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 '호떡아줌마 구함' 광고에 친구와 호떡을 팔던 여고생, 지금은..

35살에 공공기관 비정규직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워킹맘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일했습니다. 그리고 계약기간 2년이 지난 후, 그녀는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을까요?

2년 후 정규직 전환의 기회는 아무에게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해당기관은 당사자들에게 어떤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 만료에 따른 퇴사만을 통보했지요. 37살에 청천벽력 같은 결과를 통보받은 주인공은 현재 공간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인 이지영 대표입니다.

41살이 된 지금 이지영 대표는 창업 4년 차로 승승장구 중인데요. 예능프로 '신박한 정리'를 통해 유명 연예인들의 집 정리를 맡아서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재정비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눈물을 쏙 빼는 집 정리를 할 수 된 데는 이지영 대표 자신이 힘든 시기에 집 정리로 마음을 다스린 덕분입니다.

'집'과 '공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창업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이지영 대표. 이 대표는 대구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미술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무렵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미술 공부를 포기했습니다. IMF의 위기까지 겹친 당시 이 대표의 가족은 경제적 상황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지낼 정도였는데, 동생은 할머니 댁에 이 대표는 학교 앞 독서실에서 지내야 했지요.

고등학교 내내 좁은 독서실에서 자취 아닌 자취를 하면서도 이 대표는 늘 밝은 학생이었습니다. 수능시험을 치른 후에는 여느 고3들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교차로'에 '호떡아줌마 구함'이라는 문구를 보고 첫 창업(?)에 뛰어들기도 했는데요. 호떡장사를 하기 위한 장비부터 재료까지를 모두 납품, 대여하는 업체에서 실제로 장사를 할 사람을 구하는 공고였고 이에 이 대표는 친한 친구 한 명을 설득해서 호떡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여고생 둘이 직접 구워서 파는 호떡은 소가 좀 터질지언정 손님들에게 "고생한다. 수고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만 가스불을 잘못 건드렸다가 큰 화재가 날 뻔한 아찔한 사고 때문에 장사는 접게 되었고 이 대표는 사업가로서의 남다른 기질을 접어둔 채 취업이 잘 된다는 2년제 유아교육과에 입학했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도서관에서 자취 아닌 자취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야 3년 만에 가족이 한 집에 모이게 된 이 대표는 부엌 딸린 사글셋방에서 온 가족이 한 방에 자면서도 그 시간과 그 공간이 무척 좋았습니다. 당시에 대해 이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가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해주는 밥을 아침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으니까 그렇게 맛있었다"라며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소중함을 회상했습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니만큼 졸업 후 쉼 없이 일했고,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로 일한 것이 13년 경력을 쌓았을 무렵 35살 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육아지원 관련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것이었는데요. 채용 당시 계약직을 선발하는 것이었지만 성과가 좋으면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내 인생 마지막 직장'을 꿈꾸며 도전한 것. 면접에서 "10년 넘게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내 공간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여기 사무실을 보면서 설렜다. 저 공간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 그간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다 풀겠다"라고 말한 이 대표는 재취업에 성공했고 열정을 쏟았습니다.

35살 워킹맘이 바늘구멍보다 작다는 재취업의 문을 통과했으니 경사 중에 경사였고, 경사를 맞은 이 대표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했습니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력이 부족할까 봐 시간을 쪼개서 방통대를 다니며 학사를 취득했고 자녀들을 키우면서 회사 업무까지 일, 공부, 육아 모두를 그야말로 '미친듯이' 해냈습니다.

하지만 2년 후 계약만료와 함께 이 대표는 퇴사해야 했습니다. 열정을 쏟아부은데다 함께 계약한 동기들 중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 없었기에 허무함을 더 컸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독서실에서 혼자 살 때도 밝기만 했다는 이 대표는 37살에 처음으로 절망감과 함께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이 대표에게 남편은 "이 기회에 여행 다니며 쉬어봐"라며 고마운 제안을 했고 실제로 이 대표는 국내로, 홍콩으로,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잠시 현실을 잊을 뿐 돌아오면 일상을 그대로였지요. 그렇게 6개월을 지내다 보니 우울감이 더 길어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이 대표는 19살 때 호떡장사에 도전했던 용기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섰습니다.

생각해 보니 일을 쉬면서도 놓지 않고 한 게 집 청소, 정리, 꾸미기였습니다. 끊임없이 치우고 정리하고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면서 불안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한 것이지요. 좋아하는 일을 찾은 이 대표는 평소에도 집에 방문한 사람들이 늘 예고 없이 찾아와도 정돈이 잘 된 모습에 놀랐다는 점을 떠올리며 자신의 강점을 사업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정리 컨설팅을 알려주는 인터넷 강의도 듣고 유사한 콘셉트로 진행 중인 사업을 둘러보면서 스스로 '보는 눈'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다만 '집을 정리해 주고 돈을 번다?'라는 개념이 생소하게 느껴진 탓에 늘 이 대표의 편이던 남편조차 "누가 돈 주고 정리하느냐"라며 사업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나는 시작해보고 맞나 안 맞나를 판단하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행동력이 좋은 이 대표는 무작정 실행에 옮겼습니다. 먼저 주변 지인들의 집에 가서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주위 사람들까지 소개해 줬고 하나같이 "돈 받아도 되겠다"라며 극찬을 내놓았습니다. 다음에는 지역 '맘카페'에 익명으로 글을 올려서 5명에게 무료로 집 정리를 돕겠다고 나섰고 전혀 친분이 없는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을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이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한 전략은 '사람중심'입니다. 기존 정리 컨설팅들이 대부분 물건의 수납방법을 강조한데 반해 이 대표는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편할 수 있도록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처음으로 재능기부한 고객은 맘카페를 통해 만난 미혼모 가정이었는데, 지원시설에서 지내다가 처음으로 아이와 둘이 살게 되면서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방 하나에 거실과 주방이 있는 빌라에서 이 대표는 유아교육 전공자로서의 경험과 집 정리의 노하우를 조합해서 완벽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4명의 의뢰인은 결과물에 만족해서 "안 받으면 안 된다"라며 돈을 쥐어줄 정도로 고마워했고 이에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2017년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습니다. 단돈 50만 원을 들고 창업한 이 대표는 창업 비용 50만 원 중 대부분을 회사로고 만드는데 사용하면서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기존 정리 컨설팅과 다른 차별성을 두기 위해 '공간크리에이터'라는 명칭을 만들었고 블로그를 통해서 작업 결과물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1년 365일 중 360일 포스팅하면서 공을 들인 블로그는 훌륭한 홍보수단이 되는 동시에 전문가로서 이 대표에게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되었는데요. 블로그에서 이 대표는 집 정리의 비포와 애프터뿐만 아니라 그 집이 가진 사연을 공유하면서 집을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로 대했습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남동생이 단둘이 살고 있는 집 정리를 부탁한 의뢰인은 이 대표의 손길이 거친 집의 모습을 보고 "꼭 친정엄마가 살아 돌아오신 것 같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또 자녀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아이가 처음 자기 힘으로 코를 푼 휴지까지 갖고 있는 의뢰인도 있었는데, 정작 아이가 놀 공간이 부족한 집을 본 이 대표는 의뢰인에게 "아이가 커서 내가 코 푼 휴지까지 간직해 줘서 고마워할지,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해서 원망할지 생각해 보라"라며 호되게 지적을 해서 집 정리에 성공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남의 집 청소해 주는 거 아니냐"라는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 심지어 고기 눌어붙은 판을 꺼내어 설거지도 해달라는 의뢰인까지 있었습니다. 조롱 섞인 시선에도 상담심리까지 공부하면서 전문성을 높인 이 대표는 이제 공간을 넘어 사람의 마음까지 정돈해 주는 '전문가'로 거듭났습니다.

39살에 전공이나 경력과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해서 창업 4년 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워킹맘 이 대표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여성으로서 일할 때, 다 잘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다"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집에서의 엄마 역할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분명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는 확신인데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에서 의뢰인의 집에서 현장 일을 하고 퇴근해서는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잠든 후 새벽 4시까지 블로그 작업을 하면서 자리 잡았다는 이 대표. 지금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중년 여성들은 자신보다 조금 더 효율적이고 좋은 환경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접 창업아카데미를 열고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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