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내놓는 그림이나 사진 작품에는 스타로서의 인지도 값이 들어간다고들 합니다. 이름값 덕분에 실력에 비해 높은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 반면 일부 연예인들 중에는 작품 자체만으로 평가받고 싶지만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에 맞서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데뷔 전부터 오랜 시간 미술 공부를 해온 사실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억울했던지 "직접 그린 작품이냐"는 질문에 "그림 그린 지 20년"이라며 다소 날카롭게 답변한 배우가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족자와 병풍 등 직접 작업한 민화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때아닌 논란을 겪기도 한 주인공은 배우 하연수입니다. 당시 하연수는 전시와 판매에 대해 설명하는 SNS 글에 "연수님이 직접 작업한 건가요?"라는 댓글이 달리자 "500번 정도 받은 질문이라 씁쓸하다. 이젠 좀 알아주셨으면. 그림 그린 지는 20년 됐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까칠하다"라는 반응과 "직접 그린 것이라고 소개해뒀는데 되물은 사람 잘못이다"라는 쪽으로 갈려 갑론을박을 벌였지요.
20년 넘은 그림 경력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하연수는 실제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왔습니다. 일찍이 진로를 정해둔 덕분에 브니엘예술중학교 미술과를 졸업한 후 울산애니원고등학교의 창작만화과를 가서 그림 공부에 심취했는데요.
다만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하연수는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라 미술 공부를 위한 지원이 부족했습니다. 때문에 대학 입시를 앞두고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수시합격을 했지만 보다 좋은 학교에 가고 싶어서 재수를 원했던 하연수는 직접 재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 상경해 홀로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하연수는 편의점, 고깃집, 쇼핑몰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4~5개씩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쇼핑몰 모델로 일하던 시절 한 번은 사장님 부부가 "(고시원 월세를 아끼고) 돈을 모아 좋은 곳으로 이사 가라"면서 쇼핑몰 사무실에서 살도록 허락해 줘서 6개월 정도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한 적도 있지요.
하지만 4~5개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해도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 등을 포함해서 학기당 600만 원가량이 필요했는데, 하연수는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졸업하면 빚쟁이가 되겠더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면 의미가 있나 싶었다"는 하연수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던 쇼핑몰 피팅모델 일을 통해 돈을 벌기로 했습니다.
체격은 왜소한 편이지만 워낙 이국적인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하연수는 모델로 활약했습니다. 여성의류 쇼핑몰의 피팅모델은 물론 일본의 한 가발쇼핑몰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온라인상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얼짱 스타가 된 하연수는 자연스럽게 데뷔를 준비하게 되었고 2012년경 본격적으로 연기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하연수는 연기 공부나 훈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기대 없이 경험 삼아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그중 드라마 '몬스터'의 오디션에는 유명 배우도 참가했기에 하연수는 되려 긴장감 없이 덤덤하게 오디션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긴장하지 않은 것이 비결이었을까요? 하연수는 몬스터의 오디션에서 최종 5차까지 올라가서 최종 캐스팅되었습니다. 드라마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게 된 셈.
게다가 해당 작품의 1회 방영분을 본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감독이 하연수의 캐릭터를 인상 깊게 봐준 덕에 하연수는 시트콤 '감자별2013QR3'에 연이어 캐스팅되었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주요 배역을 맡고 작품 흥행에도 성공한 하연수는 다수 CF에 출연하면서 주목받는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2015년에는 예능 프로 '마리텔'을 통해 외모 못지않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는데요.
다만 귀여운 외모와 통통 튀는 발랄한 이미지는 원조 '꼬북좌'의 캐릭터를 만들어준 반면 배우로서 새로운 연기 변신에는 방해로 작용했습니다. 워낙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 탓에 아역 배우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 하연수는 7살 연하의 여진구와 키스신을 촬영하느라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는 고백도 했습니다.
게다가 너무 일찍 찾아온 대중적 관심은 '스폰서 루머'나 '연기력 논란' 등으로 번졌고 하연수는 원형탈모를 겪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연수는 데뷔 초에 비해 활동 공백이 길어진 요즘이 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주연만 해야 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하연수는 공백기 동안 또 다른 자신의 재능을 살려 예술 활동에 보다 집중해온 모습.
고등학교 때 전공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민화, 유화 등 다양한 미술 작품에 도전했고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작품 또한 남다른 실력을 자랑하는데요. 재료와 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잃지 않는 하연수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한 힐링을 제공합니다.
한편 하연수는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에서 데뷔 초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면서 유통기한 지난 달걀을 얻어오기까지 한 사연을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준강남 지역에 집을 샀다"라고 밝혔는데요.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지금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찾기까지 충분히 힘든 시간을 견뎠기에 작품 속에 힐링 포인트를 담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