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시절 어떤 마음가짐으로 취업준비에 임했나요?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말이 설득력이 잃을 정도로 취업의 문이 좁은 요즘, 취준생들에게 취업은 그야말로 간절함과 절박함 그 자체입니다. 취업만 된다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정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취업성공자들 가운데 갓 신입 딱지를 떼자마자 퇴사를 결정한 이들이 있습니다. 매년 1~2명만 뽑는 입사 경쟁에서 당당히 합격한 여자 아나운서들이 그 주인공인데요. 소속된 방송사에서 인정받고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 소위 잘나가는 간판 아나운서가 될수록 퇴사 시기 역시 빨라진다는 아이러니한 직종이지요.
입사하자마자 뉴스앵커, KBS 노현정
KBS 아나운서 출신 노현정은 경희대 졸업 후 2002년 KBS에 입사시험을 쳤다가 떨어졌고 이듬해 재도전해서 합격했습니다. 25살이던 2003년부터 아나운서로 활동한 셈인데, 당시에 대해 입사동기인 김보민 아나운서는 "동기들 중 노현정이 가장 돋보였다. 방송을 할수록 의자를 다른 걸 갖다주는 등 차별이 심했다"라고 증언할 정도로 노현정은 방송사에서 소위 밀어주는 신입이었습니다.
실제로 입사 직후 주말 9시 뉴스 앵커로 발탁되는 등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된 노현정 아나운서는 2003년 12월 출근길에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어 면허정지 처분을 당하면서 부산 KBS로 전보 발령을 받았는데요. 이후 2005년 예능프로의 진행자로 복귀해 일약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당시 노현정이 진행을 맡은 '상상플러스'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고 '스타골든벨'에서도 활약한 덕분에 노현정은 얼음공주라는 애칭을 얻으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시기 방송을 통해 노현정에게 반한 사람 중에는 현재 노현정의 남편인 현대가 3세 정대선 현대 BS&C 사장도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유학 중이던 정대선 사장은 TV 속 노현정에게 반해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고 그로부터 두 달 후 정식 프러포즈까지 했습니다. 덕분에 두 사람은 만난 지 단 83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현정은 KBS 뉴스광장을 비롯해 진행 중이던 4개 프로그램을 돌연 하차하며 입사 3년여 만인 2006년 전격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KBS 측은 "몇 개월 전에는 말을 해줘야 후임을 구하지"라며 "더 이상 예능 프로그램에 아나운서를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를 내며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결혼 후 언론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노현정은 결혼 7년 만인 2012년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살림을 남편한테 배웠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산 거 같다. 이불정리, 운전하는 법까지 다 배웠다. 나도 모르게 남편이 원하는대로 만들어져가고 있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동기들의 질투를 살 정도로 인정받던 아나운서도 재벌가 며느리로서는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미국 유학파, skyTV 이다희
이다희 전 아나운서는 1991년생으로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후 귀국해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여러 방송사 아나운서직 시험에 도전했는데, 2015년 대전 MBC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했으나 입사를 포기하고 대신 2016년 5월 최종 skyTV 공채아나운서로 채용되어 방송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랭킹 베이스볼'과 '먼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등의 진행을 맡을 당시 이다희는 야구여신의 계보를 잇는 아나운서로 많은 남성 팬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만 입사 2년 만인 2018년 10월 결혼소식과 동시에 돌연 퇴사하면서 오랜 시간 커리어를 쌓지는 못했는데요.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오랜 시간 꿈꾸던 아나운서 일을 시작한 지 단 2년 만에 사표를 내게 만든 이다희의 결혼 상대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입니다.
두 사람은 2018년 초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만난 지 반년 만인 같은 해 10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결혼을 서두른 까닭은 이선호의 부친 이재현 회장의 간곡한 바람 때문이었는데요. 앞서 이선호는 2016년 유학시절에 만난 이 모 씨와 결혼해 미국에서 신혼살림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방송인 클라라의 사촌으로 알려진 이 모 씨가 결혼 7개월 만에 사망하면서 이선호는 큰 상처를 안고 결혼생활을 마무리했고 부친인 이재현 회장은 "아들이 하루빨리 안정감을 찾고 일에 전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결혼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친의 바람대로 만난 지 반년 만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이재현은 2019년 5월 CJ제일제당의 식품전략기획담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부친으로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CJ 2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9월 해외에서 변종 마약을 흡입하고 국내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회사 내부에서 정직 처분을 받았지요. 그리고 지난 1월 법정에 선 이선호는 "아직 20대 젊은 나이로 배울 점이 많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니 선처해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다희 전 아나운서가 출산한 사실이 전해졌고, 덕분인지 이선호는 집행유예 처분을 받아 현재 회사복귀와 동시에 상무 승진을 앞두고 있습니다. 결혼 1년 만에 마약혐의로 법정에 선 남편에게 이다희 전 아나운서가 내조를 한 셈.
1800 대 1 뚫고 입사, JTBC 조수애
김해외고, 홍익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한 조수애는 지난 2015년 무려 18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JTBC 아나운서로 채용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6년 1월 JTBC아나운서팀으로 정식발령을 받은 조수애는 2월부터 아침뉴스에 투입되어 해외뉴스와 스포츠뉴스 등 코너를 진행했고 선배들로부터 기본기와 잠재력을 모두 갖췄다는 극찬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2016년 2월 조수애는 신입 아나운서로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자"가 좌우명이라며 "내가 오늘 한 일을 다음날 누군가 대신했을 때 내 빈자리가 느껴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조수애는 방송사에 빈자리를 만들고 떠났습니다. 18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데다 입사 후 '아나운서계 손예진'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방송사의 간판 아나운서 조수애의 퇴사 이유는 역시 결혼.
조수애는 인터뷰 촬영을 위해 찾은 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온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대표와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열애 1년여만인 2018년 12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13살의 나이차와 박서원의 이혼이력까지 극복하고 결혼한 두 사람은 결혼 6개월 만인 2019년 6월 출산했고 이후 개인SNS를 통해 육아일상이나 데이트 모습을 공개해왔는데요.
지난 8월 조수애와 박서원 대표 모두 각자의 SNS에서 서로를 언팔로우하고 결혼생활과 관련된 사진을 모두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화설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최근 조수애가 자신의 SNS에 자녀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불화설을 일축되는 모양새입니다. 해당 사진 속 두 성인의 그림자가 조수애와 박서원 대표일 것이라는 추측 덕분이지요.
계약직 벗어난 지 2년 만에 퇴사, SBS 김민형
서울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재학하면서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한 김민형 전 아나운서는 2015년 12월 연합뉴스TV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2016년 4월 MBC계약직 아나운서로 일했습니다. MBC 입사 5개월 만에 MBC뉴스투데이 평일 앵커로 발탁되는 등 주목받는 신입 아나운서였는데요. 입사 당시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입사했지만 사측의 말이 달라지는 바람에 2018년 김민형 전 아나운서는 동기들과 함께 재계약 연장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비행기 조종사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던 김민형은 결국 아나운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입사시험을 준비했고 2018년 SBS 입사시험에 합격해 아나운서 생활 4년 만에 정규직이 되었습니다. 중고신입이 되어 2019년 1월부터 정식 사원으로 임명된 김민형은 같은 해 3월부터 주말 뉴스 앵커를 맡으며 승승장구했지요. SBS 입사 1년 만인 올해 초 인터뷰에서 "아직 끝이 아니다"라며 "계속 배우면서 일하고 싶다"라던 김민형은 그로부터 몇 달 후 호반그룹 총수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호반건설의 김대헌 대표와 결혼소식을 전하며 퇴사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 김민형은 김대헌 대표와 열애설을 인정하면서도 결혼에 대해서는 정해진바 없다고 말했는데요. 이후 9월 김민형은 SBS측에 퇴사 생각을 전했고 11월 퇴사가 결정된 이후 12월 5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열애사실이 전해진 이후 퇴사와 결혼까지 모두 4개월 남짓 걸린 셈. 아나운서 활동 4년 만에 정규직이 되어 감격스럽다던 김민형 전 아나운서의 열정을 모두 쏟기에는 2년도 채 안 되는 재직기간은 다소 짧아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