서는 '강철부대' 출연 후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고현정, 조인성, 김하늘 등이 속한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손잡고 본업인 미술가 활동을 기반으로 광고, 화보, 예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을 예고한 것.
그리고 소속사에 들어간 육준서가 공개한 첫 행보는 KT와의 콜라보 작업입니다. 기존에 어둡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작품을 주로 선보인 육준서는 이번 회화 작품을 통해 밝고 따뜻한 느낌을 나타냈는데요. KT의 따뜻한 기술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작품을 공개하면서 육준서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화가라고 불러주시는데 그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그보다 더 뻗어나가고 싶다"라며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을 예고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육준서가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방식의 예술 활동들이 육준서만의 전공분야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