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기업이 갑자기 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OO'이 무너졌기 때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소비자 이해, 미래지향적 사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트렌드 분석'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인들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100년 이상 지속하는 장수 기업이 많은 독일에서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신뢰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20여 년간 포춘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권위지에서 선정한 신뢰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 역시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하얏트 등 세계 최고 기업들이었습니다.

도난 방지 위해 직원 가방 검사
FOREVER21

가난한 이민자에서 6조 원 대 자산가로 성장한 포에버 21의 창립자 장도원과 장진숙 부부는 '성공신화'라고 불릴 만큼 유명세를 떨쳤는데요. 최근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라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는 포에버 21의 기업 신뢰도가 이미 바닥을 친지 오래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의 한 경제전문지에서 조사한 '경영인 선호도 조사'에서 포에버 21의 장도원 대표는 가장 인기 없는 CEO 6위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설문에 응한 익명의 직원들은 오버타임을 포함한 베네핏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고 직장 내 강압적인 문화와 불공평한 규정 등으로 최저 점수를 줬다고 답했습니다.

포에버 21은 앞서 2015년 미국의 대표적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글래스 도어가 실시한 설문 결과 미국 최악의 직장으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당시 포에버 21은 평점 2.5(5점 만점)로 미국 내 모든 기업 중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연이어 낮은 평점을 기록하고 기업문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포에버 21의 경영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글래스 도어에는 포에버21 근무 경력자들이 작성한 부정적인 후기가 줄을 이었습니다.

포에버 21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불법의 수준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2001년 봉제 하청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불했고 수당 없이 초과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 조건을 어겨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이후 2012년에는 점심시간 휴식이 보장되지 않고 퇴근 시간 이후에도 가방 검사를 했다는 이유로 5명의 직원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가방 검사'는 도난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포에버 21이 미국 전 지점에서 행해온 관례이기도 합니다.

포에버 21의 경영진이 직원들의 가방 검사를 하는 동안 쇼핑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포에버 21의 주된 소비층이었던 1020세대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매장을 애용하게 된 것인데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만 치중한 포에버 21은 결국 파산의 수순을 밟게 된 것이지요.

가족 눈 밖에 나면 팽 당한다
임블리

지난 4월 큰 이슈를 불러왔던 일명 '임블리 호박즙 사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각광받는 최근 소비 트렌트에 큰 경고를 준 사건입니다. 임지현 전 상무가 운영 중인 임블리를 포함한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2월 기준 무려 261명의 직원이 소속된 중소기업인데요. 일련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규모에 비해 체계가 떨어지는 경영구조가 드러나면서 하락세를 맞게 되었습니다.

당시 임블리 측은 '리얼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소비자의 문의에 대해 환불이 어렵고 그간 먹은 것에 대해 확인이 불가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수량에 대해서만 교환해 주겠다고 대응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제품에서도 곰팡이가 생긴 것 같다는 후기가 쏟아졌고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로 인해 부작용이 생겼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환불은 어렵다며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는데요.

결국 논란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고 소통을 중요시한다던 임지현 전 상무가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후 임지현 전 상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뒤늦은 해명과 사과의 영상을 게재했고 상무직에서 물러나며 돌파구를 모색했는데요. 4개월여의 자숙 후 지난 8월 임지현 전 상무가 SNS 활동을 재개했지만 임블리와 부건에프엔씨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임블리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1월 1300석이 매진되며 성황리에 팬미팅을 마치기도 한 임블리가 순식간에 하락세로 전환된 것은 단순히 CS시스템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실제로 부건에프엔씨에 근무 경력자들은 오래전부터 해당 기업의 불안한 경영 시스템을 지적한 바 있는데요.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에 따르면 '전형적인 오너 중심, 가족경영회사', '경영진 네 분만 잘났고 직원들은 모두 못난이 취급당함', '가족 눈 밖에 나도 팽당하고 10년 일해도 팽당한다' 등 가족 경영과 경영 능력 부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난 7월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2'에는 부건에프엔씨의 전 직원이 출연해 임블리 측이 냉방이 되지 않는 창고에 화장품을 방치했다는 폭로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블리블리의 인진쑥 라인 제품들은 화장품 제품 품질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1개월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고 온라인 판매 사이트 내 의약품이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등 허위과대광고 역시 19건이나 적발되었습니다.

곰팡이가 발생한 호박즙의 환불 문제를 잘못 처리해 벌어진 듯 보였던 임블리 사태는 사실 이전부터 곪아왔던 기업 내부의 신뢰도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것인데요. 다만 이러한 문제는 임블리 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커머스 대부분이 가진 단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흔치 않았던 때에 한발 앞선 마케팅 방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만큼 이번 기회에 내부 직원들과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기업의 밑바탕과 내면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삼성 투자 받았다더니 임금 체불
싸이월드

3040세대들의 추억이 깃든 싸이월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싸이월드는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막혀 서비스가 예고 없이 이대로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는데요. 다행히 현재 싸이월드의 접속은 정상화되었지만 로그인 과정에서 지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일부 장애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 다음 달 12일 만료되는 도메인 사용 기한을 2020년 11월 12일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해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사진 등을 백업할 시간을 벌게 되었습니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한때 월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끈 1세대 SNS인데요.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SNS 서비스에 밀려 이용자가 급감했고 2014년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분사했습니다. 이후 2016년 7월 프리챌 창업주인 전제완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는데요. 특히 2017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 원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삼성으로부터 받은 투자로 론칭한 '뉴스큐'는 수익형 모델 개발 등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되었는데요. 결국 수익창출의 방안을 찾지 못한 싸이월드는 서버 비용 등 최소한의 유지비도 부담하지 못하고 회사에 빨간 딱지가 붙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자금난에 허덕이던 전제완 대표는 5개월간의 급여 체불 및 미납부로 인해 노동부로부터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나간 직원들은 퇴직금을 받지 못해 대표를 고발했고 회사에 남은 직원들도 월급이 밀린 상황에서 지난 6월 말 전제완 대표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신 '싸이월드 3.0'을 통해 자금난을 벗어나고 경영을 정상화시킬 계획을 전했는데요. "싸이월드의 모회사 격인 에어의 스위스 증시 상장을 준비 중에 있으며 에어를 통한 암호화폐 발행도 진행 중에 있다."라며 "서류 제출과 자금 유입까지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9월 이후면 회사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9월 이후면 나아진다던 싸이월드는 10월 들어 접속 자체가 막히면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급작스러운 접속 오류를 회복시키기 위해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했다는 소식은 야근 수당은커녕 월급조차 제대로 못 받는다던 지난 보도와 맞물려 씁쓸한 기분을 자아내기도 하는데요. 임금체불 문제로 직원 대부분이 퇴사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싸이월드가 회복할 가능성을 매우 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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