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출신 KBS 아나운서가 다시 수능을 치는 이유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인기 직종의 공통점은 '고용안정', 평생직장이 없다는 요즘 정년보장은 근로계약의 최고 조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했던가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수능을 보겠다는 용감한 30대 직장인이 화제입니다.

아역모델 모습 / 월드미스 출전 당시

무려 공중파 공채 아나운서 시험을 합격하고 평생직장을 얻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다시 수능을 보겠다고 선언한 용감한 34세 직장인은 KBS 김지원 전 아나운서입니다. 어린 시절 아역모델로 활동하면서 막연히 방송활동에 대한 꿈을 키워온 김지원은 대일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하면서도 꾸준히 아나운서 시험을 위한 스펙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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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방송 통역MC 모습

입시를 끝낸 직후 스무 살에는 특기인 일본어 실력을 활용해서 일본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의 한 방송사에서 '일본여대생이 한국 여행을 하는 콘셉트'로 진행하는 방송에서 통역으로 참여했다가 특별 MC를 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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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학 3학년 때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기 몇 달 전부터 미국의 여러 방송사에 무작정 이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취해 '인턴기자로 일하게 해달라'라고 제안했는데, 실제로 한 방송사에서 제안을 받아들여 김지원은 교환학생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학점을 인정받는 인턴기자 일을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나운서 시험의 경쟁률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뚫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김지원 역시 시험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으나 매번 떨어졌고 결국 아나운서에 올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낀 김지원은 플랜B로 다양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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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입사원

덕분에 김지원에게 첫 직장이 된 곳은 바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당시에 대해 김지원은 "외국계 회사로서 매력적인 직장이었다. 직장 내 분위기도 좋았고 대우도 좋았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기가 힘들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방송국에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라고 회상했는데요. 실제로 회사에 다니던 중 SBS스포츠 아나운서에 합격한 김지원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퇴사했고 이후 원주KBS 아나운서를 거치면서 꾸준히 공중파 공채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을 이어갔습니다.

창원방송국 근무 시절

MBC '신입사원'에 출연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한 김지원은 수년의 도전 끝에 마침내 2012년 39기 KBS 공채 아나운서로 합격했습니다. 입사 후 김지원은 창원 방송국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본사로 오자마자 '도전 골든벨'의 진행을 맡으며 대중적 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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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골든벨 / 생생정보

글로벌24

앞서 아나운서 준비를 하는 동안 미국 인턴기자부터 일본방송, 스포츠 아나운서, 대기업 직장 생활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김지원은 아나운서로서도 다양한 콘셉트의 방송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TV유치원, 도전골든벨, 아침이좋다와 같은 밝은 이미지의 진행부터 평창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등 스포츠 중계 그리고 해외뉴스를 전하는 글로벌24까지 진행을 맡는 프로그램마다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지요.

그중 2016년부터 1년 넘게 진행한 라디오 '김지원의 옥탑방라디오'에서는 청취자들의 사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방송이 끝난 후에도 일일이 답변을 이어가는 진정성을 보였는데요. 특히 대기업을 거쳐 공채 아나운서 시험까지 합격한 김지원에게 취업 비법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중복되는 답변을 SNS 라이브를 통해 공유했고 이후에는 아예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취준생들의 멘토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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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채널_지원보감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직접 했다는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김지원은 직접 경험한 취업 준비의 팁을 공유하고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다양한 직종의 합격 비결을 소개했습니다. 김지원 아나운서가 KBS 공채시험 당시 실제로 했던 3분짜리 자기소개를 공개한 영상은 무려 100만 회를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채널_지원보감

한편 원하는 꿈을 이룬 한을 풀겠다는 듯이 그야말로 소처럼 일해오는 동안 김지원은 때아닌 건강 악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2016년 9월 즈음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 약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어서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인데요. 반년 가까이 고생한 끝에 알아낸 병명은 갑상샘항진증과 부정맥이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되어 몸이 에너지를 빨리 소모해서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갑상샘항진증과 맥박이 불규칙한 증상을 이르는 부정맥은 모두 완치를 위한 치료약이 없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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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완치법 없이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김지원에게 큰 힘이 된 건 당시 남자친구이자 현재의 남편 김성진 씨. 앞서 김지원은 도전 골든벨 출연 당시 재벌 등 조건이 좋은 소개팅 자리를 많이 제안받았으나 자신을 타이틀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상대들과 만남을 지속하기 어려웠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 동기의 소개팅으로 만난 현재의 남편은 마음이 통하는 상대였지요. 덕분에 두 사람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성진 씨가 중국 상해에서 일하느라 장거리 연애를 해야 하는 시기도 굳건히 버텨내고 2년간 예쁜 만남을 이어온 끝에 2017년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병명도 모르는 채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2017년 파업 사태로 지쳐있을 때도 곁에서 힘이 된 연인과 평생의 동반자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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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김지원이 건강 악화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때 도움을 받은 것은 '한의학'입니다. 갑상샘항진증과 부정맥 모두 원인이 불분명하고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보니 체질 관리를 위해 한의학의 도움을 받은 것인데, 이때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인지 김지원은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의학의 8체질로 알아보는 직장상사 유형별 대처법'이라는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김지원은 아나운서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KBS를 퇴사하고 수능을 통해 한의대 진학을 결심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김지원은 "'전문적인 나의 영역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며 어떤 전문지식 영역을 갖고 싶은지 고민하던 중 "인생 최대 위기였던 번아웃 때문에 환자로 시간을 보내다가 너무나도 파고들어 보고 싶은 한의학을 만났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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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웬만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이신데 이 나이에 수능을 본다는 점에 대해서는 약간 경악을 금치 못하셨던 눈치"라면서도 "100세 시대에 지금 나는 완전 병아리 수준"이라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확고한 결심을 선언했습니다.

다만 "너무 늦기 전에 아기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합격이 계속 늦어진다면 임신과 병행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걱정을 드러냈는데, '산후조리원에서 미적분풀기', '임신n개월, 수능시험보러가다'등의 브이로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김지원에게 도전을 막을 장애물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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