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발굴단에 나온 영재가 17살에 군 면제받은 근황

정적이고 조용하기로 유명한 양궁 경기가 때아닌 열광의 무대로 변신했습니다. 17살 김제덕 선수가 외치는 "파이팅" 기합에 영상으로 지켜보며 응원 중인 국민들 역시 현장의 열기를 느끼고 있는데요. 열정 넘치는 기합소리보다 국민들을 더 흥분시키는 건 17살 막내의 놀라운 기량이지요. 

국민들 속 시원하게 만드는
17살 파이팅

남자양궁단체전 준결승전 슛오프 결과 왼쪽부터 일본-대한민국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팀의 막내인 김제덕 선수는 앞서 24일 안산 선수와 함께 혼성단체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 스타트를 끊은데 이어 26일에는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40세 오진혁과 29세 김우진 선수와 함께 나이를 넘어선 팀워크로 당당히 세계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만난 홈팀 일본과의 경기는 슛오프까지 가는 막상막하의 승부가 이어졌는데, 슛오프 역시 29 대 29 동점 상황에서 김제덕이 쏜 10점이 일본 선수의 화살보다 2.4cm 더 중앙에 가까워서 극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경기 초반 김제덕 선수의 강렬한 파이팅 소리에 당황했던 우리 국민들은 "이제 김제덕의 파이팅 소리가 없으면 아쉽다", "답답한 코로나 시국에 속이 다 시원하다", "스포츠 경기다운 패기가 느껴진다"라며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김제덕 선수의 파이팅 소리가 "안쓰럽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김제덕 선수를 2년간 지도한 경북일고 황효진 코치.

황효진 코치

황 코치는 한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제덕이가 긴장감을 풀려고 '파이팅'을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대회 나가기 전, 특별훈련할 때부터 소리치면서 '파이팅'하면서 스스로 긴장을 푼 거다. 어린 나이에도 벌써부터 그 긴장감을 겪는다는 게 안쓰러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재발굴단에 나온 그 초등학생

2015년

해당 인터뷰에서 황 코치는 "제덕이는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는데 아버님 몸이 좀 안 좋으시다. 제덕이가 잘해야 되는 이유가 있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는데요. 실제로 김제덕 선수는 유년기에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5살 무렵부터 조부모님의 손에 컸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사업상 해외에서 근무하는 아버지가 양육하기 어려워 예천에 내려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은 것. 

2016년

이후 예천초에 입학한 김제덕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양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친구들과 장난을 많이 치는 김제덕을 보고 선생님이 "양궁장에 가서 좀 침착하게 하는 거도 배워라" 하고 보낸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놀랍게도 1년 반 만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다 휩쓸었습니다. 

SBS 영재발굴단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3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김제덕은 당시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서 중국의 양궁신동과 대결을 치르기도 했는데요. 중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13등을 차지하며 중국내 양궁신동으로 불리던 13살 안취쉬안을 상대로 36발을 쏘아 1점 차 승리를 거두었지요. 

SBS 영재발굴단

당시 방송에서 김제덕은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모습도 공개했는데, 김제덕의 할머니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손자를 반기며 "할매, 할배한테 힘이 많이 된다. 할머니 다리 아프다고 그러면 손 붙잡고 들어온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에 김제덕은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어 할머니 목에 금메달 걸어드리는 게 꿈이다"라고 밝혔지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대신
실질적 가장이 된 고등학생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2016~2019년 모습

장난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양궁을 시작했다는 김제덕 선수는 장난기 많은 아이의 모습을 금세 벗어던졌습니다. 생계를 위해 해외에 나가서 일하시는 아버지 대신해서 고령의 조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너무 일찍 철이 든 탓인지 중학교 때 이미 '완벽주의자'라고 느껴질 정도로 고강도 훈련을 이어갔는데요. 

초등학교부터 현재까지 김제덕 선수의 모습(사진출처_더쿠)

이에 대해 김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황 코치는 "제덕이는 초등학교부터 중3까지 활을 너무 많이 쐈다. 하루에 700~1000발, 오전 8시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안되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쐈다. 좋은 느낌을 얻을 때까지. 그러다 보니 양궁 선수 고질병이 빨리 왔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김제덕 선수는 2019년 도쿄 올림픽 선발전에 나섰다가 어깨충돌증후군 부상으로 인해 중도 포기한 바 있습니다. 

2015년 할머니와 함께한 모습 / 가족처럼 챙겼다는 예천초 양은영 코치

게다가 지난해 초에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김제덕 선수의 주 양육자이던 할머니가 노환으로 인해 요양원에 머무시는 상황에서 아버지까지 쓰러져 대구에 있는 병원에서 투병하면서 김 선수는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 된 셈. 

 

17살에 군 면제받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제덕 선수는 특유의 강심장과 강한 멘탈을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국가대표 자리에 재도전할 수 있었는데, 김 선수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면서 본인의 부상 치료와 훈련까지 병행하며 결국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23일 열린 랭킹라운드에서 막강한 두 선배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혼성단체전 출전권까지 따냈지요. 

혼성단체전 금메달 획득한 안산, 김제덕 선수

그리고 두 선배들을 제치고 따낸 출전권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듯 혼성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김제덕 선수는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남자금메달리스트가 된 동시에 17살 나이에 예술체육요원 조건을 갖추면서 군 면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김철규 씨와 경북일고 황효진 코치(경북일보)

한편 김제덕 선수의 연이은 금메달 획득 소식에 아버지 김철규 씨는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몸이 아파 제덕이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못했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또 안동 MBC가 취재 보도한 영상에서 김제덕의 할머니 신이남 씨는 요양원에서 직원, 어르신들과 함께 손자의 경기를 지켜보며 "제덕아 사랑해. 제덕이 파이팅"이라며 김 선수 못지않은 기합소리로 응원했습니다. 

안동MBC

이어 신 할머니는 손자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김제덕 선수를 키우던 추억을 떠올리며 "제덕아, 개밥 주러 가자"라는 따뜻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함께 개밥을 챙겨주며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겠다던 손자는 조금 일찍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데요.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날이 많으니 할머니도 아버지도 건강하게 오랜시간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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