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에스테틱숍 이용권 끊어준다는 사장님의 정체

'위기는 기회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롭게 시도한 도전이 이전보다 더 큰 발전으로 나아간 것.

유튜브채널_서승만TV

성인이 되자마자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20년 이상 한결같은 수입을 유지하다가 갑작스럽게 일이 끊기고 수입이 줄어든다면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강변가요제 참가 당시

데뷔 후 20년간 꾸준히 활동하다가 마흔 살이 넘어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로 위기를 겪었다는 주인공은 개그우먼이자 사업가인 송은이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를 따라 간 라디오 방송에서 넘치는 끼를 발휘한 덕분에 단번에 고정출연자가 된 송은이는 19살부터 방송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1살이던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한 송은이는 데뷔하자마자 '농담도 잘하셔'라는 콩트 코너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이후에도 큰 사건 사고나 논란 없이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공백기 없이 정상급 여성 방송인으로 활약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에 대해 송은이는 "동기들이 일 없을 때도 프로그램을 3~4개씩 맡았다.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즈음 여성 예능인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송은이 역시 캐스팅이 끊기고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40대에 접어든 송은이는 인생의 하반기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고자 했지만 되려 갑자기 줄어든 일거리와 현실적으로 줄어든 수입 때문에 당혹스러웠습니다.

MBC 다큐플렉스

고정으로 출연하던 프로그램이 4개에서 3개가 되고 2개로 줄어들더니 아예 없어지기까지, 처음에는 '뭐 이러다가 다시 하겠지'라고 생각하던 송은이도 공백이 1년 가까이 이어지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당시에 대해 송은이는 "그래도 코미디언인데 예능인으로서 20년 넘게 했는데 부름을 받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있는 게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는데요. 절친한 동생이자 동료인 김숙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우리가 그만두기 전까지는 없어지지 않는 방송국을 우리끼리 만들자"라고 결심했습니다.

비보티비 첫 사무실이 된 책상

방송국에서 불러주지 않으니 우리가 방송국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며 당돌한 도전에 나선 송은이는 친구의 사무실에 월월세 개념으로 책상 하나만 넣고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했습니다. 저작권이 있는 음원 하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에서 송은이는 "지상파에서 하지 못할 것 같은 사연을 다루자"면서 친구 유재석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녹음해서 '유재석의 염려'라는 제목으로 자신들만의 음원을 공개하는 등 신선한 콘텐츠로 청취자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팟캐스트 '비밀보장'

그야말로 지상파에서는 다루기 힘든 여자 청취자의 담배 사연 등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된 '비밀보장'은 송은이와 김숙에게 방송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가져왔습니다. 방송이 뜸해서 시작한 팟캐스트 덕분에 방송 활동이 더욱 늘어난 것인데, 송은이는 방송활동이 늘어났음에도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의 활동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판벌려

오히려 다양한 코미디 콘텐츠를 더 만들어볼 욕심으로 결국 회사까지 차렸습니다.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해서 팟캐스트 '판을  벌이는 여자들(판벌려)', 김숙이 주연을 맡은 판타지 드라마 '나는 급스타다', 웹 예능 '쇼핑왕 누이'등을 제작해 히트시켰습니다. 그중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은  큰 인기를 끌면서 KBS에서 정규 편성되기도 했지요.

KBS 영수증

다만 김생민이 성추행 논란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면서 컨텐츠랩 비보 역시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요. 송은이는 이에 대해 "일을 하다  보니까 의도치 않게 어떤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생기더라"라며 "늘 어떤 리스크를 예상하고 일을 하고, 고민하지만 놓치는 게 있을 수  있다"라고 사업가로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셀럽파이브

김생민 리스크도 결과적으로 컨텐츠랩 비보의 상승세를 누르지는 못했습니다. 또 다른 대박 아이템 '셀럽파이브'가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 이 프로젝트는 김신영이 "뮤직비디오 한편 찍으면 좋겠다"라고 가볍게 한 말로 시작해 송은이의 기획력과 추진력이 맞물려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 제작만을 목표로 한 셀럽파이브는 소위 대박을 치면서 방송과 행사 출연 요청이 빗발쳤는데요. 아쉽게도 멤버들 각자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 방송 출연은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셀럽파이브의 성공으로 인해 여성 예능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방송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Olive '밥블레스유'

책상 하나를 놓고 팟캐스트 방송으로 시작한 송은이의 도전은 지상파 방송 제작까지 이어졌습니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이 사석에서 밥을 먹고 SNS에 사진을  올린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자 송은이가 또 한 번 사업가로서의 추진력을 발휘해서 OliveTV와 협업해 '밥블레스유'를 제작한 것. 사실 비보티비는 외주제작사 중에서도 신생인데다 워낙 규모가 작은 편인데, 콘텐츠의 힘만으로 방송국과 대등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긍정적 사례를 남긴 것이지요.

미디어랩시소 소속 연예인 신봉선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자 아티스트들도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셀럽파이브가 처음 활동할 당시만 하더라도 각자 다른 소속사에 있던 멤버들은 하나 둘 송은이에게 몰려왔고 엔터테인먼트사 '미디어랩 시소'는 송은이가 설립한 두 번째 회사가 되었습니다.

비보티비 공식 인스타그램

2015년 컨텐츠랩 비보 설립 이후 무려 7년 차 사장님인 송은이는 책상 하나로 시작해서 현재는 3층짜리 건물 한 채를 통으로 쓰며 30명 내외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송은이의 별명은 '바지CEO', 단어의 뜻과는 정반대로 바지만 입고 다니며 모든 회사일을 도맡는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실제로 송은이는 직원들의 휴식공간 마련을 위해 직접 못을 박고 청소를 하는 등 궂은일을 자처하는 모습입니다.

MBC 다큐플렉스

이렇듯 직원들을 위해 배려를 마다않는 송은이가 딱 한차례 회사 직원에게 불같이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에스테틱숍의 이용권을 끊어주었는데, 직원들이 마사지 예약을 해 놓고 연락도 없이 가지 않은 것. 소식을 들은 송은이는 해당  직원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하는데요.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노쇼'가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채널_VIVO TV

그럼에도 송은이는 여전히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CEO입니다. "저희 직원들은 6시 30분이면 퇴근하지만 저는 방송 끝나고  가면 또 일을 한다. 직원에게 밀리지 않고 줄 월급이 3개월치 있는지 늘 확인한다"라며 방송인이자 사업가로 두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고충을 고백한 송은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원과 아티스트들의 정산이 밀린 적이 없습니다.

tvN '인생술집'

한편 수십 명의 직원과 아티스트를 먼저 생각하다 보니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송은이는 최근 번아웃을 고백한 바 있습니다. 출연 중인 예능 프로를 통해 "작년에 번아웃이 왔다"면서 "일도 하기 싫고 사람도 마주하기 싫더라. 생각할 여유와 겨를 없이 나를 과신했던 게 원인인 것 같다. 일부러 캠핑 다니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내가 짊어졌던 걸 털어놓으려 노력했다"라고 고백했는데요.

instagram@saru337

방송 일이 줄어들면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한 팟캐스트가 사업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준 것처럼, 번아웃도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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