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에 현금다발 싣고 다니면서 부동산 계약한다는 사람들

"10억 상당의 부동산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평가하고 판단하고 계약까지 진행되는 기간이 최소한 일주일은 걸린다. 10억짜리 땅을 사든 아파트를 사든 길면 한 달까지도 고민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다"

자가용 트렁크에 계약금을 현금으로 싣고 다니면서 그 자리에서 계약을 진행한다는 사람들은 바로 중국인 투자자들입니다. 실제로 최근 MBC 'PD수첩'에서 1500건이 넘는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해서 집계한 결과는 충격적인데요. 마용성과 강남 3구는 물론 연남동, 홍대 인근에서 중국인 건물주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되었다고. 

 

2030 영앤리치가 사랑하는 K부동산

지난해 7월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를 32억에 매입한 사람은 29살 중국인 여성 진 모 씨입니다. 진 씨는 중국에서 커피숍을 운영 중인데,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부동산 매입에 대한 후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매입한 갤러리아 포레가 4개월 만에 10억 원가량 올랐다고 자랑하면서 "서울에서 고급 주택을 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다"라는 조언도 덧붙였지요. 

진 씨는 해당 아파트의 매입가 32억 4천만 원 가운데 7억 4천만 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전세자금으로 메꾸면서 갭투자를 했습니다. 이후 1년 만인 최근 해당 아파트값이 42억 4천만 원으로 오르면서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 

지난해 10월에는 82년생 중국인 김 모 씨가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을 16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매입 당시 김 씨는 건물을 담보로 약 78%의 대출을 냈는데, 매매가 16억 중 12억 5천만 원을 대출로 해결하면서 본인의 돈은 3억 정도만 들어갔죠. 건물 매입 직후 김 씨는 해당 건물을 리모델링했습니다. 그리고 매입 6개월 만인 올해 4월 해당 건물을 되팔았는데 그 차익이 무려 8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이태원에 있는 4층짜리 상가주택을 78억 원에 매입한 것 역시 30대 중국인입니다. 83년생 장 씨는 매입가의 약 76%인 59억 원을 대출받았는데요. 장 씨는 그 외에도 송도의 펜트하우스를 36억 5천만 원에 매입해서 실거주 중입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TV를 보다가 그냥 샀다. 삼둥이 프로그램 보다가 송도가 살기 좋겠다 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족인 장 씨는 오랜 시간 해외에 거주하다가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려던 차에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자녀 교육 문제로 2018년 한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 44평대 한 채를 13억에 매입했는데, 이후 더 넓은 평수를 원해서 펜트하우스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현재 같은 동에 두 채의 주택을 보유 중이죠. 이태원 건물까지 합하면 총 127억 5천만 원 상당의 한국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SNS에 자랑하는 한국아파트

마포레미안푸르지오 매입 후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땅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소유권이 인정되는데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 외국인과 내국인의 차별이 없습니다. 때문에 중국 내에서 거액의 현금자산을 가지고도 투자 방도가 마땅치 않던 중국 부자들에게는 K부동산이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 것이죠. 

'큰손언니'로 불리는 중국 투자자의 거래후기

실제로 중국의 SNS에는 한국의 아파트나 건물을 거래한 후기가 많습니다. '큰손 언니'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중국의 한 부유층 투자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올해 5월 한남동에 건물 한 채를 매입한 사실을 알리면서 한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 등에 대한 정보도 남겼습니다. 

한국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다 보니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한국 부동산에 대한 정보는 인기 콘텐츠로 손꼽힙니다. 2021년 바뀐 부동산 세금에 대한 정보는 물론 3기 신도시에 대한 정보 역시 한국 온라인에서만큼이나 핫한 주제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한국 부동산 용어를 알려주는 영상에서는 숲세권, 공세권, 학세권, 초품아, 역세권 등의 뜻까지 상세히 알려줍니다. 

 

각자 명의로 아파트 2채 산 중국인 부부
1가구 1주택

온라인을 통해 한국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나면 이후 부동산 거래 진행은 더욱 수월합니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을 통해 연락하면 중개업자가 계약 절차에 대해 안내하는데요. 중국에서 개인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액수가 1년에 5만 달러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없다고 답합니다. 홍콩에서 개인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서 홍콩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 

홍콩, 마카오, 대만 등 해외계좌를 통해 송금한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대출 규제를 적용받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더욱 유리합니다. 해외 은행에서 대출받는 한도는 우리나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때문이죠. 게다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역시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은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스스로 제출하지 않으면 가족관계 자체를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요. 중국인 부부가 각자의 명의로 우리나라 아파트 1채씩을 샀다면 각각 1주택자로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고가의 주택은 해외에서 대출받아 송금한 현금으로 매입하고 대출이 비교적 쉬운 상가건물은 한국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거래하는 방식인데요. 상가 매입에 있어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이 전혀 없다 보니 자본력이 좋은 중국인에게 유리했고 주택 매입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질수록 이를 피해가는 중국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된 셈입니다. 

 

비싸게 산 중국인 때문에
집값 올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중국인들의 K부동산 쇼핑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9년 12월 성수동 트리마제를 공동매입한 중국인 2명은 해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거래했는데요. 같은 평형의 직전 거래가가 23억 5천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억 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산 것. 이후 이 아파트는 29억 원을 기준으로 거래가 지속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억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두 중국인이 해당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단 1% 이하의 외국인 투자가 전체 시장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거래 사례가 주변 지역에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근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호주에서는 2010년 이후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부동산 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는데요. 2017년까지 호주의 주요 8개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50% 급등했습니다. 이로 인해 호주의 젊은이들은 중국 자본으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되었다고 불평했고 현실적으로 많은 2030이 호주의 외곽으로 밀려나야 했습니다. 

결국 호주는 뒤늦게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외국인 부동산 구입 사전승인제도를 도입해서 주거용 주택을 취득할 때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외국인이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받을 때 금리를 인상했고, 외국인에 대해 취등록세를 또한 강화했습니다. 

방심하는 사이에 중국 자본은 이미 우리 시장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매번 바뀌는 부동산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2030이 내 집 마련과 멀어지는 동안 중국의 돈 많은 2030이 집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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