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배구는 지난해 여자배구의 경기 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변경했습니다. 퇴근시간을 고려해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는데요. 월요일이 휴식일이었던 것을 없애고 매일 배구를 볼 수 있도록 경기를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요. 한국 프로 농구는 2016년부터 매년 12월 31일과 새해를 걸쳐 1박2일로 '농구영신'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농구를 즐기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인데요. 이 역시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고 해마다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의 관람객 유치 전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야구장에 치킨 먹으러 간다"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며 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경기 관람을 넘어 보다 알찬 추억을 남기기 원하는데요. 이를 위해 프로스포츠계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팬 서비스를 준비하지요.
한편 특별한 마케팅 전략 없이도 팬들을 끌어모으는 남다른 힘이 발휘된 사례가 있습니다. 홍보비용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기사가 쏟아지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게 만들었다는 공짜 마케팅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의정부에 직관 갈 사람 모여라
컬링 송유진 선수
올림픽 시즌도 아닌 요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때아닌 '컬링'이 등장했습니다. 시청자들 사이에 "의정부에 직관하러 가야겠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경북체육회 소속의 컬링 선수 송유진 선수인데요. 지난 16일 개막해 현재까지 진행 중인 2019-2020 코리아컬링리그에 출전한 모습이 중계되면서 화제가 된 것입니다.
송유진 선수가 등장한 건 23일 믹스더블 경기에서였는데요. 송 선수는 파트너 전재익과 함께 경북체육회B팀으로 출전해 현 믹스더블 국가대표인 경북체육회A 성유진과 장혜진 선수를 8대5로 꺾었습니다. 중계장면 속 송유진 선수는 옅은 화장에 질끈 묶은 머리를 하고 경기에만 집중한 모습이지만 여신급 미모를 숨길 수는 없었고, 작은 얼굴형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은 비주얼을 자랑했지요.
더불어 경기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똑 부러지는 말솜씨로 다시 한번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송 선수는 "성유진, 장혜진 선배가 저희한테 평소에 너무 편하게 잘해줘서 오히려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라며, 경기과정에서 전재익을 리드했던 것 같다는 질문에는 "전재익 오빠가 선배라고 막 대하는 게 아니라 배려해주는 모습이 보여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라고 겸손하면서도 조리 있는 답변을 내놓았지요.
걸그룹 못지않은 미모에 뛰어난 기량, 조리 있는 말솜씨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송유진 선수에 대해 시청자들은 '컬링계 손담비, 조이, 유진' 등의 별칭을 붙이며 응원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평창동계올림픽의 '영미야'에 이어 또 한 번의 컬링 전성기를 이끌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지요. 무엇보다 1999년생으로 21살인 송유진 선수가 앞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컬링 팬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쯔위 보러 배구장 간다
배구 박혜민 선수
송유진 선수보다 한발 앞서 동료들과 팬들 사이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막내가 있습니다. "쯔위 보러 배구장 간다"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배구 팬들 사이에 덕질을 부르는 선수는 바로 GS칼텍스 소속 박혜민 선수인데요. 2000년생으로 이제 막 성인이 된 박혜민 선수는 2018년 GS칼텍스에 입단해 프로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하는 동호인 배구를 따라갔다가 몇 달 동안 어머니를 졸라 배구를 시작하게 된 박혜민 선수는 시작이 늦은 편이었지만 실력만큼은 금방 따라갔습니다. 프로 입단 전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2017년에는 18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했고 2018년 19회 아시아여자청소년 배구선수권대회에는 주장으로 출전해 3위에 오르기도 했지요.
다만 프로 입단 후에는 팀내 동일 포지션에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다 보니 데뷔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요. 벤치에 있을 때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기회가 왔을 때 좋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2019 순천 MG새마을금고컵 여자프로대회에 참가해 1세트에만 7점을 올리며 팀내 가장 많은 득점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는데요.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더 자신감 있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각오를 드러내며 인터뷰가 익숙지 않아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해당 영상에서 귀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한 박혜민 선수는 평소에도 경기가 잘 풀리면 함박 미소를 짓고, 어렵게 따낸 득점에는 눈물을 훔치며 언니들 품에 안기기도 하며 막내미를 발산하는데요. 인터뷰마다 선배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박혜민 선수가 롤 모델로 삼는 이소영, 강소휘 선수만큼 성장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
김연아처럼 되고 싶어요
롤러 이예림 선수
"김연아 선수처럼 될래요"라고 말하는 17살 선수가 있습니다. 인라인 롤러 스피드 부문의 떠오르는 유망주이면서, 롤러요정으로 불리는 롤러 스포츠 스피드스케이팅 주니어 부문의 이예림 선수인데요. 사실 롤러 스포츠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비인기 종목이지만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은 다릅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롤러 스포츠는 금메달을 3개나 따내며 효자종목이 되었고 지난해 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은 2개와 동 2개를 따내며 선방했지요.
다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경기장 문제로 정식종목으로 채택조차 하지 못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종목의 인지도 문제와 광저우 이후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고전 중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요정이 바로 이예림 선수입니다. 현재 롤러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로 활동 중인 아버지와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스피드 유전자를 타고난 이예림 선수는 4살 때부터 인라인 롤러스케이트를 신었는데요.
초등학교 시절 대회 신기록만 14개를 수립할 정도로 기량이 탁월했던 이예림 선수는 현재 세계 주니어 최강자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달성한 이예림은 지난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9 롤러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여자 주니어 3000m 계주 우승을 따내기도 했지요.
17살 나이에 세계 무대에 우뚝 선 이예림 선수는 포부도 남다릅니다. 김연아처럼 본인의 종목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을 밝힌 바 있는데요. 인터뷰를 통해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 무슨 종목을 하는 선수냐고 물어본다. 몇 번은 설명해줘야 하는데 나뿐만 아닌 내 종목까지 알리고 싶은 것이 꿈이다"라며 당찬 포부를 전했지요. 이예림 선수의 꿈대로 우리나라에서 롤러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이예림 선수를 비롯한 롤러 유망주들이 단상에 서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