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반 동안 감금생활하면서 하루 35만 원씩 받는다는 직업의 정체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식, 바로 수능입니다. 그리고 수능 한파와 더불어 수능 시즌 화제가 되는 또 하나의 뉴스는 바로 출제위원들의 감금 소식인데요. 올해 역시 다가오는 11월 14일 수능을 앞두고 이미 지난 9월 말 수능 출제위원들은 합숙에 들어갔지요.


공사 중인 건물에서 감금생활?


수능 출제위원들의 합숙이 감금으로까지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합숙생활을 하는 동안 출제위원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기 때문인데요. 휴대전화 반납은 물론 인터넷 사용과 신용카드 사용까지 모두 금지되지요.

심지어 자신이 수능 출제위원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조차 주변에 알릴 수 없게 되어 있는데요. 때문에 출제위원들은 대부분 가족과 동료에게 지방 출장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합숙에 돌입합니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출제 장소는 지방 모처의 숙소인데요. 건물 외곽에는 펜스가 설치되고 '공사 중'이라는 안내 팻말을 붙여 공사 중인 건물로 위장하며 매년 장소를 변경하여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도 하지요.

인터넷은 물론 유선 장치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아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는 출제 장소는 출제위원들이 한 달 넘게 생활해야 하는 곳이니만큼 일상생활을 위한 각종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데요. 건강관리를 위한 러닝머신과 탁구대 등 간단한 운동기구가 갖춰진 체력단련실을 비롯해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는 감금생활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특히 이전까지 약 33일이었던 합숙 및 출제 기간이 2017년 수능 하루 전날 발생한 포항 지진 사태로 인해 46일가량으로 변경되어 출제위원들의 감금생활은 열흘 이상 길어진 셈입니다. 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비 문제를 추가로 출제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2018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은 41일간 격리되었고 작년의 경우 무려 46일간 합숙을 진행했습니다.


감금보다 무서운 출제 스트레스

다만 수능 출제위원들이 직접 밝힌 출제의 고충은 감금생활이 1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창의적이면서도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난이도와 문제 오류 등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 큰 스트레스라고 전했는데요.

출제위원들은 합숙 기간 중 최초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1차에 걸쳐 해당 영역의 문제를 각자 제시하고 이후 해당 문제를 두고 검토위원들이 분석과 의견을 제시하게 됩니다. 검토위원들이 작성한 검토의견서를 바탕으로 출제위원들은 2차로 문항을 조율하고 이후 2차 검토위원들이 재검토에 나서는데요. 이렇듯 검토와 조율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 최종 문항이 결정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문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습니다. 예상 난이도와 EBS 교재 연계율도 염두 해야 하는 데다 창의력 있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만들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국어 비문학 영역의 경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제에 나서고 이는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하루 30~35만 원이라고 알려진 높은 수당에도 불구하고 수능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인사들 가운데 이를 고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합숙 기간을 단순 계산하더라도 천만 원이 넘는 큰돈이지만 이에 버금가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있기 때문에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지요.


무장경찰 대동한 운송

출제위원 외에도 수능 때문에 감금생활을 하게 되는 이들은 또 있습니다. 완성된 문답지를 포장하고 운송하는 업무의 담당자들인데요. 포장 담당자들은 공장에서 인쇄된 수능 문답지를 봉투에 넣어 밀봉하고 상자에 담아 포장하는 단순 업무를 맡고 145만 7000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역시 보안상의 이유로 지난달 28일 합숙에 들어갔으며 출제위원과 마찬가지로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수능 당일까지 격리됩니다.

이후 시험 2~3일 전에는 문답지 운송이 시작되는데요. 트럭에 문답지를 실을 때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교육청 관계자가 동행하며 트럭 적재함의 열쇠 역시 교육청 관계자가 보관하게 됩니다. 더불어 트럭이 출발하면 무장한 경찰관을 태운 경찰차가 앞서고 트럭 뒤에는 교육청 관계자를 태운 승용차가 따라가는데요. 원칙상 정차가 불가능해 휴게소 등에 들를 수 없지요.

문답지 배송까지 완료되면 수능 전 업무는 마무리된 셈입니다. 앞으로는 문답지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몫이겠지요. 다가오는 11월 14일 오전 8시 10분 입실이 마감되면 교문이 굳게 닫히고 수험생들은 수능 출제위원들이 겪은 45일 여간의 감금생활보다 더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데요. 비행기 이착륙은 물론 시험장 주변 교통까지 통제하며 온 국민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힘낼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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