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이 개국하고 TV 채널이 셀 수 없이 늘어나면서 공중파 방송의 시청률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더불어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TV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때아닌 호황을 맞은 방송사가 있습니다. 2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던 방송사가 갑자기 빛은 본 것은 새롭게 발굴한 신인이 역대급 스타로 급부상 중이기 때문입니다.
뽀로로와 BTS 선배님 보고 왔습니다.
우주대스타 꿈꾸는 연습생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EBS의 빛이 된 신인스타는 바로 펭수입니다. 펭수는 지난 2019년 3월 시작한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남극 출신 펭귄이고 나이는 10살이지요. 뽀로로와 BTS 선배님을 보고 우주대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고 하는데요.
연습생 신분이기에 EBS의 주요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 중입니다. 요들송, 프리스타일랩, 비트박스에 춤 실력까지 당장 데뷔해도 손색없는 펭수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거침없는 언변인데요. 정식 데뷔도 하지 못한 연습생 신분이지만 EBS 김명중 사장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를 정도로 당돌한 매력을 발산하지요.
특히 펭수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EBS 아이돌육상대회를 통해서인데요. 이육대에는 1994년 입사한 뚝딱이부터 방귀대장 뿡뿡이(2000년 입사), 번개맨(2000년 입사) 뽀로로(2003년 입사) 등 EBS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비인간 팀과 인간 팀으로 대결을 진행한 당시 경기에서는 입사연도를 따지며 꼰대를 자처한 뚝딱이와 이에 "저는 알아서 하겠습니다. 잔소리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당돌하게 맞서는 펭수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센스 있는 입담이 웃음을 유발했는데요.
이전까지 연기자가 인형탈을 쓰고 대사는 성우가 읽는 등 수동적이었던 EBS 캐릭터들과 달리 캐릭터 자체에 스토리와 개성을 부여하고 소통한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지요. 덕분에 최초 타깃층으로 삼았던 10대는 물론 2030들에게까지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한 펭수는 유튜브 채널 개설 7개월이 지난 현재 구독자 수 4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어른이들을 위로하는
10살 펭귄
갑작스러운 인기로 펭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원래 타깃층이었던 10대보다 2030 어른들이 더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펭수의 인기에 대해 한 TV 평론가는 "주로 반말을 사용하며 위아래 구분 없이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대하는 펭수의 탈권위주의의 모습이 틀을 깨는 파격을 좋아하는 2030의 감성에 들어맞았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펭수는 어른이들이 공감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이면서 속 시원한 입담으로 어른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합니다. 펭수는 혼자만 키가 커서 친구를 못 사귄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극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데요. 꿈을 위해 노력 중인 성장 스토리의 주인공이지요.
더불어 펭수는 "위치 상관없이 똑같아야 합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똑같아야 하고요"라면서 평등을 설파하고, 갈팡질팡하는 20대의 고민을 듣고는 "주변 눈치를 보고 있구나.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라고 속 시원한 대리만족을 선사합니다.
어른이들 사이 대세로 급부상 중인 펭수에 대해 제작진은 여전히 10대 타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슬예나PD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친구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유튜브를 활용하고 싶었다"라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재밌어하는 포인트가 어른들이 재밌어하는 포인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EBS의 애니메이션보다 MBC '나혼자산다'를 보고 더 재밌어하지요. 성인들이 봐도 재밌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이슬예나 PD의 기획은 적중했습니다. 과거 EBS 캐릭터들을 보면서 자란 2030세대는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상기했고 펭수의 수평적인 마인드는 공감을 얻었습니다.
우주대스타 펭수
프리선언 임박?
"펭하"(펭수하이)를 모르면 아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세가 된 펭수는 EBS 연습생의 신분으로 타방송국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상파 MBC 예능 '마이리틀텔레비전', SBS라디오 '배성재의 텐' 등에도 출연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외에도 KBS, tvN드라마 등에서 펭수에게 러브콜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펭수의 프리선언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펭수는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 "방송인에게 방송국을 구분할 필요가 있냐"라며 연습생으로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펭성(펭수인성)'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계약이 없어도 EBS와는 가족이다. 우린 평생 간다. 잘하면 참치도 더 준다"면서 의리를 강조했지요.
대세 스타 펭수는 현재 EBS 연습생 신분으로 출연료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이슬예나 PD는 "연습생 기간이 끝나면 펭수도 정식 계약을 맺어야 한다"라며 펭수가 프리선언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질문에 "펭수를 믿는다"라며 신뢰를 드러냈는데요.
정식 계약이 이루어진다면 펭수에 대한 계약조건은 꽤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할 듯합니다. 최근 유튜브 예상 수익 조회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스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40만 구독자 수 기준 '자이언트 펭TV'의 월 예상 수익은 5400만 원 수준이고, 동영상 1개당 예상되는 제휴 수익은 920만 원 정도인데요.
펭수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이육대'가 탄생한지 불과 2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펭수가 벌어들일 수익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불어 펭수를 사랑하는 어른이들이 펭수의 굿즈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지요.
지난 2016년 영업손실 19억 원을 기록한 이래 2017년 350억 원, 2018년 229억 원의 영업손실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재정 가뭄에 빠진 EBS에 펭수가 진정한 단비가 되어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Q. 스트레스받고, 지친 사람들이 펭수의 위로를 받고 싶어 해요. 따뜻한 위로를 부탁해요.
이게 진짜 어려운 일이에요.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응원을 해주는 거지 위로는 아니에요. 힘든데 힘내라, 이것도 어려운 일이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전 응원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펭러뷰♡ (2019.10.2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