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값 없어서 떠난 어머니 장례식 치르고 일용직 하던 고3

젊은 세대에게 '가난'은 과거 5060들이 느낀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먹고사는 문제라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겪는 상대적 박탈감에 가깝지요. 다만 일부 80년 대생 중에는 IMF로 인해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중학교 졸업사진

충남 서산 출신의 방앗간 집 큰 아들 역시 IMF 전까지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학업에 전념하기를 원했던 어머니 말을 듣지 않고 춤과 노래에 빠져 있는 끼 많은 중학생이었지요. 하지만 중3 무렵 IMF로 인해 집안 형편이 나빠졌고 어머니가 당뇨 합병증을 앓게 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팬클럽 활동 모습

안양 예고에 진학한 직후인 1998년 5월 6인조 아이돌 그룹 '팬클럽'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주인공은 가수 비입니다.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며 사업차 브라질로 떠난 아버지 대신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던 비는 아픈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생각하면서 가수 활동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 6월 2집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2000년 들어 그룹 '팬클럽'은 해체했습니다.

팬클럽 활동 모습

이후 비는 12곳 넘는 기획사와 미팅을 하고 오디션을 봤지만 모두 떨어져 가수로서 미래가 불투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의 병환은 점차 악화되었고 약 값조차 부족한 형편에 비는 일산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안양예고 재학 당시

'가난'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체험했다는 비는 당시에 대해 "보리차가 없어서 물만 끓여 먹었는데, 끊인 물이 며칠 된 것을 몰랐다"면서 "저녁에 그 물을 마시는데 뭔가가 씹혔다. 마시고 나서 불을 켜보니 바퀴벌레 알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지요.

JYP연습생 시절

이후 우연한 기회에 박진영에게 발탁되면서 JYP 연습생이 된 비는 "박진영을 만난 것이 인생을 바꾼 기회였다"라고 말합니다. 당시 비는 가수 박지윤의 백댄서로 무대경험을 쌓으면서 솔로가수로서 재데뷔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어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는데요. 돈이 있으면 연명치료를 이어갈 수 있지만 병원비가 부족해서 집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비는 박진영에게 전화를 걸어 "형 살려주세요. 엄마 병원비가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박진영은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집으로 가서 비의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서 2주간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데뷔 후 아버지와 함께한 모습

하지만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어머니의 병세는 돌릴 수 없었고 2000년 12월 비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슐린 살 돈만 있었어도, 조금 더 빨리 치료를 받았더라면 허망하게 떠나지 않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비는 '왜 시련은 내가 능력이 없을 때 오나', '왜 세상은 내게 등을 돌렸을까'라고 원망했습니다. 또 돈을 벌겠다고 해외로 나가서 아픈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지 않은 아버지에게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지요.

그룹 '팬클럽' 활동 당시 어머니 인터뷰

어머니 생전 모습

게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집에 불이 나서 어머니 유품까지 소실되면서 비의 상심은 더욱 컸는데요.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속상한 마음에 불에 타고 남은 가구들을 부수고 집어던지던 중 침대 아래에 어머니가 남긴 통장과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비의 어머니가 스스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남겨질 자식들을 위해 진통제 살 돈을 아껴 고통을 견뎌가며 돈을 모아두신 것.

MBC 무릎팍도사

이에 대해 비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보름 전 온몸이 붓고 상처가 곪고 썩어 아팠을 텐데도 노점상을 하셨다. 주사기 꽂을 곳이 없어 목에 주삿바늘을 8개나 꽂았었다"라며 "나의 그 어떤 고통도 그때 어머니가 받았던 고통보다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나쁜남자 활동 당시

그리고 실제로 비는 박진영을 비롯한 소속사 관계자들이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한 달에 서너 번 코피를 쏟을 정도로 노력한 끝에 2002년 '나쁜남자'로 가요계에 다시 도전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최근 비는 박진영과 식사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남다른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박진영이라는 기회를 만난 건 행운이었을지 모르나 그 기회를 잡은 건 오롯이 비의 노력 덕분 아니었을까요?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