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진출 확률이 췌장암 완치 확률보다 낮았다" 2002월드컵 멤버들의 충격적 근황

2002년을 지낸 이들이라면 당시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할 텐데요. 식당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승리를 기념하며 무료로 냉면, 자장면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성행했고 축하주를 드는 국민들 사이에는 프리킥주, 헤딩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월드컵 기간 중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거리응원을 펼친 사람은 총 2천만 명으로 국민의 절반이 거리에 나온 셈이니 그 열기를 가늠할 만하지요.

캐치프레이였던 "꿈은 이루어진다"가 현실이 되던 당시 국민들 사이에는 배려와 사랑이 넘쳤는데요. 수천 명이 집결한 길거리에도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고 응원 열기에 힘입어 일면식도 없는 옆 사람과 부둥켜 안고 우는 일도 흔했습니다. 2002년 당시는 물론 10여 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는 2002 월드컵 주역들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폴란드전 중거리슛 유상철
췌장암 4기 투병

최근 투병 소식을 전해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준 유상철은 2002년 월드컵 주역으로 빼놓을 수 없는 멤버인데요. 예선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 당시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추가 득점에 성공해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었지요. 당시 유상철의 골은 골문의 가운데를 향했지만 워낙 힘이 좋았던 덕분에 골키퍼는 방향을 인지하면서도 미처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2006년 선수로서 은퇴한 이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요. 춘천기계공고와 울산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역임한 이후 2018년에는 전남 드래곤즈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전남 드래곤즈 감독 당시 다소 부진한 성적 탓에 자진 사임을 결정했던 유상철은 올해 5월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지도자로서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포부를 다졌는데요.

안타깝게도 유상철 감독은 성적이 아닌 투병 소식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유상철은 19일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하며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사실을 밝혔는데요.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을 받았지만 선수와 팀에 피해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라며 "계속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좋다. 그라운드 안에서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유 감독은 10월 중순 황달 증세로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고 현장 지휘를 못 할 정도로 병세가 좋지 않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켰는데요. 투병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월드컵 4강에 드는 것이 췌장암 완치보다 확률이 낮다"라며 "월드컵 4강 기적을 일군 힘으로 반드시 쾌유하길 바란다"라는 응원을 보냈습니다.


스페인전 페널티킥 마지막 키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스페인과의 8강전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였던 호아킨 산체스의 공을 이운재가 막아내면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나선 우리 대표팀의 다섯 번째 키커 홍명보는 부담을 이겨내고 골을 성공시켜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요. 경기가 끝난 후 홍명보가 왜 자신을 마지막 키커로 내세웠냐고 하자 히딩크 감독은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라서 믿었다고 답변했는데요. 홍명보는 당시의 부담감에 대해 "골을 넣지 못하면 이민을 갈 판이었다"라는 농담으로 대신 전하기도 했지요.

A매치 경기 136회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선수생활을 접은 홍명보는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의 코치진으로 합류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2009년 감독으로서 첫 국제대회인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을 8강으로 이끌어 지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덕분에 연이어 대표팀을 이끌게 된 홍명보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4년 브라질 올림픽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런던 올림픽 당시 멤버들을 고수했던 탓에 '의리축구', '홍명보와 아이들'이라는 논란을 낳은 채 16강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자진사퇴했는데요.

이후 중국 프로축구팀을 이끌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지도자 생활을 접게 된 홍명보는 2017년 11월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라는 직함과 함께 행정가로 변신해 한국축구계로 돌아왔습니다. 복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는 당시 해설 위원으로 활동하던 이영표, 안정환, 박지성을 언급하며 쓴소리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 세 명은 한국 축구에서 혜택을 받은 이들이다. 그래서 한국 축구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으면 좋겠다"라며 "꼭 현장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도자, 감독 등의 경험을 한 뒤 해설을 한다면 더 내용이 깊어질 것 같다"라고 설명했지요.


홍명보의 조언을 감안했는지 현재 세 명 모두는 해설위원직을 내려놓고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반면 홍명보는 대한축구협회 전무로서 12월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 E-1챔피언십의 대회운영본부장을 맡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대표팀 든든한 날개 이영표
양말 판다고?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 역시 연장까지 진행되었는데요. 경기 중 페널티킥을 실축했던 안정환은 경기 내내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고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이 난 상태였지요. 다행히 토티의 퇴장으로 기회를 잡은 우리 대표팀은 힘을 내기 시작했고 이영표는 오른발을 사용해 안정환의 머리로 공을 올려주었습니다.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든든한 날개였던 이영표는 해설가로서도 인정받았습니다. KBS 해설가로 활동할 당시 똑 부러지는 말솜씨와 전문적인 해석으로 선수 출신이 아닌 해설 전문가의 느낌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특히 경기 결과를 잘 맞추는 덕분에 문어, 표스트라다무스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지요. 다만 축구팬들이 축구선수들에 대해 못한다고 비난하고 범죄자처럼 대하는 분위기에 실망한 끝에 해설을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자신 역시 러시아 월드컵 당시 김민우에 대해 "소속팀 돌아가서 크로스 연습 더 해야 한다"라는 언급을 한 일을 가장 큰 실수로 꼽으며 스스로 해설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깨달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해설을 그만둔 이영표가 새롭게 뛰어든 것은 다음 아닌 사회적기업인데요. 스타트업 '삭스업'의 대표인 이영표는 양말과 풋크림 등 풋웨어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수익을 기회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힙합 프로듀서인 코드쿤스트의 메시지가 적힌 양말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힙합 프로듀서를 꿈꾸는 50명을 초청해 원 데이 클레스를 여는 식이지요.


이탈리아전 역전골 안정환
예능 베테랑

이영표가 올려준 공을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연결해 역전에 성공한 안정환은 우리 국민에게 영웅이 되었지만 이탈리아에서 고초를 겪게 되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속팀 페루자가 안정환의 방출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마피아들은 살해 협박을 했고 차가 다 부서지는 등 위협을 느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지요.

이후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해외리그에서 뛰다가 2007년 K리그로 돌아온 안정환은 2012년 1월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2014년 MBC 아빠 어디 가를 통해 예능 출연을 본격 시작했는데요. 2014 월드컵 해설 위원을 맡아 김성주와 찰떡 호흡을 보여준 덕분에 방송인으로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운동선수 출신의 방송인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 중 하나이지요.


벤치 지킨 골키퍼 김병지
유튜버로 변신

월드컵 직전까지 이운재와 함께 교대로 선발 출전하면서 선발 경쟁을 벌인 김병지는 정작 월드컵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벤치에서 4강 진출의 기쁨을 나눴는데요. 히딩크는 이운재를 낙점한 뒤 김병지에게 개인적으로 사실을 알렸을 때 김병지가 질책을 받아들이고 이후에도 성실히 훈련에 임해 존경스러웠다고 전했습니다.

무려 45년 5개월간 K리그에서 출장한 대기록을 남긴 김병지는 2016년 9월 은퇴한 이후 SPOTV 해설 위원으로 활약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는 등 꾸준히 방송에 얼굴을 드러냈는데요. 현재는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통해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입니다. 그 외에도 축구클럽과 스포츠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등 사회적 활동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구단주가 되고 싶다는 목표로 가는 과정이라고 하네요.

한편 2002년 월드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자 우리나라 축구계의 영웅인 박지성은 의외로 활동이 뜸해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오랜만에 토크 콘서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은 "저는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점점 잊히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 축구를 좋은 길로 인도하기 위한 영향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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