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 파더스'에 한 유명인의 남편이 등장해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혼 후 10년 넘게 단 한 푼의 양육비도 받지 못해 두 아들을 홀로 키워야 했던 엄마는 바로 방송인 이다도시.
외국인 출신 방송인의 조상격
울랄라 이다도시
최근에는 '비정상회담', '대한외국인'과 같이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이 인기를 끌고 해외활동을 염두 해 다국적 멤버로 아이돌 그룹을 구성하는 등 외국인들의 국내 연예계 활동이 자연스러운 편입니다. 반면 과거에는 영락없는 서양인의 모습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내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주는 때가 있었는데요. 이다도시 역시 무려 20여 년 전부터 국내 연예계에서 활약한 외국인 출신 방송인의 원조입니다.
프랑스 출신의 이다도시는 프랑스 국제대학원 재학 시절 '아시아 비즈니스'를 전공해 실습 차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후에도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웠던 나머지 박사과정을 잠시 미루고 1992년 23살의 나이로 한국에서의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오는 외국인이 드물던 그 시절, 이다도시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면서 불어 강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출연한 EBS 방송을 통해 남다른 방송 센스를 인정받고 방송인으로 활약하게 되는데요. 특히 비슷한 시기에 방송활동을 시작한 로버트 할리와 동반 출연해 큰 웃음을 주면서 90년대 후반 방송가를 사로잡았습니다.
1년에 제사 5번
암 걸린 남편 병수발까지 했지만
로버트 할리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을 워낙 자주 보여주다 보니 부부로 오해를 받기도 했던 이다도시는 사실 한국에 온 지 단 1년 만인 1993년 이미 한국인 남성과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7살 연상의 서 모 씨와 인연을 맺고 결혼한 뒤 1997년 귀화하면서 한국 국적이 되었지요.
이후 이다도시는 홀어머니의 장남인 서 모 씨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낳고 장손의 아내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동시에 방송인으로서 활약하는 워킹맘이었습니다. 결혼생활을 이어온 16년 동안 1년에 5번씩 제사를 지내는 맏며느리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2006년경 남편이던 서 모 씨가 대장암 판정을 받으면서 이다도시는 1년 넘게 남편의 병간호까지 맡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부부가 노력한 끝에 서 씨는 건강을 되찾고 2008년 새로운 사업까지 시작했지만 부부 사이의 문제는 별개였는데요. 결혼생활 내내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너무 외로웠다"는 이다도시는 결국 2008년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이혼했습니다.
이혼 이후 싱글맘이 된 이다도시는 두 아들을 홀로 키우는 상황에서 전 남편의 대장암 투병 소식과 관련해 이혼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지는 바람에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다도시의 남편이 사망했다'라는 유언비어가 돌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이다도시는 한 다큐프로에 출연해 "(전 남편은) 너무나 건강하고 어디 있는지, 전화번호와 주소도 다 안다"면서 오히려 암에 걸린 남편을 위해 이혼을 포기하고 병간호했지만 건강이 회복되면서 예전의 문제들이 다시 나타나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고 전했습니다.
10년간 양육비 0원
12살 아들 돈으로 생계유지
이혼 당시 양측은 '두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이다도시가 갖는다. 남편은 2013년 12월까지는 매월 120만 원, 2017년 4월까지는 매월 140만 원, 2023년 11월까지는 매월 70만 원의 양육비를 준다'라는 조건에 합의해 이혼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전 남편 서 씨는 지금까지 단 한 푼의 양육비로 두지 않았는데요. 이혼 소송 당시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혼자 두 아들과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이다도시는 당시 12살이던 큰아들의 돈까지 빌렸습니다. 엄마가 경제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정을 눈치챈 아들이 "어마 나 돈 있다. 내가 엄마한테 빌려주면 안 될까?"라며 어린 시절 광고를 찍어서 모아둔 500만 원을 건넨 것이지요.
이혼이 성립된 후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해 힘들었던 이다도시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법원과 여성가족부 등에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 남편이 해외에 나가 있는 바람에 법원 판결도 소용없었고 돈이 없다면서 버티는 남편에게 국가기관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요.
이에 이다도시는 최근 전 남편의 사진과 거주지 등 신상을 배드 파더스에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군에 입대하는 큰아들이 "그동안 나를 책임졌던 사람이 엄마 말고 누구냐, 우리가 요청할 때 국가나 아빠가 도움을 준 게 있느냐"라고 한 말이 이다도시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하네요.
만약 프랑스였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프랑스에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양육비 집행관이 대신 받아내거나 은행을 통해 급여에서 징수되는데, 그럼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면 약 1900만 원의 벌금과 징역형까지 선고되는 등 처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한국이 좋다"
"한창 어려울 때는 한국을 떠날 생각도 했다"라는 이다도시는 여전히 한국에서 생활 중입니다. 이혼소송부터 10여 년간 혼자 두 아들을 키워온 이다도시는 2012년부터는 숙명여대의 전임교수로 재직하는 동시에 악플로 힘들었던 시간을 버텨내고 방송활동에 복귀해 활약 중이지요.
그리고 지난해 8월 이다도시는 새로운 인연과 재혼 소식을 전했습니다. 상대 역시 한국을 사랑해서 한국에 자리 잡은 프랑스인로 이다도시와 닮은 점이 많은 오랜 친구라고 하네요. 두 사람은 노르망디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한국으로 돌아와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다도시는 전 남편의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 화제가 된 것에 대해 "시끄럽고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더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힘이 되도록 하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는데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