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 찍은 미소년 가수, 지금은 중소기업 팀장입니다.

가요계의 발라드 왕자 계보를 올라가다 보면 2000년대 초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2001년 발표한 곡 '헤븐'으로 국내는 물론 동남아까지 큰 사랑을 받은 가수 김현성.

미소년의 분위기를 풍기는 훈훈한 외모에 타고난 목소리까지 '가요계의 어린왕자'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그는 의외로 가수를 꿈꾼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리즈시절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김현성은 어린 시절 꿈꾸던 진짜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합니다.

▷ 가요계 '어린왕자'로 기억하는 대중들에게 현재의 김현성을 소개해달라

▶ 20대는 발라드 가수로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고 30대는 글을 읽고 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냈고 40대인 지금은 가수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최근에는 중소기업에서 홍보마케팅 팀장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잘 하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는, 흔한 듯 흔하지 않은 N잡러라고 소개하고 싶다.

대학시절

▷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나

▶ 대학교에 가기 전까지 대중 앞에서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당연히 스스로 가수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내성적이기도 했고 그런 일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다. 당시 내 꿈은 영화평론가기자 같은 쪽이었다.

1997년 강변가요제 금상

▷ 인하대학교 창작가요 동아리 '꼬망스' 출신이라고

▶ 신입생 때 학술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 강당이 떠나갈 만큼 박수를 받았다동아리에서 소문을 듣고 노래 좀 들어보자 하고 오디션에 오라고 하더라호기심에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했다꼬망스는 대학 동아리지만 취미 수준으로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상당히 프로페셔널 하게 임하는 분위기였다공연 연습을 할 때면 프로로 활동하는 선배들당대의 보컬리스트 박영미 선배유명 코러스 세션팀 신연아(빅마마), 김효수히트 작곡가 이현정곽영준, 홍정수 같은 분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계셨다그 외에도 실력 있는 선후배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연습하면서 실력이 확 늘었다.

1997년 강변가요제 금상

▷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 여전히 내가 가수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안 들었지만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고 소속사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한창 히트곡을 발표하던 박근태이경섭 작곡가신인이었던 김도훈 작곡가 같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고 계약 직전까지 갔다그러다 강변가요제 공고가 나서 데모를 보냈는데 합격하고 가요제에 편곡자로 참여한 김형석 작곡가의 눈에 띄어서 계약을 했다두 달 뒤 겨울에 바로 1집이 나왔고데뷔곡 소원이 한 달 만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순식간에 꿈같은 일들이 벌어진 거다너무 큰 운이 마음의 준비할 새도 없이 주어진 셈이다.   

▷ 스무 살이 되자마자 계획에 없던 가수 활동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1집에 비해 2~3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에게 쉽지 않은 경험이었을 듯한데

▶ 스타병이 걸렸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다그때는 노래 한 곡이 히트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어떤 기회를 잡은 것인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더 긴장하고 연예인으로서 임했어야 하는데 당시에 나는 여전히 평범한 대학생처럼 지냈다그다음 2~3집이 생각만큼 히트를 못했고 소속사에서 2년 넘게 음반을 내주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엄청 했다그 시기를 거치면서 독이 바짝 올라서 만든 음반이 '헤븐'이 실린 4집 음반이었다.

▷ 4집 활동 당시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그런데 너무 큰 인기가 독이 되었다고

▶ 헤븐은 나오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노래의 난이도가 무척 높은데 라이브로 하루에도 몇 번씩 부르다 보니 활동 초기에서 후반기로 갈수록 라이브 퀄리티가 떨어졌다전국투어 콘서트 마치고 휴식기를 가졌어야 하는데 계약 문제 때문에 곧바로 5집 음반 녹음에 들어갔고, 그때 심해졌던 것 같다그 이후로 활동하면서 목 관리하는데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 사실 지금도 아쉽다그때 프로로서 더 냉철하게 판단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2006년 6집 이후로 가수로서 활동을 중단했는데계획한 방향이었나

▶ 6집은 지금 들어도 정말 아쉬운 음반이다좋은 노래가 많았는데음반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 복무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 한예종에서 서사창작을 전공했다고

▶ 서른 살 즈음부터 책이 너무 좋아서 책에 빠져 살았다책 보다 좋은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소설을 좋아해서 어느 순간 직접 써보고 싶어졌다흠모하는 작가들처럼글을 잘 쓰고 싶고 정말 좋은 문학가가 되고 싶었다첫 번째 책에도 썼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그때 동료들과 소설을 쓰고 토론하고 날들이었다내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문학에 모든 걸 걸었던 시기였다.

산문집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

▷ 데뷔작답게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해당 작품을 써 내려갈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

▶ 그 책을 쓸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오랜 공백을 깨고 대중 앞에 나서는 만큼 '나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진솔하게 대중 앞에 서자'는 것과 또 하나는 내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글에 대한 나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첫 책은 나에게 출사표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야앞으로 멈추지 않고 이 일을 하겠어’라는 다짐이 담긴 책이다.

미술서적 이탈리아 아트트립-일생에 한 번은 중세미술여행

▷ 지난 2월에는 중세미술을 주제로 한 책 '이탈리아 아트트립-일생에 한번은 중세 미술여행'을 냈다. 음악인으로 알려진 김현성의 미술서적이라니, 특별한 계기가 있나

 오랫동안 유럽의 중세 미술을 좋아해 왔다매력도 많고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대중에 폭넓게 알려지지 않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때문에 이 작품들을 알리는 일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비록 중세미술 전문가도전공 교수도 아니지만 이 시대의 미술작품들을 대중에 소개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그 일을 내가 해야겠다' 생각했다.

슈가맨 출연 당시

▷ 2016년 슈가맨에 출연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그만큼 대중들이 가수 김현성을 그리워한다는 것 아닐까? 출연 이후 변한 것이 있다면

▶ 슈가맨에 출연하고 불후의 명곡이나 복면가왕 등에 출연하게 되고 콘서트도 하고오랫동안 다시 제 인생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가수의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는 것 자체나 너무 좋다그때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절대 다시는 가수로 돌아올 수 없었을 거다.

▷ 직장인이 되었다고

▶ 실버푸드를 제조 유통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의미 있는 사업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벤처기업인 만큼 여러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데 기업 홍보 PR부터 마케팅 전반을 맡고 있다.

▷ 최근 '홍창우 프로젝트'를 통해 신곡까지 발표했다. 그야말로 N잡러인데, 힘들지 않았나

▶ 체력적으로는 책이 더 힘들었다이탈리아 아트 트립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 밤마다 서너 시간씩 할애해서 2년간 글을 썼다글을 마무리하는 3개월 동안은 사람이 아니라 좀비로 살았던 것 같다. 반면에 이번 신곡 준비 과정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발라드는 굉장히 섬세한 장르라서 연습을 안 하면 티가 난다그렇다고 무리하게 연습하면 목소리에 영향을 줘서 안 하는 것만 못하게 되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고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그걸 조절하면서 매일 밤 연습실에서 나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다물론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마케팅 일도 마찬가지다결국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연예계 활동이 일반적인 직종은 아니지만 평생직업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N잡러 선배로서 청년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일단 해오던 일에서 전혀 다른 직업에 뛰어든다는 건 엄청난 삶의 단절전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더구나 우리나라는 많이 기다려주고 여러 번 기회를 주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섣불리 달려들지 않아야 할 것 같다참으면서 내실을 다지고 생활의 안정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쓴 사람이 이직도 순탄하게 하고 잘 적응하는 것을 많이 봤다.

▷ 앞으로의 목표는

 나는 내가 보낸 20대의 시간에 상당히 감사하고 만족한다지금은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생활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고 한편으로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꿈꾸며 지낸다새로운 노래내고 싶은 책 등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매일 밤 책상에 앉아 구상하기도 한다. 사실 다음 작업이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나의 일상을 건강하게 돌보면서 아주 대단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터뷰 말미 '가수 활동에 집중하던 20대 시절과 싱어앤라이터로 N잡러가 된 40대의 지금 중 어느 쪽이 만족스럽냐'라는 질문에 김현성은 "인기로나 수입으로 보다 20대가 낫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는데요. 대중 입장에서는 20대 김현성에게 가수로서의 멋진 무대만을 기대했다면, 지금의 김현성에게는 분야를 막론하고 보다 넓은 무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되네요.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